5. 재미

by 귀여운영웅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다. 도대체 어떤 글이 재미있을까.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서 고민하다가 아예 ‘재미’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에게 재미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즐거움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을 뜻한다. 내가 만약 무언가가 재밌다고 느낀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그 행위를 하는 동안 몰입할 수 있고, 지루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근심 걱정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은 시련이나 통증만큼이나 권태에도 고통을 느낀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에 휩싸이는 존재다. 그래서 가만있지 못하고 자꾸 인생의 문제를 키운다. 분명 가만히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을 자초하며, 그래놓고 사는 게 원래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한편으로는 문제 많은 인생들이 때로는 권태로운 인생보다 오히려 더 활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문제를 통해 타인의 관심을 사고, 연민과 보살핌 등을 얻을 수 있기도 하므로, 어떤 면에서는 이득이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문제를 만들고 거기에 따른 고통을 즐기면서 피가학적으로 살아간다. 그 즐거움의 표현방식이 그저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아닐 뿐이다.


무언가가 재밌다면 그것은 왜 재미있는가?


첫째, 그 행위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물이 주어질 때, 결과적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되면서 그 행위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그리기와 글쓰기 등의 창작활동, 노동과 경제활동, 운동이 있다.


한때 회사생활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목적과 대가가 명확하고, 매일 일정한 일과가 있다는 안정감이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일 자체에서 자아실현을 느끼지 못했고, 능력도 재능도 부족하다는 생각에 고달팠다. 그래서 스스로 정신승리를 하며 버텼다. 사실 회사에 다니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그 힘든 시간을 견디기 위해 일이 즐겁다고 믿으려고 했다. 스스로를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 어쨌든 생각하기에 따라 노동은 재미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게 정신승리든 뭐든 간에. 경험상 그렇다.


둘째, 욕구해소, 호르몬 작용 등으로 재미를 느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면, 배설, 음식섭취가 있고, 또 다른 예로 소모적인 인터넷 서핑, 지나친 수면, 알코올 섭취, 폭식 등이 있다. 후자의 경우 장기적으로 보면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는 하나 그래도 단기적으로는 쾌락을 주기 때문에 재밌다.


재밌는 것에는 저런 이유들이 있다. 그렇다면 무언가가 재미가 없다면 그것은 왜 재미가 없는가?


첫째, 이 행위로 인해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전혀 없다. 그래서 동기유발이 되지 않고, 행동하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럴 경우 억지로 해도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둘째, 잘하지 못해서 즐길 수가 없다. 어떤 행위에 대한 결과물이 형편없을 때, 시간과 몸을 허비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가 밀려온다. 하지만 이것은 욕심에서 비롯된 잘못된 인식이다. 애초에 그 행위의 목적을 결과와 그 결과에 대한 인정 등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잘 못 해도 인정욕구를 버리고 행위에만 몰두하며, 또 결과물의 가치에 대한 기준을 달리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글쓰기가 있다. 재미있는 것에 가장 먼저 예를 들었던 글쓰기를 다시 언급한다. 글쓰기는 결과물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행위다.


확실히, 글쓰기는 재밌다. 내가 글쓰기가 재밌다고 느끼는 이유는, 글쓰기가 그동안 언급한 재미의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동안 몰입을 할 수 있고, 지루하지 않을 수 있으며, 다른 근심 걱정으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다. 설령 내가 어떤 근심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그 근심에 심취한다고 해도 그것은 해방의 한 과정일 뿐이다. 글을 쓰고 해소하면서 그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글은 결과물이 남는다. 내 기대와 달리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열심히 쓰다 보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대한 기대감의 충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설령 만족스러운 결과가 없더라도 내가 어떤 것에 대해 글을 쓰면서 그것을 해소하고 있다 하는 것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면 된다.


글쓰기는 문학이나 비문학처럼 결과물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둘 수도 있지만, 감정을 다루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데 집중하는 ‘치유 글쓰기’라는 방식도 있다. 예전에 돈을 내고 치유 글쓰기를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재밌었다. 결국, 재미란 단순히 결과물이 아닌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중의 감정’일지도 모른다. 잘하고 못하고는 부차적인 일이고, 그 감정에 얼마나 몰입하느냐가 중요하다.


현재 나는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하브루타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글쓰기 숙제를 제출하고, 각자 쓴 글에 대해 짧은 이야기도 나눈다. 매주 한 편씩 글을 쓰는 일이 마냥 쉽지만은 않지만, 현재의 과정을 즐기고 미래의 결과를 기대하며, 끝까지 완주해 볼 생각이다. 내가 기대하는 건 완벽한 글이 아니라 글을 쓰는 동안 재미를 느끼는 나 자신이다. 그 재미를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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