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모엄빠 Dec 26. 2018

내 아이를 지키려는 어미의 마음

그 애처로운 기억으로 오늘을 산다. 

저는 부모님에게 어린시절 산만하다 까분다 혼나면서 커서 밖에서 제가 불이익을 받았을때 집에 말하지 못했어요. 다 제가 발랑 까지고 산만하고 까불다 벌어진 일 같아서요. 

초1 시절 시험지 한 귀퉁이를 침으로 묻혀서 찢었어요. 그걸 본 시험감독관 선생은 제 뺨을 때렸죠. 전 그걸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어요. 속상할까봐서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엄마와 시장에 갔다 장난치다 그 시장물건을 망가트렸고 엄마는 사과했지만 그 상인이 미친년이다 남의 물건 다 부섰다 지랄맞다 등 폭언을 퍼부었고 우리 엄마는... 정말 옷을 양쪽으로 찢으며 울부짖으며 항의하고 대판 싸웠어요. 어린 시절 전 그게 챙피했어요. 왜 우리엄마는 조근조근 싸우지 못하고 악다구니 쓰는 걸까... 엄마는 헝클어진 머리와 옷을 입으며 넌 내가 지켜. 어떤 일이 있어도 넌 내새끼야 했었죠. 그때 마음 속에 묘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난 엄마의 자랑이다 소중한 자식이다... 

그후 대학교에 가서 대학병원에서 사랑니를 뽑았는데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해주지 않아서 뽑은 곳이 심하게 곪았어요. 한쪽 얼굴이 부어서 일그러져 있을때 시골에 살던 부모님이 잠깐 서울 왔다가 제 얼굴을 보고. 왜 부모에게 말하지 않았니. 병원에 항의하니 항생제 마음대로 처방할 수 없다 항생제 내성 생기면 어쩌냐 병원에서 알아서 한다...답변을 듣고 부모님은 시골에 내려가셨어요. 

다음날 새벽 아버지는 가장 비싼 양복에 넥타이를 하고 와서 저와 그 대학병원에 갔고. 환자가 선택하게 했어야 한다. 아이 얼굴이 이게 뭐냐.고 따졌어요. 대학병원 의사는 저희 아버지에게 니가 의사냐 환자 상태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했고. 
저희 아버지는 결국 의사의 멱살을 잡았죠. 
너 잘난 건 안다. 하지만 내새끼 얼굴이 저런데 난 지금 한숨도 못잤다. 빨리 사과해라... 

그리고 저는 사과 받았고 마음속에 억울함이 풀어졌어요. 드센 부모. 자기자식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부모라고 욕하고 맘충이라 손가락질해도 부당한 건 얘기했던 부모님. 체면보다 자식이 늘 우선이었던 엄마. 천박한 싸움에도 두 팔걷어부치고 흙탕물에 나뒹굴어도 괜찮은 애탈픈 모정. 그 모진 비난은 내가 받을게. 너만 괜찮으면 돼. 하고 불어터진 얼굴로 제 얼굴을 쓰다듬는 그 손길... 저는 그걸로 됐습니다. 저는 어디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 만한 아이가 아닙니다. 저는 선생에게 뺨을 맞아도 싼 아이가 아닙니다. 

나보다 더 날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기에. 제 자존감은 괜찮습니다. 아이가 맞고 왔을때 엄마가 나서면 유난 떠는 부모가 될까 걱정하게 되죠. 그런 비난보다 상처받은 내새끼 마음을 위로해야죠. 내 자식에게 울타리는 저 뿐인걸요. 그게 우리의 숙명인걸요.

작가의 이전글 발달 느린 아이 고민. 지인에게 털어 놓으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