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 의해 우울해지지 말자

나 자신에게 전하는 당부

by 싹둑

나는 사춘기 끝물이라 이젠 사실 사춘기라고 보기도 어렵지만 이 사춘기 나이대 특유의 불안정한 정서 탓인지 남의 말투나 표정에 따라 기분이 휙휙 바뀔 때가 종종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고 눈치를 살핀다거나, 부모님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거나 하는 일은 이젠 일상이라 대수롭지 않지만서도 이게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한창 이럴 때인 것도 맞다. 감정이 잘 동화되는 시기 아닌가. 친구가 울면 같이 울어주고, 친구가 기뻐하면 같이 웃어주는 그런 시기. 남의 일도 내 일같이 느껴지는 시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부터라도 나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지나친 감정 이입은 하지 않으려 한다. 과도한 눈치 살피기, 분위기 읽기와 지레짐작도. 어차피 이 모든 마음고생의 끝에 힘들어지는 건 나이다.

수차례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꼭 나 때문에 누군가의 기분이 안 좋은 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이 아침에 부모님과 싸운 걸 수도 있고, 잠을 설친 걸 수도 있고, 운이 없어서 짜증난 걸 수도 있고, 바라던 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실망했을 수도 있다는 걸. 그러니까, 나와의 대화 직후에 표정이 썩은 게 아닐 수 있다는 말이다. 너무 모든 걸 내 탓이라고 여기며 넘겨짚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예전에는 얼마나 눈치를 봤으면 모든 게 나와 나눈 대화 때문이라고 생각했을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나 또한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하루 종일 우중충한 표정으로 다녔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어쩌다 한번 그런 우중충한 날의 나와 얘기했다고 해도 나 같은 걱정을 하진 않았겠지만.) 그러니 괜히 먼저 주늑들지 말자. 나 때문일 거라 착각하지 말자. 다 망쳤다는 생각에 우울해지지 말자.

누군가와의 대화를 나눈 뒤 상대방의 태도로 인해 내가 우울해졌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본래 대화란 속에 있는 진심을 꺼내놓는 것이며, 진심을 꺼낸다는 말이 나로 하여금 상대방에게 우울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음을 물렁하게 먹지 말자. 누군가가 나의 하루를 망치게 두지 말자. 그런 말이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쓰레기를 줘도 내가 받지 않으면 그 쓰레기는 상대의 것이라는 말. 그것처럼 상대의 부정적인 감정이 내게로 전염될 것 같아도, 상대가 보인 반응이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재생되며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도, 내가 그만두면 그만이다. 생각을 그만두고 명상이라도 하자. 또, 우울한 엔딩이 하루를 장식하게 두지 말자. 원래 조금이라도 더 최근에 생긴 일들이 임팩트가 크게 느껴지는 법이다.

가치 없는 일에 힘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지 말자. 인생은 후회 없이 누리기엔 조금 짧고 후회만 하며 살기엔 너무 길다.


굳세어라 나 자신아

작가의 이전글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