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소중한 교육이다.
어릴 때, 한국에는 가부장적 가정의 잔재가 남아 있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모님은 중국집을 함께 운영하시며 맞벌이를 하셨다. 같은 시간을 일하셨지만 집안일은 어머니의 몫이었다. 어머니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세 자녀의 도시락과 아침밥을 준비했고, 우리가 학교에 간 사이 출근했다. 밤늦게 들어와 밀린 집안일까지 하셨다. 반면, 아버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당연한 듯 여겨졌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현대 사회에서 남편의 집안일 참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많이 돕고 있잖아!"라는 남편의 말이 아내에게 거슬리는 이유는, 집안일이 돕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 속에서 배제된 이들이 있다. 바로 아이들이다. 부모가 집안일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가끔 일회성으로 돕기라도 하면 부모가 감격할 정도다. 결국,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가 했던 역할을 아이들이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나도 어린 시절 대부분의 집안일에서 배제되었다. 부모님이 맞벌이셨고 늦게 퇴근하셨기에, 저녁 설거지나 빗자루질 정도만 했다. 내 빨래도, 방 정리도, 요리도 전부 어머니가 하셨다. 하지만 나는 그 수고를 당연하게 여겼다. 어린 시절 나에게 집안일은 보이지 않는 일이었고, 어머니의 희생 역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성인이 되어 자취를 시작했다. 내 집안일은 내 몫이 되었고,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이때 어머니께 고마움을 느꼈을까? 아니다. 오히려 원망스러웠다. 나는 아무것도 할 줄 몰랐다. 빨래를 어떻게 돌리고 개는지, 요리를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방 정리는 귀찮았고, 집안은 금세 난장판이 되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공부밖에 할 줄 모르는 바보였다. "왜 이렇게 중요한 걸 어머니는 가르쳐 주지 않으셨을까?"라는 원망이 들었다.
집안일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버드 의과대학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11~16세 아동 456명을 35년간 추적 조사했다. 연구 결과, 성인이 되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경험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하버드 교육대학원 심리학과 리처드 와이스버드 교수는 행복에 관한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생각하는 인생의 우선순위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남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가장 가까운 방법은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집안일을 권하는 것이다."
- 리처드 와이스버드 교수, 2015.3.19, 논문 "아이들을 행복하게 기르는 법" 중
아이가 경험하는 최초의 사회는 가정이다. 가정에서의 경험이 아이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이 경험이 사회생활로 이어진다. 집안일은 아이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배우게 하며, 책임감과 소속감을 키운다. 이 소속감은 안정감으로 이어지고, 결국 행복으로 연결된다.
두 번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집안일을 부모가 전담할 때, 아이는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부모의 노동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부장적 가정에서 어머니의 집안일을 아버지가 당연하게 여기듯, 아이도 같은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직접 집안일을 해보면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 깨닫게 된다. 부모의 수고를 이해하게 되면서 감사하는 마음이 자라고, 이는 사회적 관계에서도 적용된다. 집안일을 전담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타인의 도움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함께한 아이는 작은 배려에도 감사할 줄 안다. 이 감사함이 행복을 만든다.
세 번째는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다. 아이는 집안일을 마친 후 깨끗해진 방과 정리된 식탁을 보며 성취감을 느낀다. 매일 하는 집안일은 반복적인 성공 경험이 되어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믿음(자기 효능감)을 키운다. 자기 효능감은 목표를 세우고, 계획하고, 실천하는 힘이 된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학습 과정에서 필요한 자기 효능감을 키우는 데 집안일이 큰 역할을 한다. 아이의 학업 성취를 원한다면, 먼저 집안일을 맡겨보자.
적어도 3세부터 가능하다. 옷 입기, 빨래 세탁기에 넣기, 장난감 정리 등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역을 넓혀야 한다. 자기 방 이불 개기, 청소 같은 개인적인 일에서 시작하여 식탁에 수저 놓기, 반찬 놓기, 설거지, 쓰레기 버리기 같은 공동의 집안일로 확장하면 좋다. 처음에는 손이 많이 가고, "차라리 내가 하는 게 빠르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하자. 아이는 생각보다 빨리 배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절대 선택으로 맡기지 말 것. "할래, 말래?" 하고 선택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 함께하는 것이 당연해야 한다. 둘째,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해줄 것. 공동의 집안일일수록 이 표현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된다. 단, 물질적 보상은 금물이다. "이거 하면 용돈 줄게"라는 말은 집안일을 거래로 만들 뿐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을 강조한다. 매주 수요일 요리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요리해 먹는다. 여행을 가면 숙소 청소, 뒷정리, 요리와 설거지를 함께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반복되자 자연스러워졌다. 아이들은 여행에서도 교사와 함께 일하고, 그럴수록 더 행복해졌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아이들은 집안일을 하면서 단순히 노동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키운다. 그 과정에서 감사함을 배우고, 작은 성취가 쌓이면서 성장한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아이를 더 독립적이고 행복한 사람으로 만든다.
집안일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교육이다. 지금 당장은 불편할지 몰라도, 그 작은 변화가 아이의 평생을 바꿀 것이다. 부모가 가르치지 않으면, 아이들은 배우지 못한다. 지금부터 함께 시작하자.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도 성장할 것이다.
이 글이 공감되지만, "우리 아이는 너무 늦은 게 아닐까?" 또는 "집안일을 하자고 하면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다면, 『유대인 엄마의 힘』이라는 책을 추천한다. 우리와 별다를 바 없이 세 아이를 키우던 중국인 어머니가 이스라엘에서 경험한 유대인 교육을 바탕으로 깨달은 점들을 기록한 책이다. 유대인 교육에서도 집안일은 중요한 요소로 강조된다. 이 책을 통해 부모의 역할과 교육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