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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5.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1.‘법영상분석연구소’ 황민구 소장

'영상'은 가장 진실한 증인, 진실을 캐내는 것이 '영상 분석'

‘백 번을 들어도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백문이 불여일견’. 


이는 뭐든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준다. 눈으로 보는 것, 눈앞에 그대로 보이는 것은, 곧 ‘사실’을 의미한다. 세상의 온갖 영상을 수없이 보고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누구도 몰랐던 ‘사실’과 숨겨진 ‘진실’을 찾는 법영상분석 전문가, 그가 바로 황민구 박사다.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것’.

영상 화면 속에서 진실을 찾는 영상분석가 황민구 소장에게 이 말은, 지금까지 그를 지탱해 온 신념이자 지금의 자리에 오게 한 버팀목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고 단순한 말이지만, 이를 소신대로 실천한다는 것은 사실 쉽지 않다. 


지난 10년 간 수없이 영상을 분석해 온 황민구 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법영상분석의 최고 전문가이자, 일인자다. 현재 인천시 송도에서 법영상분석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황민구 소장은 현장 사진과 CCTV 영상 등 하나의 실체적 진실이 보일 때까지 수백, 수천 번을 보고 분석하면서 의뢰인에게 마지막 ‘희망’을 선사하고 있다. 의뢰인과 계속 소통하면서 ‘다른 곳에서 못 보고 놓치는 영상 속 부분’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감정하는 것이다. 





의뢰인의 아픔 공감하며 진실 규명하는데 최선


우리 사회에 어떤 사고나 사건, 범죄가 발생했을 때 경찰서, 검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국방부 등 관련 국가기관에서 조사를 하기 마련이다. 각 기관에는 영상을 분석하는 부서가 있기도 하다. 어떤 수사든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기본 중에 기본이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그 장면을 찍은 영상이 가장 중요한 증거로 확보된다. 그런데 영상이 흐리거나, 오래 됐거나 조작됐거나 편집됐거나 등등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울 때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영상분석 전문가가 필요하다. 


법영상분석연구소 황민구 소장을 찾는 이들은 증거 영상이 있지만, 진실을 밝히지 못 할 때 억울함을 풀고자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온다.


“연구소에서는 의뢰를 제한해서 받기 때문에 한 사건에 대해 시간적 여유를 갖고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먼저 사건 내용을 파악한 후, 영상 재현과 시물레이션 등을 통해 진실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제가 재판에도 직접 참여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합니다.”


황민구 소장은 의뢰받은 영상을 단순히 분석만 하고 끝내지 않고, 의뢰인이 처한 어려움과 아픔에 공감하면서 적극적으로 진실을 규명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뒷이야기를 담은 저서 ‘천개의 목격자’를 펴냈다.





저서 ‘천개의 목격자’ 펴내


저서 ‘천개의 목격자’ 서문에서 그는 “나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은 모두 희망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희망은 언제나 나를 모니터 앞에 앉게 한다. 끔찍한 영상들 앞에서 눈을 감고 싶을 때, 이안에 누군가에겐 간절한 진실이 담겨 있다는 생각을 하면 다시 눈이 떠졌다. 하나의 영상 파일을 붙들고 씨름하며, ‘네가 본 게 뭐야.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집요하게 묻다 보면, 어느 순간 정답이 있는 구간이 섬광처럼 내 눈을 스치고 지나갔다”고 밝혔다.


영상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영상 이면에 숨어서 거짓말을 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다. 황 소장이 앞서 나온 ‘보이는 것을, 보이는 그대로 말하는 것’을 기본으로 지키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상은 가장 진실한 증인이며, 그 진실을 캐내는 작업이 영상 분석이다. 


그는 10년간 영상 분석을 하면서 별의 별 일을 다 겪어보았다. 돈으로 회유하여 그의 눈을 가리려고 하는 사람, 크게 알려질 것이 두려워 침묵을 종용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황민구 소장은 ‘본 것을 그대로 말하는’ 근본을 지켜왔다. 영상은 더하고 뺄 것도 없는, 그저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는, 가장 진실한 증인인 것이다. 

황 소장 본인 스스로가, 보이는 것을 그대로 말하지 못 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다. 그래서 어떤 유혹이나 불의에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정의를 위해 기꺼이 재능 기부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2014년 세월호 참사, 그리고 최근의 서울 이태원 압사 사고까지 그동안 우리 사회에 굵직굵직한 대형 참사가 많이 터졌다. 인재에서 비롯된 이러한 참사는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고 전 국민을 안타깝게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형 사고나 사회적 이슈 등 큰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국가기관은 황민구 소장에게 영상 분석 의뢰를 한다. 그는 “갈수록 좀 더 전문화된 분석을 필요로 하는데 CCTV, 블랙박스 등 현 사회에서 거의 모든 증거물은 영상매체이며, 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당연히 분석을 한다”고 말했다.


“사회 이슈와 관련한 영상 분석은,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실현한다는 의미도 있고 학자로서 제가 배운 것과 재능을 활용해 널리 이롭게 하겠다는 사명감도 있기에 기꺼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진 지식과 능력을 단지 돈벌이로만 사용한다면 저는 굳이 이 일(영상 분석)을 할 필요가 없어요. 진실을 규명하는 영상 분석가이자 학자로서, 안타까운 사고, 사건에 희생된 분이나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정말 감사하고 보람 있는 일이죠.” 


황민구 소장은 마지막으로 “진실을 찾는 노력, 그리고 진실을 규명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이면 결국 사회가 바뀐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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