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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5.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2. 소설가 김동식

편견과 상식의 틀을 깬 ‘새로운 소설가’의 탄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이름 없는 작가가 인기 소설가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이는 무명 배우가 스타가 될 확률처럼 희박하다. 더구나 문예창작이나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소설가를 꿈꾸며 꾸준히 글을 써 온 사람도 아니다. 김동식 작가는, 세상의 편견과 상식을 완전히 깬 소설가이다. 매우 독특한 이력을 가진 젊은 소설가, 김동식 작가를 만나보자.



글을 오랫동안 써왔다고 자부했지만, 사실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게 글쓰기이다. 

‘기계에서 뚝딱 나오는 붕어빵처럼 글도 그렇게 뚝딱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있다. 


글을 써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멋진 소설 한 편 내는 게 로망일 것이다. 물론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설을 써서, 유명한 작가가 되는 로망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처럼 작가 김동식은 어느 날 혜성처럼 등장했다. 문학을 전공했거나 습작으로 글을 써온 사람도 아니었다. 첫 소설책을 내기 불과 1년 전까지 그는 서울 성수동의 주물공장에서 10년 넘게 일하던 노동자였다. 마치 현실이 소설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의 주인공, 올해 서른아홉 살의 김동식 작가다.



공장에서 일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짧은 소설 올려


“어릴 때부터 꿈이 없었다.”는 청년은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 성수동의 지하 주물 공장에서 일했다. 지퍼나 단추 등을 만드는 고무 금형 틀 앞에서 아연물을 국자로 떠서 회전하는 틀에 천천히 붓는 반복 작업을 종일 했다.


“제가 공장에서 하던 일이 '단순 반복 작업'이라서, 망상을 정말 많이 했었습니다. 그중에 하나를 써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려본 거죠. 누구나 창작 소설을 막 올리는 게시판이었거든요. 저도 막 써도 되겠다 싶어서 올렸는데, 첫 글에 달린 칭찬 댓글이 정말 좋아서 중독된 겁니다. 어쩌면 글쓰기에 꽂혔다기보다는, 댓글에 꽂힌 거죠.”


‘재미있다’ 부터 하다못해 ‘맞춤법이 틀렸다’ 등 자신의 글에 달린 반응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글에 달린 댓글은 그가 글을 계속 써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글을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으니 처음엔 맞춤법도 엉망진창이었다. 조언 댓글을 선생님으로 삼고, ‘글 잘 쓰는 법’을 검색해 독학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글을 써서 꾸준히 올렸다. 얼마 지나 공장을 그만둔 후에는 반지하 방에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썼다. 2016년 5월, 첫 글을 올린 이후, 1년 6개월 동안 올린 글이 350여 편에 달했다. 원고지 1만장, 장편 소설 10권 분량이다. 그러다가 그의 인터넷 독자였던 어느 사람이 출판사를 소개했고, 이 무명작가는 소설가로 화려하게 데뷔한다. 단편을 묶어 세 권을 동시에 출간했다. '회색인간' '세상에서 가장 약한 요괴' '13일의 김남우' (요다刊)이다. 2017년 말에 나온 소설은 두 달 만에 5쇄를 찍으며 2만부가 나갔다. 천부도 팔리기 어려운 소설 시장에서 소위 말해 대박을 친 것이다.



짧고 쉬운 소설, 재미있는 이야기로 승부


최근 ‘김동식 소설집’ 10권을 완간하며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한 김동식 작가는 자신의 경쟁력이 ‘짧은 소설’이라고 말한다.


“제 소설의 특징은 짧고 쉽다. 이게 결정적입니다. 요즘은 볼만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입니다. 사실은 너무 많아서 고르기가 힘들죠. 넷플릭스에서 뭘 보는 시간보다, 뭘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다는 우스갯소리에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콘텐츠가 너무 길면 내가 내 시간을 '투자'하는 듯한, 손해 보는 기분이 듭니다. 결국은 짧은 콘텐츠에 손이 가게 됩니다. 또 하나 제 소설은 쉽다는 것이 강점입니다. 동영상 시대가 온 뒤로 독해력이 굉장히 떨어졌습니다. 독자 입장에서 독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 더 친절한 다른 콘텐츠를 찾아갑니다. 제 소설은 짧고 쉬우니 재미있는 영상물 한 편 보듯,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이죠.”



보통 ‘소설’이라고 하면 단행본 한 권 분량의 장편소설을 떠올리는데 스마트폰 시대에 맞춰 초단편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보통 단편 소설이 원고지 80매 분량인데, 초단편 소설은 20~30매 분량으로 소설 치고는 매우 짧다. 김동식 작가는 최근 '초단편 소설 쓰기'를 펴냈다.


“아무래도 제가 정식으로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다 보니까,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았습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 강연도 몇 번 했는데, 아예 책으로 정리해보자고 해서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초단편 소설 쓰기에 누가 관심이 있을까 걱정했는데 많은 분이 짧은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이거 이러면 재밌지 않을까?' 필터 거쳐


책을 읽지 않는 시대, 더구나 소설은 더 안 읽는 시대에 '소설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떨까? 

김동식 작가는 “소설가라고 집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으로 바쁘게 강연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제 책을 재밌게 본 독자가 많아서 쉴 틈 없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글 쓸 시간이 부족해질 정도에요. 하지만 여전히 3일에 한 편씩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평소 소설가의 장점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코로나 시기에도 이를 증명하게 될 줄을 몰랐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도 글 쓰는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의 소망이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당장 해야 할 일만 하면서 살아와서 꿈이나 목표를 세우는 버릇이 없다.”고 하면서 “목표를 굳이 세우자면, 지금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한다. 

“영원한 건 없겠지만, 지금처럼만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 소설가를 꿈꾸는 이들, 필자도 알고 싶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말도 있는데, 끊임없이 소설을 쓰는 힘, 그리고 아이디어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제가 쓴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아주고, 서평을 해준다는 것이 엄청난 동력이 됩니다. 사실 작가로 행복하니까, 저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계속 글을 쓰는 것입니다. 소설의 소재나 주제는 제가 평소에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얻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뭘 보든, 무조건 '이거 이러면 재밌지 않을까?' 필터를 한 번 거쳐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제가 일상에서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인터넷과 동영상 콘텐츠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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