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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8.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5. 엄홍길 대장

‘히말라야 16좌 완등’,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곳, 해마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오르지만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곳.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를 품은 산, 바로 히말라야이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설산 8,000미터 급 16좌를 완등한 산악인이 엄홍길 대장이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아무리 산에 오른 경험이 많고 체력과 정신력이 뛰어나다 해도, 8,000미터를 오른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입니다. 신이 받아줘야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산을 서른 여덟 번 오르면서 겪었던 수많은 위험과 고비를 생각하면 살아도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산에 오르던 어느 순간, 정상 밟기에 성공했느냐, 실패했느냐는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서 산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기에 끊임없이 올랐을 뿐이다. 

엄홍길 대장은 1988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작으로, 2000년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완등했으며, 2004년 얄룽캉봉, 2007년 로체샤르에 오르면서 세계 최초로 16좌를 완등한 산악인이 되었다.



생사고락 함께했던 고귀한 동료들에게 상을 바치다

2019년 11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2019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이 열렸다. 그 해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 영웅으로 엄홍길 대장이 선정되었다. 

헌액식을 주최한 대한체육회는 “엄홍길 대장의 불굴의 도전정신이 전 국민에게 희망을 준 점을 높이 평가해 ‘2019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2020년 창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고 국민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안겨준 체육인을 예우하기 위해 2011년부터 스포츠영웅을 선정해왔다.


역대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선정자는 2011년 고 손기정(육상), 2016년 김연아(피겨스케이팅), 2017년 차범근(축구), 2018년 고 김일(프로레슬링), 김진호(양궁) 등 12명이다. 

엄홍길 대장은 헌액식에서 “히말라야는 제게 이루고자 하는 꿈을 이루게 해주었고, 저를 살려주셨을 때는 베풀면서 살라는 깨우침을 주었다.”면서 “이번 헌액은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고귀한 동료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엄홍길휴먼재단 설립 12년, 네팔 오지마을에 16개 학교 지어

‘히말라야는 왜 나를 살려서 돌려보내준 것일까?’

1985년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등정에 처음 도전한 이래, 2007년 히말라야 16좌를 완등하기까지 엄홍길 대장은 서른 여덟 번 등정에 도전했고 실패를 거듭했다. 엄 대장은 히말라야 고봉 16좌 완등을 마치면서 자신과 약속했다. 오늘의 영광을 준 히말라야와 삶의 터전인 산간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선물하겠다고. 죽음의 고비를 수차례 넘으면서 그가 놓지 않은 것은 ‘희망’이다. 산에서 내려 온 후, 이제는 인생 17좌에 오르기로 다짐했다. ‘인생 17좌 등정’의 첫 시작은,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한 것이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첫 사업으로 히말라야 오지 마을에 학교를 지었다. 2010년 에베레스트 산자락, 4,060m 오지마을 ‘팡보체’에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줄 학교가 세워졌고 지금까지 네팔 오지마을에 16개 학교가 지어졌다.



네팔에서는 즐기는 여행이 아닌, 현지인의 삶으로 들어가라


“히말라야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를 품고 있는 곳이지만 그 높이만큼 깊은 빈곤이 지배하는 지역입니다. 빈곤한 그들의 현실은 설산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또한 등반 중 불의의 사고로 설산에 묻혀버린 동료 등반가들과 세르파에 대한 안타까움도 상처로 남아 있었습니다. 히말라야에 오르면서 그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습니다. 히말라야에서 얻은 감동과 영광을 그들에게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설립 당시, 네팔 오지마을에 16개 학교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목표를 이루었다. 히말라야가 있는 네팔은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문명이 거의 미치지 않은 이곳은, 히말라야를 비롯해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다.


“네팔은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곳입니다. 산을 오르고 산길을 트레킹 하면서 자연의 위대한 경관을 느끼고 신성한 기운을 받습니다. 관광지처럼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뭔가 자신만의 주제 의식을 가진다면 여행이 더욱 의미 있고 무게가 느껴질 것입니다. 자연 속을 거닐며 환경을 생각한다든지, 현지인과 대화를 나눈다든지, 쓰레기를 줍는다든지 작은 봉사활동이나 나눔을 실천한다면 그 속에서 진정한 행복과 보람을 얻을 것입니다.”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중요

어느 곳을 여행하듯 단순히 관광지만 둘러보기보다, 현지의 학교나 마을, 시장 등을 찾아가, 현지인의 삶을 직접 겪어보는 것은, 누구에게나 귀중한 경험이 된다. 우리 보다 어렵게 사는 나라에 갔다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을 선물하거나 현지인의 일을 도와주는 것도 보람 있을 것이다. 현지인의 삶속으로 들어가, 제대로 보고 느낀다면 두고두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엄홍길 대장은 “산도 인생도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는 더 없이 풍요롭고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최하위”라면서 “사람들이 올라가려고만 하고 자신의 자리가 영원할 거라 생각하는데, 중요한 것은 내려가는 것이며 내려갈 때를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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