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아트로 ‘동심’의 세계를 펼치는, ‘공기 조각가’
고홍석 작가는 10대에 베체트씨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모든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에 시달리며, 통증이 사라지면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각장애가 생기는 병이다. 결국 그는 시력을 잃었다.
‘동심’의 세계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소재가 ‘풍선’ 아닐까.
알록달록 수많은 풍선이 펼쳐져 있는 풍경은 누구에게나 환한 웃음을 주며, 동심으로 돌아가게 해 준다. 아이에게는 꿈꾸는 희망을, 어른에게는 동심과 추억을 선사하는 풍선. 이 풍선을 예술의 세계로 이끄는 이가 있다. 풍선 아티스트, 고홍석 작가다.
축하하고 싶은 날, 기념하고 싶은 날, 특별히 기뻐할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풍선’이 등장한다. 아이의 손에 꼭 쥐어있는 풍선 하나. 순간 줄을 놓치고 풍선은 두둥실 하늘 위로 날아간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풍선! 파란 하늘 향해 올라가는 풍선은,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꿈과 희망을 선사한다.
이제 풍선은 단순히 아이들의 놀이감이 아니다. 알록달록한 풍선이 이 사람의 손을 거치면 예술로 변한다. 풍선을 이용해 아름다운 작품 세계를 창조하는 사람. 고홍석 작가는 ‘풍선(벌룬) 아티스트’이다. ‘풍선 아티스트’는 풍선 안에 공기를 가득 불어넣기에 ‘공기 조각가’라고도 불린다.
그의 손에서 빚어낸 풍선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고홍석 작가는 20년 넘게 풍선 아티스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풍선’으로 훨훨 날아오르다
“공기를 넣어 커져가는 풍선에서 모습에서 인생의 소중함을 느껴요. 또 풍선 안에 담겨있는 공기가 빠져나갈 때는 평온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풍선으로 공간이 채워질 때 소중함은 더해지지만 한순간 풍선이 터져버리면 허무해 집니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요? 어떤 것이든 양면성이 존재합니다. 풍선은 결국 (바람이 빠져) 없어진다고 하지만 풍선이 사라지는 것은 새로운 작업을 위한 해체입니다.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입니다.”
풍선은 흔히 둥근 형태의 라운드 풍선과 직선 형태의 요술풍선이 있다. 고홍석 작가는 풍선을 주요 소재로, 다양한 작품을 표현하기 위해 일상 소재인, 스티로폼, 용기, 일회용 뚜껑, 스틱 등을 사용한다. 고홍석 작가와 풍선의 만남은 그저 우연이기 보다는 필연이라 할 것이다. 그는 풍선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고 꿈과 희망의 상징인 ‘풍선’처럼 훨훨 아날올랐다.
국내외에서 수많은 초청 강연과 개인전 열어
다채로운 풍선 아트 세계에 놀라는 것도 잠시, 이를 만든 작가가 시각 장애를 가졌다는 사실은 더 큰 놀라움을 준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홍석 작가는 10대에 베체트씨병 진단을 받았다. 이는 모든 신경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에 시달리며, 통증이 사라지면 시신경이 손상되어 시각장애가 생기는 병이다. 결국 그는 시력을 잃었다.
그러던 20대에 ‘운명’처럼 풍선아트를 만났다. 그는 빛과 어둠만 구분하는 시력, 그리고 섬세한 손가락의 감각을 이용해 다채로운 풍선 아트의 세계를 펼치고 있다.
1998년 풍선아트에 입문한 고홍석 작가는 1999년 풍선아트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했으며 2006년 제3회 퀄라텍스 국제 세미나(한국) 초청 강연, 2007년 퀄라텍스 이벤트(태국) 초청 강연, 2012년 말레이시아 SACC 신년장식, 2016년 싱가포르 PA BSIG Workshop 초청 강연 등 세계무대에서 활약했다. 또한 2015년 ‘포옹-안다, 안기다’, 2016년 ‘채움과 비움의 미학’, 2017년 ‘AMERICAN VISIONARY ART MUSEUM’ 고홍석 展(볼티모어, 미국,)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 패럴림픽 성공기원‘ Passion Connected, Challenge!’ 등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열었다.
시력 잃었지만, 풍선 아티스트의 삶은 계속 되다
“시각장애 1급 진단을 받았지만 예전에 또렷이 보았던 경험이 있고, 아직 어렴풋하게 보이는 시력이 남아 있기에 풍선아트를 하는 것이 가능하였습니다. 전문가과정 교육을 수료한 후 현장을 수없이 다녔습니다. 많은 이들이 풍선아트를 접하고 그 가치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습니다.”
그는 풍선아트의 대중화를 위해서도 부지런히 뛰었다. ‘고홍석의 매직벌룬 노하우’(2004) 라는 책을 냈고 강연, 전시회, 행사 등 풍선 아티스트로서 왕성하게 활동하였다.
몇 년 전, 미국 LA에서 전시회를 할 때는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제작부터 해체까지 관객들과 함께 진행하였는데, 퍼포먼스를 즐기듯 관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작가의 마음도 흐뭇한 시간이었다.
전시회나 강연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일은 작가에게 또 다른 기쁨이다. ‘풍선 아트’로 인해 그들이 큰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때, 풍선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행복도 크다.
“관객들이 행복하게 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풍선 아티스트로서 큰 보람을 느꼈다”는 고홍석 작가.
그의 시력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완전히 시력을 잃는다 해도 작업은 계속 될 것”이라는 그의 말에 가슴 뭉클한 감동이 저며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