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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9.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9. 최불암

대한민국 우리의 아버지

‘최불암’.


그 이름만으로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사람, 그가 최불암이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아버지’인 그를 배우로 한정짓기엔, 그가 가진 아우라가 무척이나 크다. 1980년대 ‘전원일기’의 김 회장과 수사반장의 박 반장, 그리고 근 10년 넘게 진행해 온 ‘한국인의 밥상’ 등 긴 세월을 국민과 함께 해 온 이가 최불암 선생이다.



‘아빠 언제 어른이 되나요, 나는 정말 꿈이 커요 빨리 어른이 되야지 - 그래 아가 아주 큰 꿈을 가져라, 안 된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 암 되고말고 넌 지금 막 시작하는 거니까’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1981년에 발표된 ‘아빠의 말씀’이라는 노래다.


몇 년 전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최불암 선생이 가수 정여진과 출연해 많은 이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아빠의 말씀’을 무려 40년 만에 다시 부른 것이다. 


‘아빠의 말씀’은 당시 10살이었던 정여진이 노래를 부르고 아버지 역할인 최불암 선생이 내레이션을 맡으며 전 국민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 때 내 나이도 10살이었다. 나 역시 이 때 이 노래를 매우 인상 깊게 들었다. 


당시에도 ‘아버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최불암’ 선생이었다. 방송에서 최불암 선생은 “당시 ‘전원일기’ 극 중에서 ‘금동이’를 입양했다”면서 “배우는 작가의 펜 끝에서 노는 것뿐인데, 모든 칭찬이 나에게 돌아오기에 아이들에게 뭔가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상’에 깃든 이 시대의 어른

전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을 받아 온 최불암 선생은 특히 한국의 전형적인 아버지 상을 보여주면서 ‘국민 아버지’로 각인돼 있다. 최불암 선생은 배우를 넘어 국회의원으로 재임하였고, 40년 넘게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후원회장이며, 10 여 년 전부터는 ‘제로캠프’의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화예술단체인 ‘제로캠프’는 ‘학교 밖의 청소년들’에게 문화예술을 통해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2012년 설립되었다. 


최불암 선생은 “우리 사회의 청소년 문제에 공감한 독지가와 각계 전문가, 교도소 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청소년들에게 직업 교육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로캠프는 2013년부터 매년 김천소년교도소 강당에서 소년들을 위한 뮤지컬 공연을 펼치고 있다.
  


매년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열리는 소년 수용자들의 공연 관람

매년 김천소년교도에서 열리는 공연에 꼭 참석한다는 최불암 선생은 “이곳의 아이들이 연극과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리는데, 직접 감정을 표현하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활동은 함께 어우러져 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공감하고 감동하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대를 통해 아이들이 감추었던 속마음을 드러내면서 자기애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이것만큼 빠르게 아이들을 교정하고 선도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는 과거 소년교도소에서 열린 공연에 참석했을 때, 현직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2000년 무렵, 소년 수용자들이 펼치는 공연을 보기 위해 막 공연장에 들어선 순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 김대중입니다” 

그는 깜짝 놀랐다.

“당시 대통령은, 연극 같은 예술 활동이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선도방법이라고 하면서 아이들을 위한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줘서 격려한 것이, 놀랍기도 하고 감동이었습니다.”


당시 무대에 오른 소년 수용자들이 합창을 했고 무대와 관객석 모두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그 때 뜨거운 감동을 받은 최불암 선생은 ‘이 아이들을 위한 일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

21세기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아직도 밥을 굶은 아이가 있으며, 숱한 방황 속에 죄를 저지르고 수용자가 된 청소년들이 있다.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예전 보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잘 살게 되었으면, 가난한 시절보다 더 큰 행복과 평화를 누려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오히려 시기와 질투, 분노와 적개심이 커진 사회가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은 TV와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이런 모순된 폐해를 빠르게 받아들입니다. 더구나 돈이 없으면 아이를 못 키우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몇 년 째 저출산, 자살, 이혼율이 세계 상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회에서 많은 청소년들이 가치관과 생각의 힘을 키우지 못 한 채 방황하다가 좌절하고 생명을 버리기 까지 합니다.”


그는 “청소년들이 가진 성향과 재능을 발굴하고 꿈을 지원하며 이들의 욕구와 욕망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러한 욕구와 욕망을 해소시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 어른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예술은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롭게 만들어

“예술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우리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해 줍니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누구든 자신의 존재감과 의미를 발견하면 자신을 사랑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노래, 연기, 난타, 비보이, 사물놀이 등을 배우면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누군가를 용서하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의미를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활동에 동참하겠습니다.”


브라운관에서 또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 감동을 주었고, 배우로서 받은 사랑을 우리 사회의 낮고 소외된 곳에 아낌없이 베풀고 있는 최불암 선생.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그가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지나온 삶은, 국민과 함께 울고 울었던 감동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자 아빠를 봐 올바르게 열심히 살았지. 이제 이 아름다운 세상은 네 것이야. 넌 지금 막 시작하는 거란다’


‘아빠의 말씀’에 나오는 그의 내레이션처럼,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 현 세대에게 뜨거운 응원과 희망을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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