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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19.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10. 강원국 작가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인생을 잘 살아내고자 하는 것

오랜 시간 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그 일에 숙달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일, 그것은 ‘글쓰기’가 아닐까. 글은 쓰면 쓸수록 어렵다고 했던가. 

두 전직 대통령의 연설담당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다양한 글쓰기 경험을 녹아낸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 작가라면 뭔가 노하우가 있지 않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글쓰기도 붕어빵을 구워내듯, 기계에서 뚝딱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글쓰기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생각해 보았다. 머리속에서 수 만 가지 생각을 짜내어 이를 정제된 글로 표현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어떤 장르의 글이든, 재미와 흥미, 감동, 고급 정보, 교훈 등을 줘야 글로서 가치를 지닌다. 즉 재미를 주든, 교훈을 주든, 어디에도 없는 고급 정보를 주든, 알맹이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고속도로를 질주하듯 장애물 없이 매끄럽게 읽히는 ‘가독성’과 글의 품격과 가치를 느끼는 ‘문장력’도 필요하다.



재미든, 감동이든 독자에게 뭔가를 주는 것이 ‘글’


“좋은 글은 독자에게 무언가를 주는 글입니다. 재미를 주든 감동을 주든 독자들이 모르는 사실을 알려주든, 독자에게 무언가를 주고 독자의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글이, 글로써 가치를 지니려면 독자에게 어떤 생각이나 깨달음을 줘야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이라는 것은, 내가 아닌 타인이 읽는 글, 즉 독자를 염두 해 두고 쓰는 글을 말한다. 강원국 작가는 사회 초년생 시절, 회사 홍보팀에 배치돼 우연히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후 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하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았고 직업으로 ‘글쓰기’를 이어왔다. 그 간의 경험과 글쓰기를 바탕으로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를 집필했다. 

기업에서 17년, 청와대에서 8년간 근무하며 수많은 글을 써온 그는 현재 전업 작가로, 또 글쓰기 방법을 전파하는 ‘강연가’로 활동하고 있다.



‘글 쓰는 일’에 끊임없이 의미와 동기 부여

30 여 년간 글을 써온 강원국 작가에게 단도직입으로 물었다. 

“글이 아닌 다른 직업을 갖고 싶은 적이 없었는지, 글쓰기가 정말 싫어서 이 일을 포기하고 싶은 적은 없는지….”

그는 한마디로 대답했다.

“매일 그래요!”

의외의 대답이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글을 쓰다보면 정말 쓰기 싫을 때가 있죠. 이결 ‘작가의 장벽’이라고 하거든요. 이럴 때는 슬럼프가 언제 오는 지 잘 생각해 보면 되요. 첫 번째 에너지가 다 소진이 됐을 때, 즉 번아웃 됐을 때 입니다. 더 이상 쓸 거리가 없는 것이죠. 이럴 때는 공부해야죠. 나가는 만큼 계속 채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말로 ‘앵코’ 납니다. 앵코나면 시동이 안 걸립니다. 밧데리가 방전되지 않도록 채워야 하는 것이죠.”


그는 슬럼프가 올 때를 잘 생각해서 이를 진단하고 극복해 나가야 글을 계속 써나갈 추진력을 얻는다고 한다.


“두 번째 슬럼프가 오는 순간은 남들의 기준치에 자신이 못 맞출 것 같은 불안감이 들 때입니다. 내 글이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죠. 이처럼 기대 수준을 높여도 슬럼프가 옵니다. 마지막으로 본인이 글을 쓰는 이유나 명분이 무엇인지, 글을 써야하는 목적의식에 회의가 들 때입니다. ‘내가 글을 쓰는 의미가 뭐지?’ 하며 회의를 느끼죠. 의미는 스스로가 만들어가야 합니다. 기고 글이든, 책 집필이든, 글로써 이룰 수 있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스스로 ‘글 쓰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내 인생을 글로 써서 자식들에게 남겨줘야겠다 등 스스로가 동기를 부여하면 글로 인한 슬럼프를 극복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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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듣는 경험과 생각은, 글의 좋은 소재


강원국 작가는 지금까지 글쓰기가 즐겁고 술술 잘 써져서 계속 이어온 게 아니라고 말한다. 어떤 때는 죽기보다 글쓰기가 싫고 정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스스로 끊임없이 글 쓰는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면서 슬럼프를 극복해왔다고 말한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 과연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자기만의 생각이 있어요. 그 생각을 만들기 위해 독서를 하거나 타인과 대화하면서 글의 소재를 찾고, 최대한 성의를 다해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건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타인에게 듣는 경험이나 생각이 글쓰기에 가장 좋은 소재가 됩니다. 글쓰기에 성의를 다한다는 것은 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마음에 들 때까지 계속 고치는 것을 말합니다.”



글이 안 써질 때는 산책, 독서 등 다른 일을

그는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안 쓴다.”고 한다. 잠이 오지 않는데 억지로 잠을 자려고 해봤자 잠이 더 안 오는 것처럼, 안 써지는 글을 계속 붙들고 있어봤자 글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는 산책이나 운동, 독서 등 다른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글이 안 써질 때는 다른 일을 해 보세요. 제 경우는 다시 글쓰기에 돌아오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합니다. 독서와 산책,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입니다. 이런 걸 하다보면 다시 글이 쓰고 싶어지고 저절로 글이 써지는 때가 옵니다.”


강원국 작가는 “자신만의 경험과 스토리를 많이 만들라”고 강조한다. 그는 “글을 잘 쓰려면 경험이 많아야 하고 경험이 많으려면 자신의 삶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한다”고 말한다.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의 발로입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기 이야기가 많고, 그 이야기가 글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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