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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은 Sep 20.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11. 김규흔 한과 명장

한과는 우리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 문화유산

우리나라 전통 과자, 한과. 

한과는 우리 고유의 먹거리지만,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에게 외면 받은 지 오래됐다. 그저 명절 때나 찾는 먹거리로 인식돼 온, 한과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 가치를 알리면서 평생 ‘한과의 길’을 걸어온 이가 있다. 

“한과는 우리의 삶을 담아낸 문화유산”이라고 말하는 이 사람. 최초의 한과 명장이자 명인인 김규흔 대표다.



‘세 살 버릇이 여든 간다’는 속담은 어릴 때의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고 있다. 

‘세 살 입맛이 평생 간다’고 말하는 김규흔 명장. 

그는 일평생을 한과와 함께 했다.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 한과는 제사 때나 명절에나 겨우 맛보는 귀한 음식이었다. 하루 하루, 맛있는 한과를 만들고 싶은 열망에 묻혀 살아온 그는 한과에 혼과 신념을 쏟아 부었다. 한과는 한마디로 그의 인생이자 운명이다. 그에게 한과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닌, 아련한 추억과 행복이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할머니와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한과, 평생의 길이 되다

“어린 시절, 배가 아프다고 하면 할머니는 찹쌀로 만든 산자를 꺼내 조금씩 쪼개서 제 입에 넣어주시곤 했어요. 저는 산자의 맛에 취해서 배 아픈 것도 잊어버렸죠. 발효로 인한 효능이 장운동을 촉진해 배 아픈 것이 나은 거죠. 요즘도 가끔씩 그 시절의 한과 맛을 떠올려요. 할머니의 애틋한 손자 사랑이 담겨있는 한과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과자였어요.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맛이 한과였기에 제가 한평생 한과의 길을 걸어왔는지 모릅니다.”


전통한과 명인, 대한민국 한과 명장 1호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김규흔 명장은 현재 신궁 전통한과 대표이기도 하다. 그의 한과는, 전수해 준 기법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새로운 한과 맛을 상상하고, 실험하고 개발하면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과물이다. 

그는 “우리나라 한과에서 ‘최초’가 붙는 건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지금까지 꿀약과, 홍삼약과, 녹차꿀약과, 초코 유과 등 150여 종의 한과를 개발했다.


“한과 중 대표적인 유과는 찹쌀을 천연 발효시켜 만든 발효식품입니다. 우리의 김치와 된장처럼 소화를 돕는 효소가 있어 위장의 기능도 높여줍니다. 그야말로 한과는 외국 과자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식품입니다.”



경기도 포천에 ‘한과문화박물관’ 세워

그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알려주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져 가는 우리 아이들에게서 한과의 맛을 알리고 올바른 음식문화를 일깨우기 위해 2008년 경기도 포천에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을 세웠다.


한가원의 1층 전시실에서는 한과의 제작 과정과 한과 재료, 한과의 역사와 유래, 다양한 한과 종류를 살펴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서는 계절에 따른 한과, 전통 차와 어울리는 한과, 한과와 세계 과자, 한과의 제작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한가원에는 아이들이 직접 한과를 만들어 보고 체험하는 시설도 운영하고 있다.


“길 곳곳에 꽂아둔 이정표처럼 한과문화박물관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한과문화박물관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전통 얼과 장인의 혼이 담긴 전통한과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전통한과가 세계에 우뚝 서는 데 일조하고자 합니다.”


달팽이처럼 느려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한과의 길을 걸어왔다. 올해로 한과 만들어 온 지, 꼭 40년째. 지금도 그에게 한과는 어려운 존재다. 결과물이 매번 똑같이 나오지 않는다. 그가 미래를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신조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한과를 개발하는 한편, 미래의 유통 과정이 어떻게 변화할지 끊임없이 공부했다.


한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꿈꾸다

“내 인생의 길은 좁고 내 걸음은 달팽이 걸음처럼 느렸습니다. 작은 한과 공장을 시작으로 한과를 접했고 달팽이처럼 더딘 걸음이지만 부지런히 걸어왔습니다. 제 갈 길을 아는 사람에게 세상은 길을 비켜준다고 합니다. 더 많은 한과를 만들며 정성을 들이고, 회사를 키우고, 힘든 고난의 길을 지나 우리의 작은 역사를 담은 한과를 한 입 베어 물며 이제야 한숨을 돌립니다.”


김규흔 명장의 앞으로 꿈은 ‘한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다.


“한과는 우리의 문화 그 자체입니다. 우리 한과가 세계 각국의 여러 과자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책도 썼습니다. 한과문화박물관 ‘한가원’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 한과를 알리는 활동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우리 한과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날을 꿈꿉니다. 또한 한과 마이스터 대학을 설립해 ‘한과 장인’을 양성했으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한과 전문연구소’를 설립해 한과의 가공 기술을 연구했으면 하는 것이 제 작은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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