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은 Sep 26. 2023

허주희의 人 인터뷰 17. 건축가 최시영

장례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호텔 납골당' 설계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면, 누구나 감탄을 하게 된다. 

저 건물은 누가 지었을까. 이것이 과연 인간이 만든 것인가? 

건축가는 어떤 마음과 철학으로 건축물을 완성하는가. 

어느 해 겨울, 건축가 최시영 대표를 만났다. 

우리가 꿈꾸고 상상하던 건축, 삶과 죽음까지 연결하는 건축, 그 이상의 것을 발견하였다.


번잡한 도심 한 가운데를 걷다가, 혹은 한적한 외딴 길을 걷다가도, 문득 시선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다. 멋들어지게 지어진 집과 건물이 그것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멋진 건축물을 보면, 저 건물은 누가 지었을까? 

내부는 또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건축가이면서 리빙액시드를 운영하는 최시영 대표를 만나면서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최시영 대표는  몇 년 전, 전 세계에도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납골당 호텔’을 지었다. 



정원을 중심으로 납골당과 호텔을 한데 묶

‘납골당’이라고 하면 대개 어둡고 침침하고 우울하고, 그저 산 사람이 가족이나 지인이 묻혀있는 곳에 침울한 얼굴로 왔다가 잠깐 머물고 가는 곳이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한 '이천 에덴 파라다이스 호텔'은 국내 최초의 '납골당 호텔'로 불린다.

최시영 대표가 설계한 ‘납골당 호텔’은 우리가 생각하던 납골당의 이미지를 단숨에 깨버린다. 이곳은 마치 휴양지 같다. 더구나 사랑하는 이가 잠들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애처롭지만 더욱 의미 있고 아름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고, 그 속에서 위로를 받으며 휴양하듯이 오래도록 머물고 간다. 


야트막한 산자락 아래, 잘 가꾸어진 넓은 정원, 그 정원 안에서 향긋한 차를 마시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자연 속의 호텔에서 잠을 자고. 이곳이 단순히 납골당이라고는 상상이 안 된다. 마치 지상낙원처럼,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곳이다. 무엇보다 이곳은 내 부모님이나 사랑하는 가족이 잠들어 있는 곳이 아닌가. 이 보다 더 아름답고 의미 있는 공간이 어디 있을까? 최시영 대표는 “어쩌면 이곳은 산 자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이곳을 둘러본 사람들은 이제껏 보지 못한, 문화적 충격을 받아요. 어제도 가구를 디자인하는 부부가 와서, 바로 납골당을 계약하더라고요. 자신들이 묻힐 곳을 미리 결정하는 것이죠. 이런 컨셉의 납골당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어요. 이곳의 주요한 공간은 정원입니다. 정원을 중심으로 카페, 레스토랑, 티하우스, 도서관, 컨벤션센터, 호텔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지요. 정원 속에 이런 문화적인 공간이 한데 어우러진 납골당입니다. 이곳은 죽은 자를 묻어두는 곳이지만, 산자를 위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모든 시설은 일반인이 다 쓸 수 있지만, 봉안당은 크리스챤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이곳의 주인은 목사님이에요. 납골당과 호텔을 한데 묶어 짓는 것을 허락한 건축주지요. 이 분의 결단은 우리의 장례 문화까지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며 오래도록 머물고 싶은 공간


최시영 대표는 “누가 납골당에서 잠을 자? 누가 납골당에서 결혼식을 해? 사람들이 이 같은 질문을 계속 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정원(Garden)”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연신 놀라면서 의문을 품는 일들이 현실로 이뤄진 것이다.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은 납골당,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를 추억하며, 마음으로 위로받고 다시 살아가는 힘과 에너지를 얻는 곳. 상상으로만 그려지는 그 곳을 당장이라도 가보고 싶다. 

이 ‘납골당 가든과 호텔’은 최시영 대표가 지난 30여 년간 건축가로 살아온 숱한 경험과 연륜이 응집된 결과물이다. 


삶과 죽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곳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하나로 연결된, 시공을 초월한 공간이 아닌가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