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에 ‘장애’를 접목하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동화 제목이다. 이 동화를 비롯해 그동안 수많은 동화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동화작가가 바로 고정욱 작가다. 북한산 세 개의 봉우리가 통창 너머에 우뚝 솟아있는 고즈넉한 카페에서 향긋한 커피를 마신다. 어느 해 늦가을,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카페에서 고정욱 작가를 만났다.
바쁘게 활동하는 이의 얼굴에는 피곤함 보다 활기가 돈다. 이는 돈벌이를 떠나서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고정욱 작가도 그런 사람이다. 전국 곳곳을 다니는 인기 강연가로, 또 수 십 년간 동화를 써온 동화작가로 그는 지금까지 무려 300권의 가량의 책을 집필하였다.
동화작가라는 타이틀과 함께 고정욱 작가는 전국 방방곡곡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고, 복지관, 기업 등에도 출강하는 등 어엿한 강연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4년에만 약 300번의 강연을 했고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로 강연 취소가 있었음에도 260번의 강연을 펼쳤다. 그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진로, 인성, 특기, 적성, 독서, 진로 등 다양한 주제로 진솔한 강연을 펼치면서 많은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그 자신이 장애인으로 살아야 했지만, 작가의 꿈을 키우며 부단히 노력하였다. 수많은 동화를 쓰면서 좋은 작품을 내 놓았고 이를 통해 세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학부모 교육과 교사 교육 강연을 부탁하며 전국의 학교에서 그를 부르는 것이다.
그에게는 ‘시간이 곧 돈’인 셈이다. 건강한 일반인도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다. 당연히 매니저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는 휠체어를 타는 신체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해낸다. 그것이 자신의 변치 않은 신조라고 한다.
“휠체어를 차에 싣고 직접 운전해서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니저를 쓰거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습니다. 장거리는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유동성 있게 움직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유달리 싫어하였습니다. 나 혼자의 힘으로 모든 걸 해 내고 살 길을 모색하자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신체가 불편하여 스스로 못하는 것은 누군가 해줘야하지만 기본적으로 스스로 한다는 것이 저의 신조입니다. 힘들지만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하고 있고, 그런 만큼 보람이 더 큽니다.”
고정욱 작가는 “누군가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매니저가 받는다면 얼마나 인간미가 줄어들겠느냐”면서 “내가 하는 일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사람을 쓰겠냐? 그럴 돈이 있으면 장애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에 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인세 기부하며 나눔 활동도 펼쳐
고정욱 작가는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가방 들어주는 아이>, <나의 눈이 되어 준 안내견 탄실이> 등 수많은 동화책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동화작가이자, 일찌감치 인세를 기부한 ‘기부 천사’이기도 하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지만, 장애를 딛고 작가의 꿈을 이룬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동화처럼 감동을 자아낸다.
작가로서 첫 인세 기부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를 만나면서 시작됐다. 네 손가락만 가지고 피아노를 친다는 희아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취재해서 썼다. 대개 출판계약은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인세를 나누는 것이 관행이었다. 주인공인 희아에게는 소재 제공비가 한번 나가고 끝이었다. 당시 고 작가는 주인공인 희아도 저작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자신의 인세에서 1% 양보하고 그림 작가도 1%, 출판사도 1% 내놓음으로서 희아가 인세 3%를 갖도록 했다. 그렇게 관행을 고치고 인세를 양보한 것이 통했는지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는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의 책 <가방 들어주는 아이>도 방송에 소개된 두 달 동안 인세 전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희아의 일기>와 <가방 들어주는 아이>의 인세를 기부하니 저의 대표작이 되고 책도 잘 팔리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기부를 하니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평생 500권 책 쓰고, 전 세계 100개국에 펴내고, 노벨문학상 받는 것이 목표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이라는 책에 3가지 기도가 나옵니다. 주님 저는 당신의 활입니다. 부러지지 않게 살살 당겨주세요. 그리고 저를 세게 당겨 주세요. 마지막으로 세게 부러뜨려주세요. 활은 그냥 두면 쓸모없는 물건이 됩니다. 활이라면 힘껏 당겨야죠. 저는 40대 넘어 비로소 소명을 발견하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왜 나만 억울하게 장애인이 되서 억울하게 살아야하나’ 원망이 많았습니다. 수많은 강연을 하면서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려고 장애인이 됐구나, 비로소 소명을 깨달은 것이죠. 강연을 다니고 글 쓰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고정욱 작가의 3가지 기도는 첫 번 째 세상을 하직하는 날까지 500권의 책을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 세계 100개국에 책을 내는 것이고 세 번째는 세계 최초로 장애인 작가로 노벨 문학상을 받는 것이다.
작가로 살아온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꿈과 소명이 생겼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고정욱 작가. 스스로 ‘긍정 대마왕’이라며 웃는 그를 보며, 소명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