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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Dec 02. 2019

경력사원의 함정

40대 직장인, 엄마 그리고 여자의 사건들

수수료율  , 수수료율 평균 계산의 난이도



흔히들 '경력사원'이라 하면 채용해서 업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말한다.

더더욱 기존 경력이 현재 업무의 연장선에 있었을 때는 더 의심할 나위가 없다.


우리 팀은 유통회사 내에서 수출을 담당하는 부서로 영업 업무의 마이너 부서이다.

회사의 업이 수출이 전문이 아니다 보니 아무래도 규모도 작다.


실제 관리해야 하는 숫자도 다른 팀 대비해서는 간단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매월 보고하던 수수료율이 잘못된 것이다.


이것을 찾아낸 차장의 얘기는 그렇다.


"팀장님, 누적 수수료율을 지금까지 잘못 구하고 있었습니다. 연간 누적 수출금액합이랑 누적 수수료로 계산을 했어야 하는데 매월 수수료율의 평균을 내고 있었더라고요. 이걸로 계속 보고했는데 어쩌죠..?"


우리 팀 raw data는 팀의 유일한 과장급 경력사원으로, 연초에 대형마트에서 온 과장이 담당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raw data상에 수수료 계산식도 틀려있었던 것이다.


올바른 식 : (판매가-매입가)/판매가

틀린    식 : (판매가-매입가)/매입가


이런 식으로 0.X% 가량이 더 높게 관리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각 상품별 실적은 전산상에 입력되어 있고, 세금계산서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출액이나 수출이익에 문제는 없다. 다만 팀 내부에서 관리하고 보고하고 있던 실적 진척 장표상 오류가 있었던 것이고, 이 오류로 내내 나는 줄곧 보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상상조차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 의 평균을 구해서 보고할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고, 그 간단한 식이 틀려있을 것이라고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사원, 대리도 아닌 과장이 아닌가...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보고서를 만드는 차장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허위보고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정상적인 상황이면 다 잘려야 돼요. "


어마어마한 일이라 생각되었고, 나는 과장과 차장의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회사 경영진 이슈로 경영진 교체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으로, 기존 경영실적의 히스토리의 잘잘못을 질책할 경영진이 부재한 상태이다.  큰 잘못을 저지른 팀장 입장에서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천운인 듯하다.


'대체 왜 왜 왜.. 확인을 안 했던 것일까, 대체 왜 왜 왜 그는 그렇게 만들었을까.. 대체 왜...'

후회와 책임감과 더불어 책임전가의 마음들이 혼재되어 몰려왔다.


대체 누구의 잘못일까.


"저도 이거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고민을 많이 해서 작성했던 건데요... 어차피 비슷한데, 저희한테 유리하게 숫자가 나오는 게 더 맞는 거 아닌가 싶어서.."


더더욱 심각한 것은, 단순한 산수식의 오류가 아니라 그 경력사원으로 입사한 과장은 수수료의 개념을 몰랐던 것이다. 

수수료율은 영업의 결과인데, 그 결과값이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게 유리한 게 아니지 않는가!

그냥 정말 영업의 성과를 팩트에 근거해서 관리하고 보고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자료인 것이다.


"아니 과장님, 전 직장에서 이익 안 보고 일했어요? 이익률 구하는 거잖아요."

"아, 그때는 매입가가 아니라 원가여서.."

"엥? 원가든 매입가든 우리가 애초에 보유한 상품 가격이 있을 거고, 그걸 상대방에게 판 가격이 있을 거잖아요. 가격은 두 개고 그 차이가 얼마나 났느냐를 구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남겼는지를 보는 간단한 건데.."


와 정말..

세상에나 이런 정도였나 싶었다.


그는 특별채용으로 회사에 입사해서 우리 팀에 배치된 인력이었는데, 수출 업무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대형마트에서 B2B 영업을 해봤으므로 기본 거래의 개념은 장착되어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건만...



누구의 잘못일까?


이 일을 책임지라고 하면 책임자는 나다. 

나는 지금도 몹시 부끄럽다.


그가 하는 일을 믿었던 것인데, 내가 너무 방관했었는가.. 를 반성한다.


10년 가까운 업무 경력,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형마트 출신..

그런 것들에 내가 그를 너무 믿어버렸던 것 같아 괴롭고 부끄럽다. 


업무를 어디까지 검증하고 어디까지 신뢰해야 하는 것일까..


더더욱 나쁜 것은, 그가 이것이 단순한 실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수료율이 높은 게 우리 팀에 유리할 것 같다니? 그게 허수인데..


나도 경력사원으로 회사를 이직했고, 이직할 때마다 '채용'이라는 검증과정을 거쳤다.

채용할 때 이런 것까지 검증하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고.




팀에 가용한 인력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앞으로 나는 그를 어떻게 리드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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