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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펜슬 스커트 Feb 27. 2020

"좀 배워." - 커피 조공을 배우라굽쑈?

커피 조공을 평가에 반영할 건가요?

"좀 배워."


날마다 본부장에게 모닝커피를 한잔씩 사다 주는 팀장이 있었다.

그녀는 입사가 늦었지만 특유의 활발함과 친화력으로 입사 초반에 탐탁지 않아하는 본부장의 마음을 돌려세웠다.

업무적인 부분에서도 그녀는 작은 것 하나까지 모조리 보고를 하고 지원을 요청하며 열정을 불태웠다.

나는 그녀의 업무태도에 자극을 받고, 나의 부족함을 반성했다.


그녀는 업무외적으로도 본부장을 살뜰히 챙겼다.

모닝커피, 점심 식사, 저녁 식사에 이르기까지..


주 52시간 시행으로 업무시간외에 컴퓨터를 켜려면 시간 외 근무를 신청해야 한다. 그녀는 시간 외 근무를 꼬박꼬박 신청하여 아침 새벽 출근과 야근을 불사하지 않았다.

점점 내가 본받아 따라 하기에는 버거운 일들을 척척해내는 그녀를 보면서 '아, 나는 나만의 영역을 구축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아침, 본부장에게 보고 거리가 있어서 본부장 자리에서 보고를 하고 있는데, 그녀가 본부장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커피를 받아 든 본부장은 나를 보며, "좀 배워."라고 말했다.

'좀 배우라고? 아침 커피 조공을????'


본부장이 그녀의 열정적인 업무태도나 성실함에 대해서 배우라고 말을 했다면 나는 받아들였을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웠을 것이고 나를 반성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많은 장점을 지닌 그녀를 두고 배우라고 나에게 말하는 부분이 '커피 조공'이라니..

포인트를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은 거 아닐까?

설마, 정말로 그녀의 그 100만 가지 장점 중 가장 가르치고 싶은 것이 커피 조공일까..?


나는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본부장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조공으로 차별하니까 조공을 받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팀원이 이쁘다.

새해가 시작하면 복 많이 받으라는 카톡도 보내주고, 식사를 했는지 물어봐주고, 휴가를 다녀오면 작은 기념품이라도 사 오는 아이들이 있다. 

기본적으로 배려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겠지만, 내가 그들의 팀장이기 때문에 좀 더 챙기는 것일 것이다.

팀장도 사람이기 때문에 나에게 퉁명스럽게 말하는 팀원보다는 내 말을 잘 따르는 팀원이 훨씬 좋은 건 사실이다.


어떤 리더십 책을 보니, 팀에서 팀장의 의도를 대신 말해주고, 팀의 분위기가 팀장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수 있도록 조력자를 반드시 키워야 한다는 내용을 봤다.

실제 그렇게 하는 경우들도 많은 것 같고..


그런데 문제는 이런 조력자가 팀장인 '내게'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좋은 평가를 주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팀장인 내게 개인적으로 잘하는 것으로 눈멀어 버리면 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애티튜드와 아부는 다르다."


여기 두 종류의 직원, A와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는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경험이 많고 일의 결과물도 좋은 편이다. 그러나 A는 본인의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딱 시키는 일만 하며 새로 조직이 맡게 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A에게 지적을 하면 A는 그 원인을 자기 자신을 먼저 성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반면 B는 일에 대한 경험이 적고 결과물도 코칭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B는 업무를 맡겼을 때 먼저 부정적인 답변보다는 한번 살펴본 다음 본인이 할 수 있는 것과 협조가 필요한 것에 대해서 보고를 한다. B에게 지적을 하면 B는 자기가 한 일들을 먼저 쭉 정리해보고 개선점을 찾는다.


분명히 애티튜드와 능력은 다르다.

역량도 뛰어난데 애티튜드가 좋은 사람을 우리는 소위 인재라고 부른다.


최근 밀레니얼 세대가 생각하는 인재상은 다를 수 있겠지만, 일을 대하는 태도, 즉 애티튜드의 진성성이 있느냐는 세대를 뛰어넘는 불변의 가치이다.


여기서 능력이 좋은 직원 VS. 애티튜드가 좋은 직원으로 갈린다면 팀장의 평가는 어떻게 되어야 할까?


직장은 군대가 아니다.  연공서열식으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평가는 상대적이다.

상대적인 평가가 가능하려면 상대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각 개별 팀원들에 대한 역량평가가 다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반드시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애티튜드가 좋은 직원들은 결국 능력만 장착한 팀원을 능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한다. 


역량과 애티튜드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말한 이유는,  애티튜드와 아부의 구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애티튜드와 아부, 모두 보이지 않는 행동이라 눈에 딱 드러나는 결과물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많은 리더들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좋은 애티튜드'와 '본인을 향한 아부'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뭐, 사람에 따라서는 두 가지의 구분이 크게 상관없는 팀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더는 반드시 애티튜드와 아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조직의 성과와 연결되며 건강한 조직문화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는 회사로부터 권한을 받아서 회사가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전략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팀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그렇기에 절대 개인의 호불호, 개인의 편함만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애티튜드와 아부를 구분하자.

찐의 애티튜드를 가진 팀원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결국 나타난다.

아부만 장착한 팀원은 사상누각과 같은 존재이다. 


리더들이여, 커피 조공을 받기만 하지 말자. 

그것에 길들여지면 눈멀어지고 무능한 리더가 되며 결국 경쟁력 없이 밀려나게 될 것이다.


리더들이여, 애티튜드와 아부를 구별하자.

조직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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