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by 철슴도치

10년도 전에 쓰인 책인데 아직 유효해보인다. 교사는 “학교가 두렵다”. 많은 교사들이 읽어봤으면 한다.

저자 엄기호는 가볍지 않지만 그리 어렵지도 않게, 하지만 동시에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지고 우리네 사회의 문제들을 진단하며 독자들의 사유를 추동하는 글을 쓰는 사회학자다. 늘 교육에 관심이 있었다던 그는 이 책에서 평범하지 않은 (아직 교육에 열정을 잃지 않은 ‘탓’에 동료 교사와 관리자로부터 소외되고, 이제는 학생들과도 멀어질 걱정에 위태로운) 교사들의 면담을 기초 삼고 이를 사회학의 언어로 예리하게 구성해낸다. ‘교육의 불가능성’이라는 숨이 턱 막히는 단어로 현 “사회”를 진단하며 이야기를 시작하는 엄기호는 폐허가 된 학교를 잔인하다고 할 만큼 비참하게 기술한다. 그 속에서 여전히 교육가능성을 믿으며 분투하는 교사들은 너무도 연약하게 보인다.

어떤 교사는 이 책이 위로가 된다 하고, 어떤 이는 극히 절망적이라고 평한다. 교육의 기적을 믿고 이를 통해 꿈을 실현하려는 내게 이 책을 읽고 바로 든 첫 느낌은 좌절. 머리 위에서 총총히 빛나는 유토피아 형성을 위해 발 디디고 있는 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땅이 지하 깊숙이 위치한 하데스일 줄은 몰랐다.​​


<아래는 책 다 읽고 일부만 떠오르는대로 간략히 정리한 것! 내 정리글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심층적인 분석이 사유와 감성을 자극하는 책>

교실에는 수업이 불가능한 “널브러진 애들”과 수업이 불필요한 “공부하는 애들”이 수업붕괴를 일으킨다. 이 사이에는 “착한 애들”(이것은 엄기호의 분석대로 텅 빈 기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잘 알지 못해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무색무취의 친구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을 때, “아, 걔? 착해~”라고 말한다.)이 있다. 예전에는 관심 가질 필요 없이 인사만 해주면 되었던 말없고 존재감 없는 “착한 아이들”은 늘어나는 학교폭력과 우울증, 자살 등의 문제로 잠재적 위험인자로 관리해야 한다.

학부모는 응당 교사와 협력해야 하지만 입시 앞에서 교사를 믿지 못하고 관리하려 한다. 입시와 조금이라도 관련 없는 수업을 하거나 불법적인 0교시를 폐지하려하면 민원이 난무한다. 시험문제에 대한 민원, 학생의 진로와 부모의 희망진로가 다를 때 등 교사가 난처해지는 순간들도 많다. 게다가 학교폭력이나 안전 문제가 터지면 어떤가. 가해자의 부모건 피해자의 부모건 학교의 말은 믿을 수 없으며 담임 교사는 그간 무엇을 했느냐는 독박을 쓴다.

교사에게는 교사 나름의 사정이 있다. 하루에도 수도 없이 쏟아지는 메신저와 당일 처리 공문서들. 이런 행정적인 업무들을 처리하다보면 학생과의 상담이나 수업 준비는 정규 시간이 끝나야지만 가능해진다. 가장 교육적인 일이 가장 주변부에 위치하는 아이러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 불온시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러고도 교사냐는 소리를 듣는다. 도대체 어떡하란 말인가.


눈 깜빡할 새 없이 바쁜 상황에서 연대하고 공적 토론의 공간이 되어야 하는 교무실 속 교사들은 분리된 섬들로 존재하게 된다. 문제 학생의 문제는 학생 담임 개인의 문제가 되었고, 그로 인해 병을 겪게 된 것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된다. 고통의 분담과 치유, 해결책의 모색이 교무실이 아니라 상담소와 병원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교육의 실패는 담임 교사의 실패로, 순전히 그의 능력 부재로 여겨지고 그에 대한 회복도 오로지 그가 감당해야 하는 형국. 또한 옆반 선생이 아이를 때리건 어떤 교육을 하건 이는 그 선생의 교육에 대한 입장이니 “취존”돼야 한다. 수업평가도 마찬가지다. 가장 공적이어야 하는 수업은 가장 신성시되어 함부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정치적이고 철학적인 토론이 요구되는 문제들이 문화와 기호의 문제로 순치되었다. 그런 식으로 교무실은 침묵의 공간이 되었다.

침묵의 주된 원인으로는 시스템의 전자화가 있는데 이는 부당한 권력에 대한 저항을 어렵게 만드는 구석도 있다. 관리자는 일대일 전달 방식으로 메신저를 통해 업무들을 지시해 교사들은 학교 전체의 차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고, 이상한 업무를 지시받아도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연대하기가 어렵다. 이의제기를 하고 연대하려면 메신저로 다른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하는데 매일 수없이 쏟아지는 메시지에 이것들이 더해지면 다른 교사들은 진이 빠진다. 용케 업무를 쳐낸다 한들 이는 직접적으로 관리자의 통제 아래에 벗어나기 힘든 비정규직에게 떠넘겨지기도 한다.

...

이런 지옥 같은 상황에서 저자의 말대로 “학교는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교사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을 수 있을까?​​​​​​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라 정돈되지 않은 정리글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아래 책을 읽어보세요.

https://naver.me/FFavD4ej

책을 내며 006

001 들어가며

우리는 학교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015

어떤 교사들의 딜레마 030

1부 교실이라는 정글

102 한 교실 속의 두 세계

모든 수업이 의미 없는 ‘널브러진 애들’ 043

어떤 수업은 필요 없는 ‘공부하는 애들’ 059

103 학생들의 분노와 학교 폭력

섬바디와 노바디의 먹이사슬 073

건드리면 폭발한다, 적대화되는 교사와 학생 083

‘착한 아이들’은 어떻게 두려운 학생들이 되었나 095

104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교사와 학부모

입시 앞에선 무력해지는 협력 관계 113

누가 내 아이를 지켜주나 125

2부 교무실, 침묵의 공간

205 혼자 바쁜 교사들

두 교사의 하루 139

교사의 ‘진짜’ 일은 퇴근 시간 후에 시작된다 152

206 토론이 사라진 교무실

벌떡 교사의 멸종 163

혼자 맞서야 하는 교사들 173

교사들의 대화에 교육이 없다 180

207 교사, 교무실의 외로운 섬들

‘내 수업’을 할 수 없는 교사들 195

무한책임과 무책임으로 나뉜 교무실 213

3부 성장 대신 무기력만 남은 학교

308 교사들은 어떻게 ‘순응’하게 되었나

같은 교사, 다른 신분 233

교직이 아직도 철 밥그릇이라고? 242

성과급, 돈이 아니라 가치를 둘러싼 싸움 249

309 교무실의 세대 갈등, 이어지지 않는 경험

불화했던 선배 교사와 순응하는 후배 교사 259

‘꼴통’ 편인 선배 교사 대 ‘범생이’ 후배 교사 272

010 학교는 다시 가르침의 공간이 될 수 있을까

침묵, 자신과 타인을 지키는 방법 289

타자와 만나지 않고 교육은 불가능하다 296

교사들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야 하는 이유 310

참고문헌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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