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 하나?

by thepenciling

어떻게 살아야 하나?

오랜만에 다시 이 질문을 하게 됐다.



1. 안 행복함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조직개편으로 부서가 없어졌다. 내게 선택권은 없고, 아무 곳에나 배치될 운명이었다.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 증명하고 싶었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게 없없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우물, 커리어 그런게 중요한가, 무시하며 살아온 업보라는 생각도 했다. 뭔가 해야할 것 같다는 압박감과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괴롭혔다.


집에 오면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있고, 릴스만 계속 보는 방식으로 자해했다. 가장 의미없는 콘텐츠들만 골라서 스크롤을 멈췄다 내리길 반복했다.그러나 새벽 4시에 잠이들고, 다시 눈을 뜨면 쇼츠를 켰다. 누운 그대로 몇 시간동안 다시 스크롤 했다.


이참에 그냥 머리를 비우고 인생의 휴식기로 삼자는 생각이 들었다. 뭘 할 의지가 안 들고 왜 해야하나 이유도 찾기 어려웠다. 회사에서 유일하게 선택권을 줬던 스핀오프 기회를 포기하고, 오랫동안 몸 담던 사이드프로젝트도 그만두었다, 남는 시간에 뭘 하진 않았고, 그냥 멍 때리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2. 꿈같은 소리


릴스를 보다 어떤 외국인이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꿈이 무엇인지 인터뷰하는 것을 봤다. 뜬 구름 잡는 동기부여 영상은 아니었고, 관심을 끌고 싶은 사람도 아니었다. 인터뷰어가 엔젤투자자였다. 실제로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며 투자를 했다. 메슬로의 욕구단계에서 마지막쯤 있는 사람 같았다. 남은 욕구가 남을 도우며 자아실현을 하는 경지에 이르른거다.


어쨌든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하던 차에, 저퀄리티 AI 영상들보다 관심이 갔다. 꿈이 뭔지 묻는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결정하는데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질문의 난이도가 생각보다... 사람들은 뭐라고 대답하나 영상을 좀 더 봤다. 그런거 없다. 잘 모르겠다. 부자가 되고싶다. 부끄러워서 말 못하겠다. 등등.. 다행히 내 생각과 비슷한 수준의 답변이 많았다.


그나마 대답한 몇몇의 답변 내용도 아주아주 평범했다. 옷을 팔고 싶다. 음식점을 열고 싶다. 해외에 나가 살고싶다. 그런것도 꿈이 되나?! 나는 인정할 수 없는데 인터뷰어는 그 모든 꿈에 투자했다.




3. 확신은 없고 시작은 한다


다음날 서점에 가서 그가 썼다는 책을 다 읽고 집에 와서, 책에 나온대로 노트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봤다. 처음에는 어려가지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 이것저것 하면서 해메고 싶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뭔가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예전처럼 넘치지 않는다. 신중하게 아껴서 쓰고 싶다.


최근에 본 릴스 중 샘알트만이 했던 말이 떠올랐. '효율성'에 대한 얘기였는데, 작업 자체의 불필요한 과정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불필요한 작업 자체를 시작을 안 하는 것. 필요한 곳에만 에너지를 쓰는것이 효율이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어릴 때 스스로 찾아 했던 것.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것. 의미 있다 여겨지는 것. 추구하는 것.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 세상에 도움이 되는 것. 잘 안 되도 지속할 수 있는 것. 차근차근 좁혀서 아래 세 가지를 남겼다.

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싶다


사람들에게 의미나 생각할 거리를 주고싶다


좋다. 좋은데 이게 경제활동으로도 이어질까? 그것이 조금 우려가 됐다. 그래도 이만큼 하고싶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게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꿈에 돈보다 브랜딩이 먼저였으니까. 무엇이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걸 생산하다보면 어디선가 소비가 일어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걸 쓰려고 하니 자꾸 시작이 안 됐다. 일단 그래서 머릿속에 떠오른 몇 가지 주제부터 뭐든지 써보려고 한다.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 중 무해한 것들만. 젠가 이런것들이 모여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아무렴 의미없는 쇼츠를 보는 것보단 의미 있는 쇼츠를 만드는게 낫겠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