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엇나간다 -프롤로그

당신의 아이가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다

by 장경장

[프롤로그]

"우리 애는 착해서 그런 거 몰라요"라는 슬픈 착각


​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감도는 경찰서 조사실. 폭행, 감금, 절도, 사이버 도박, 마약...

죄명은 달라도 마주 앉은 부모님들의 첫마디는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똑같습니다.

당혹감과 억울함이 뒤섞인 떨리는 목소리.


​"경찰관님, 우리 애는 원래 착해요.

친구를 잘못 만나서 그래요."


"집에서는 말도 잘 듣고 순한데,

밖에서 그랬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요."


​저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집니다.

그분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 앞에서의 아이는

정말로 '착한 아이'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굳건한 믿음이,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보내는 처절한 신호를 가로막는 가장 두꺼운 벽이 되곤 합니다.


​부모님이 알고 있는 아이의 얼굴은

따뜻한 '식탁 위'의 얼굴입니다.


하지만 제가 현장에서 마주하는 아이들의 얼굴은 차가운 '스마트폰 액정 속'의 얼굴이자,

어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학교 담장 밖'의 얼굴입니다.


​지금의 10대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디지털 정글을 맨몸으로 헤매고 있습니다. 그곳엔 어른들이 만들어둔

윤리나 규칙이 통하지 않습니다.


식탁 앞에서는 수줍게 웃던 모범생 아들이, 텔레그램방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음담패설을 쏟아내는 '능욕방'의 운영자가 되기도 합니다.


용돈을 아껴 쓴다던 알뜰한 딸이,

트위터에서 마약류인 '나비약'을 구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와이파이 셔틀'을 시키며 데이터를 갈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불편한 진실입니다.


​이 두 얼굴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아이들의 영혼은 조용히 병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곪아버린 상처는 결국 '범죄'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터져 나옵니다.


아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악마가 되어서 경찰서에 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동안 방문 너머로, 식탁 맞은편에서 수없이 구조 신호(Sign)를 보냈습니다.


"나 지금 위험해요", "나 좀 잡아주세요"라고.

단지 어른들이 그 주파수를 맞추지 못했을 뿐입니다.


​저는 제복을 입고 청소년을 만나는 학교전담경찰관(SPO)입니다.
저의 임무는 아이들에게

수갑을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어둠 속에서 타전하는

그 '소리 없는 구조 신호'를 해독하여,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먼 존재가 되어버린 부모님께 통역해 드리는 것입니다.


​이 책은 단순한 10대 범죄 보고서가 아닙니다.


딥페이크, 사이버 도박, 마약, 가출팸... 어른들의 상상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은밀하고 잔혹한 세계를 가감 없이 보여드릴 것입니다.


속이 울렁거리고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직시해야 합니다.


'설마 내 아이는 아닐 거야'라는

그 안일한 믿음이,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쩌면 당신의 방문 바로 너머에서 아이가 보내고 있는 마지막 구조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을 덮은 후, 아이의 스마트폰을 뺏기 전에 부디 아이의 눈을 먼저 깊이 바라봐 주세요.

아이들은 부모의 바쁜 뒷모습을 보고 엇나가지만,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부모의 따뜻한 눈을 보고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