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로 출근하는 N잡러 - 프롤로그

나는 끈기 없는 놈이 아니라, '피벗(Pivot)'하는 중이었다

by 장경장

​[프롤로그]


나는 끈기 없는 놈이 아니라,

'피벗(Pivot)'하는 중이었다


​"너는 애가 왜 이렇게 진득하질 못하니?"

​20대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말이다.


명절 때마다 친척들의 혀 차는 소리를 들었고, 부모님의 깊은 한숨을 외면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이력서는 너덜너덜했다.

한 직장에서 1년을 넘기기가 힘들었으니,

'끈기 부족'이라는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19살 빕스 주방의 막내를 시작으로

개인 레스토랑 서빙, 백화점 푸드코트, 맥도날드 라이더, 엔제리너스 바리스타, PC방 야간 알바, 돌잔치 사회자, 연예 기획사 로드매니저, CGV 미소지기, 아웃백 서버, 청소년 상담사, 출자기관 회계 담당, 그리고 스타트업 PO까지...


​남들이 보면 "적응 못 하고 도망친 패배자"의 기록일지 모른다.

친구들이 대기업에 들어가 명함을 팔 때,

나는 또다시 사직서를 쓰고 구직 사이트를 뒤적였다.

나 역시 불안했다.


'나는 왜 남들처럼 평범하게 정착하지 못할까?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제와 변명을 하자면,

나는 도망친 게 아니었다.

나는 치열하게 실험 중이었다.


스타트업 용어로 말하자면 '피벗(Pivot)'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내 인생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시장에 내놓고, 가장 잘 맞는 고객(직업)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었다.


​"여기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니야."

빠른 판단, 과감한 수정, 그리고 다시 도전.

​그렇게 돌고 돌아 30대,

나는 경찰 제복을 입었다.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야 정신 차리고 정착했네."

"그런데 또 얼마 안지나 그만두는거 아니야?"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내가 입은 이 제복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힘은, 경찰공무원 시험 준비보다

10년 동안 길바닥에서 흘린 땀방울이라는 것을.


​스테이크를 팔며 배운 눈치로 범인의 미세한 거짓말을 간파하고,

빗속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감각으로 골든타임을 사수하며,

위기 청소년들과 지지고 볶던 마음으로

학교 폭력 피해자를 안아준다.


세상에 버려진 시간은 없다.

쓰레기통에 구겨 넣었던 수많은 사직서들이 모여, 지금의 '대체 불가능한 경찰' 장경장을 만들었다.


​이 책은 그 '쓸모없어 보였던 시간'들에 대한 변명, 아니 통쾌한 증명이다.


길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혹은 지금도 흔들리고 있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은 방황하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피벗'하는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