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로 출근하는 N잡러 -제 6화 공조의 세계

기저귀 가는 경찰 오빠, 증거 찾는 공무원 동생

by 장경장

​제 6화 공조의 세계


기저귀 가는 경찰 오빠, 증거 찾는 공무원 동생

​1. 생후 2주, 똥 기저귀와 만취한 엄마


​지금은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지키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제가 밤낮없이 현장을 뛰어다니던 지구대 순찰 팀 시절의 기억입니다.


​"애가 계속 우는데 옆집에서 소리가 너무 커요."
​야간 근무 중 떨어진 긴급 아동학대 신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방바닥에는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고,

3살짜리 남자아이는 구석에서

불안하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태어난 지 고작 2주밖에 안 된 신생아가 자지러지게 울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습니다.
"내 새끼 내가 안을 거야... 비켜!"


비틀거리는 엄마가 목도 못 가누는

핏덩이를 안고 휘청였습니다.

아찔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 잠깐만요! 아이 다쳐요!"


​저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제지하고

아이를 받아 안았습니다.


묵직한 기저귀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확인해 보니 아이의 엉덩이에는 대변이 말라붙어 피부가 벌겋게 짓물러 있었습니다.


꽤 오랫동안 방치된 게 분명했습니다.
​보통의 경찰관이라면 당황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5살, 3살 두 아이의 아빠이자,

둘째 때는 육아휴직까지 쓰며

직접 아이를 키워낸 '육아 경력직'이었습니다.


​"부장님, 어머니 좀 진정시켜주세요."


​저는 망설임 없이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습니다.

그리고 익숙한 솜씨로 굳어버린 기저귀를 닦아내고 새것으로 갈아입혔습니다.


아이가 배고파서 보채자,

엄마에게 분유를 타 달라고 소리치는 대신

제가 직접 주방을 뒤져 분유를 탔습니다.


​"오구오구, 배고팠어? 옳지, 잘 먹네."


​능숙하게 젖병을 물리고,

등을 쓸어내려 '꺼억-' 트림까지 시킨 뒤 아이를 재웠습니다.

땀에 젖은 제복 위로 잠든 아이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 오늘 밤 절대 이 집에 두면 안 된다.'


2. "시설로" vs "할머니 댁으로"


​즉시 시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아동보호팀)에게 연락했습니다.


현장에 도착한 시청 팀과 긴급 회의가 열렸습니다.

여기서부터 관점의 차이가 충돌했습니다.


​시청 팀:

"원칙대로 해야 합니다. 즉시 분리해서 보호 시설로 보내겠습니다."


나(경찰):

"잠시만요. 시설보다는 근처 할머니 댁으로 보내는 게 낫습니다."


​시청 공무원들은 매뉴얼대로 가장 안전한

'시설 입소'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습니다.

저는 경찰이기 이전에 아동·청소년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아이에게 '가족과의 단절'이 주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알코올 중독은 아닙니다.

임신 기간 내내 참았던 술을 오늘 한 번 마시고 실수하신 것 같아요.

물론 잘못했지만, 지속적인 학대 정황은 안 보입니다.

당장 낯선 시설로 보내면 가족 관계가 완전히 끊어집니다.

아이 정서를 생각해서 할머니 댁으로 인계하죠."


​팽팽한 의견 대립 끝에, 결국 제 설득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아이들은 낯선 시설 대신 익숙한 할머니 품에 안겼습니다.

술이 깬 엄마는 다음날 펑펑 울며 뼈저리게 후회했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만약 그때 기계적으로 시설로 보냈다면, 이 가정은 영영 깨졌을지도 모릅니다.


​3. 칭찬 대신 등짝을 맞다


​사건이 잘 마무리되고 며칠 뒤,

실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친여동생과 통화를 했습니다.


동생네 팀장님이 "현장에서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는 경찰관은 처음 봤다"며 칭찬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으쓱해진 저는 동생에게 자랑을 늘어놓았습니다.


"야, 봤냐? 오빠가 육아휴직 짬바(경력)로 애기 딱 케어하고, 할머니 집으로 보낸 판단력. 완벽했지?"


​그런데 수화기 너머 동생의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오빠, 미쳤어? 그걸 그냥 갈아주면 어떡해!"


"뭐? 애가 똥독이 올라서 우는데 그럼 보고만 있냐?"


"아니, 사진부터 찍었어야지!! 엉덩이가 빨개진 그 상태가 바로 '방임'의 증거잖아.

그걸 닦아버리면 나중에 엄마가 발뺌할 때 뭘로 입증할 건데?

우린 그걸 근거로 분리 조치한다고!"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동생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시청 공무원 입장에선 확실한 행정 처분을 위해 '증거(Evidence)'가 최우선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자 아빠인 제게는 당장 울고 있는 아이의 '안녕(Safety)'이 먼저였습니다.


​"야, 그래도 애가 아픈데 어떡하냐.

사진이고 나발이고 일단 닦아줘야지."


"으이구, 이 인간적인 경찰관 나셨네.

하여튼 현장 감성은 알아줘야 해."


​우리는 그렇게 또 티격태격했습니다.
방법은 달랐지만, 결국 동생도 저도 목표는 하나였습니다.


어른들의 실수로 고통받는 아이가 없게 하는 것.
​오늘도 저는 현장에서 기저귀를 갈고,

동생은 사무실에서 증거 사진을 분석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같은 아이들을 지키고 있습니다.


​[Police Insight: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의 공조]


​아동학대 사건은 정답이 없습니다.
매뉴얼과 원칙을 중시하는 행정(시청)과,
현장의 위급함과 유연함을 중시하는 치안(경찰).

​이 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갈 때 아이들은 가장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가끔은 동생에게 "증거 날려먹었다"고 잔소리를 듣더라도,

저는 다시 그 상황이 오면 주저 없이 기저귀부터 갈아줄 겁니다.
​증거는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날 밤 아이가 느꼈던 온기는 사라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어쩌면 아이를 구하는 건

차가운 증거 사진 한 장보다,

자신을 위해 기꺼이 손을 더럽혀준

어른의 따뜻한 손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