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통의 방식
기업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사의 결정에 대해 당당하게 "No"라는 내 의견을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논리에도 자신이 있었다. 그렇지만 내 의견을 피력하던 그 순간 상사의 표정이 굳는 걸 보면서, 뭔가 중요한 것을 어겼음을 직감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규칙.. 사내 규정집에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을.
미국 직장은 수평적이고 자유롭다고 들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선입견이 깨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배, 동료들과의 커피타임, 런치 등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나누는 얘기 속에 늘 빠지지 않는 주제였다. 선배가 커피를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 "여기도 글로 작성하지 않은 규칙이 있어." HR이 주관하는 사내 교육 훈련, 사외에서 받는 트레이닝 중에도 나오는 주제이기도 했다.
문서에 없는 규칙이 문서 위에 군림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사회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관찰하고 경험한 것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상사의 조언은 지시가 포함된 피드백
비주류 (법적인 마이너리티)를 위한 사외교육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주제를 다뤘지만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은 수평적이고 유연하다고 여겨졌던 상사-부하직원의 관계가 사실은 정반대였다는 거였다.
프로젝트 진행 보고를 할 때, 나의 매니저는 보고를 경청한 후 본인의 의견을 제시한다. "네가 진행하는 A, B라는 방식이 괜찮아 보여. 그런데 C, D라는 방식도 한번 고려해 봐."
"고마워. 그리고 조언 고려해 볼게"라고 대답했다. 실상은 아니었다. 매니저의 조언은 조언이 아닌 지시사항을 포함한 피드백이었다. 이를 알게 된 이후, 나는 매니저의 조언을 프로젝트 진행에 반영했고, open mind와 learning이 개선되었다는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아하!.."의 순간이었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것은 같은 사안에 대한 인식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당사자의 의견이 훨씬 더 중요하고, 오히려 상사의 지시라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조언은 심각하게 고려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비문서보다는 규칙이 필요한 조직문화 쪽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Never say No to your boss
물론 "아니요"라고 반드시 대답해야 할 상황이라도, 특히 일과 관련되었을 때, 직접적으로 "아니요"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듣는다.
"하늘이 노란색이네..., 아니야, 하늘은 파란색이야.."라고 답을 하기보다는,
"해질 무렵에는 노랗게 보일 수도 있지..." 우선 맞장구를 쳐준다. 그러고 나서 파란 하늘색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을 수 있다.
"No"라는 대답을 하고 싶은 순간, 즉각적으로 답을 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난 이런 의견인데, 다시 만나서 얘기해 보자..라고 응답한 후 자리를 떠나라고 한다.
이 소통법은 직장상사와의 관계뿐만이 아니라, 가족, 친구 등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유용할 거라 여겨진다.
직장동료와의 술자리에서 정신 잃지 않기
퇴근시간이 임박한 오후 3-4 경이면 사내 메신저가 바쁘다. 특히 목요일 오후... 참새 방앗간.
내가 지은 이름이다.
맥주 한잔, 와인 한잔 할까? 누구누구 참석할 거야, 등등의 내용이다.
일과 후 참새 방앗간, 자주는 아니지만 거나한 파티가 있을 경우, 어느 경우든 술에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술을 마시면 취할 수 있고, 취하면 상대를 불문하고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폭탄주를 돌리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독주는 마신다.
그렇지만 동료, 특히 상사에게는 절대, 절대, 절대로 실수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개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술자리에서의 실수가 나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직장동료가 포함된 술자리도 업무의 연장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매니저의 조언은 지시의 다른 모습이다, No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술 마실 때조차도 정신을 놓으면 안 된다."
이 중 어느 것도 사내 규칙에는 없다. 그러나 이것들이 나의 직장생활을 지배했던 문서화되지 않은 규칙이었다.
상사에게 자신 있게 "No"라고 말했을 때 굳어지던 표정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비문서의 존재를 명심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