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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Jan 30. 2020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보기

Part 10. 체험 외노자 삶의 현장

한국에 있을 때, 외노자란 말을 가끔씩 들어 봤다. 외국인 노동자의 줄임말로써 해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일을 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었는데, 내 기억으로 그렇게 좋은 뜻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삶이 나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 얼마나 유니크한 일인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해도 평생 들어보지 못할 일을 하게 된 것이니 말이다.


설거지 일은 생각보다 강도가 상, 중, 하에서 상이 었다. 무거운 접시들을 한 번에 한 손의 손가락 사이로 4개, 두 손가락 사이로 8개 들었다 놨다 하며, tray에 잘 꽂아놓고 식기세척기에 넣고, 깨끗하게 씻겨진 접시들을 정리하기도 하고,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탄 것이 들러붙어서 잘 안 씻기는 프라이팬들 20~ 40개를 5분 만에 처리하기도 하며, 생전 먹어보지 못한 각종 음식들을 위한 다양한 크고 작은 요리 도구들이 몰려와 씻고 있을 때면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한다. 레스토랑이 규모가 있다 보니까, Dishwasher 가 두 명이었다. 바쁠 때면 3명까지 있다. 다행인 것은 레스토랑의 규모가 있어서 설거지하는 곳도 충분히 넓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반대로 해석하면, 그 정도로 설거지 양이 많다는 것이다. 바쁘면 혼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사장이 마음이 넓어서 Dishwasher들을 위해 공간을 넓게 만들어 주진 않았을 거란 걸 우린 잘 알고 있지 않는가.. 하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구해서 돈을 다시금 모으고 있다는 것에 마냥 기뻤다. 한국은 1년간 안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으며, 돈도 없었으며, 올해의 목표는 목돈 모으기였기에, 뒤돌아서 갈 차선책을 두지 않았기에 더욱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일하는 강도에 비하여 돈은 수중에 잘 모이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두 번째 잡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Housekeeping 잡으로 구하려 한다. 한 이틀 정도 일을 구하러 휘슬러에 있는 호텔들을 다 돌아다니며 이력서를 제출하였고, 한 곳에서 나를  Hire 했다. 오타와랑은 상대적으로 이렇게 일이 쉽게 구해지니 정말 꿀맛이다. 아침에는 하우스키핑 잡으로 돈을 벌고, 저녁쯤에는 접시 딱기로 돈을 버는 것이다. 하우스키핑 잡이 9시에 시작해서  오후 12 ~ 3시쯤 끝나고, 접시 딱기 일이 오후 5 ~ 6시에 시작해서 저녁 10 ~ 오전 1시쯤 끝났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왔던 것이 이럴 때 빛을 바란다. 운동 말고 영어공부를 했었으면 어땠을까 상각을 하지만,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이렇게 몸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중이다. 유튭이나, 각종 블로그 글들을 보면 다들 그런다. 영어 공부하고 오라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공부머리가 아니였기에, 그냥 와서 절실히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각성해서 공부를 하게 되었다. 다른 거 정말 없는 것 같다. 필요성, 내가 왜 이걸 배워야 하는지 몸에서 원하고 내가 원해서 하는 것이 최고다. 다른 방법은 나에게는 시간 낭비였다.




개인적 생각 - 외노자.. 몸으로 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해외를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험, 영어의 필요성 이렇게 2가지가 내가 얻고자 하는 것들이었기에, 나왔다. 난,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는 성격이다. 외노자 생활을 몇 달 안 해봤지만, 생각보다 재미있다. 일 자체는 단순해서 무미건조하지만, 그 안에서 만나는 직장동료들과 다양한 경험들이 모두 신선하고, 나 자신을 살 찌우는 거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다 일찍 이런 경험을 해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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