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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시마 Aug 20. 2019

마음먹었을 때 떠나라.

Part 4. 초심으로 돌아가서

살 곳도 마련하고, 일자리고 얻은 상태로 몇 주를 보냈다. 일자리에서는 공짜 김밥과 한국인들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했고, 일도 그렇게 오랜 시간 하는 것이 아니라서 편했다. 집에서는 셰어하우스 주인아저씨와 가끔씩 삼겹살도 구워 먹고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서 적응을 해 나갔다.


그러다 문득 드는 생각이, 한국에서 별생각 없이 무작정 떠나 온 것은 맞지만,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전혀 색다른 경험들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 할 수 있는 한국인 밑에서 할 수 있는 단순한 일 들과 한국인 집에서 사는 것을 단순히 언어 장벽 때문에 1년 동안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고 나자, 다른 방도를 바로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웹서핑으로 다른 워홀러들은 어떻게 생활했는지 찾아봤다. 웹서핑으로 찾은 자취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중에 하나가 휘슬러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워홀러 이야기였다.


휘슬러에 도착해서 초기 정착에 관한 에피소드들과 일은 어떻게 해서 구였으며,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팁들에 대한 정보들, 정착하고 난 후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  정말 필요한 정보들만 잘 정리가 되어 여러 에피소드들로 묵어져 있었다. 그리고 확신이 들었다. 이 워홀러의 삶이 내가 워홀에서 원하던 삶이란 것을.


그렇게 원하는 것이 생기고 나니까, 가 즐거워졌다. 캐나다에서 앞으로의 내 삶도 저렇게 즐겁고 흥미진진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 2주 노티스를 주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살 도시. 오타와는 좋은 도시였지만 영어의 장벽에 부딪힌 현재의 나에게는 그렇게 많은 매력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다음 도시를 검색해 봤다. 휘슬러, 런던, 캘거리 등 대 도시보다는 소도시 위주로 알아봤다. 그러는 와중에 몬트리올이 여행지로 좋다는 말을 들었다. 지역 이동이 였으나 여행의 기회를 놓치긴 싫었다.


한국에서 들고 와 삼시세끼 꼬박꼬박 먹으며, 살 곳과 교통비, 휴대폰 개통비 등으로 소비하고 남은 얼마 되지 않는 돈 몇 푼과,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받을 돈을 합하면, 지역 이동비, 이동 후 초기 정착비(여기서 초기 정착비는 지역 이동 후 바로 일을 구해야 맞아떨어지는 얼 미안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몬트리올 여행경비가 겨우 나왔다. 위의 비용들을 빼고 남은 돈은 $30 정도.


이런저런 고민 끝에 다음 이동 지역은 휘슬러로 정했다. 겨울철에 눈이 많이 오고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었으며, 관광지여서 하우스키핑, 주방일 등의 할 일을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나에게는 딱 맞겠다는 느낌이 왔다. 동쪽 끝에 동화 '빨간 머리 앤'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에 가서 살아볼까 생각도 해보고, 오로라가 자주 보인다는 북쪽 어느 이름 모를 마을에서 살아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아직은 젊기에 생각만 해봤다. 냐면, 저 동네들은 사람이 정말 별로 없는 작디작은 소도시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동 지역이 정해지고  바로 다음으로 할 일, 어떻게 휘슬러로 갈 것인가를 알아봤다. 천천히 가면서 여러 도시들을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자금이 허락을 해 주지 않았기에 무조건 싸고 도착지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찾아야 했다. '그래이하운드 버스'는 그런 점에서 최적이었다. 오타와에서 휘슬러까지 단돈 $160. 버스에서 72시간(3일) 동안 앉아 있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바로 티켓을 사버렸다.



개인적 생각 -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내일 해도 되겠는데? 몇 주 또는 몇 달, 몇 년 후에 해도 되겠는 걸?이라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막상 내일이 오고, 몇 주, 몇 달, 몇 년이 지나고 나면 다른 일 들로 인해서 하지 못하게 되거나, 마음이 바뀌어서 하지 못할 때가 다반사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러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할 수 있을 때, 마음먹었을 때, 뭔가를 간절히 원할 때, 자고 싶을 때, 먹고 싶을 때, 놀고 싶을 때, 여행하고 싶을 때, 돈 벌고 싶을 때, 가족들이 보고 싶을 때, 애인이 보고 싶을 때, 자식들이 보고 싶을 때, 부모가 보고 싶을 때, 돌아가신 누군가가 보고 싶을 때 등의 많은 때들이 있고 이중에 어떤 때들은 이룰 수 없는 것 들이다. 이룰 수 있는 때가 있는데 이룰 수 없는 때로 만드는 것은 지나친 낭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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