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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도리 Jul 21. 2018

28세 청년, 배꽃길 만들기 [5장]

이화여자대학교 청년몰 조성사업


위기상황일수록 혁신의 기회로 삼고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체질 개선과 돌파구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 정몽구




나도 정몽구 회장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힘든 상황일수록, 빠르게 구조개선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서 

늪지대를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 또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수록 두 뺨을 쌔게 때리며 정신 차리고, 

돈, 시간,  에너지를 집중하여 소모하며 빠르게 위험을 벗어나야 한다. 


나는 무산된 빅스텝을 집어치우고

쉼터를 만들기로 했다. 


학생들과 소비자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만 있어도

경쟁력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의 뿌리에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철학이 숨어있었다.


그가 스타필드와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 등을 만들면서 

역점에 둔 사항은 <정주=사람이 머무는 곳>였다. 



그곳에서 소비가 이뤄지고, 시장이 형성된다는 생각. 

나도 그의 생각과 동일했다. 


사람이 머무는 곳을 어떻게 만들까? 

그 원초적인 생각에서 생각하니, 답이 좀 더 쉽게 보였다. 



이화여대 청년몰 조성서 가장 큰 걸림돌은 행정체계였다. 


용역은 500만 원, 공사는 2000만 원 이상 일 경우 

조달청에서 운영하는 나라장터에 입찰을 해야 했다. 


입찰은 기본 1~2달이 소요되는 장기전이였다. 


이대 청년몰 사업에서 당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속도가 중요한 전쟁이기 때문에 잔꾀를 썼다. 


백종원 야채 썰듯 모든 것을 잘랐다. 챱챱챱!


건축공사는 전기, 설비, 토목, 조경 등 다양한 공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주 잘잘하게 2000만 원 미만으로 잘라서 공사를 분할 발주시켰다. 


나는 건축 관련 프로이기 때문에 직접 디자인을 하고, 

공정을 진행했다. 


아침에는 공정관리를 하고 오후에는 행사 계획을 짰다.



디자인부터 공사 완공까지는 한 달이 채 걸리지 않았다. 

전체 칼라칩은 화이트 & 그레이를 기초로 했고, 관리를 편하게 하기 위해서

인조잔디를 깔았다. 


사람도 동물도 이름이 있는데, 

이 공간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이화여대 학생들과 이대생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쉼터라는 

의미에서 <이화쉼터> 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그리고 이화여대 52번가에 위치했다는 이름을 따서 

상점가의 애칭을 52길 (오이길) 이라고 지었다. 


오이를 연상해서 귀여운 어감도 있고,
"오직 이대생들만 아는 비밀의 뒷골목"이라는 뜻도 있다. 




이름도 지었으니, 빠르게 준비하여 개장을 했다. 


이화여대 총장, 서대문구청장, 상인회장, 청년상인회장, 중기청,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 등 주요 인사들을 초청하여 이화쉼터를 장대하게 오픈했다. 


그때가, 내가 이대에 PM으로 상륙한 지 3개월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하루하루 전쟁 같았지만, 막상 개장식을 지켜보니 내심 뿌듯했다. 


공군 장교 시절, 망치 들고, 집 짓던 시절, 강화 청년몰 등 


삶의 부분들이 합해져 만들어진  <조각들의 합> 이라고 생각 됐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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