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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도리 Aug 14. 2022

숙박업 ABC

A - 브랜드를 구상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름을 작명한다.

이름에는 뜻이 있고, 의미가 있다.

사람들은 서로 간에 이름을 부른다.

사람은 삶을 살아간다.


이 떨어진 문장들을 하나로 합쳐 생각해본다.


한 사람은 태어나며 의미가 담긴 이름을 부여받고,

그 의미를 평생 불리며, 삶을 살아간다.


사업 또한 한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지 않을까?


사업을 영위하는 한 계속해서 불릴 이름이기 때문에

정말 네이밍을 신중하게 담으려 노력했다.


이는 꽤 오래전부터 생각했던 이름이다.


내가 정한 이름은  운휴원(休院)

-구름 운(雲)

-쉴 휴(休)

-집 원(院)


영어로는 The cloud stay라고 명했다.


정확히 7년 전 생각해 낸 네이밍이다.

술에 취해 홍대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귀가하던 중에 그 당시 여자 친구와 전화를 하며 생각했던 이름이다.


장도리曰 : "저 창 밖에 있는 사람들 매일매일 어디론가 떠다니는 구름 같지 않아? 난 언젠가 저런 사람들 누구나 편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을 만들고 싶어."

"구름도 잠시 쉬다가는 곳. 뭔가 시적이지 않아?

운. 휴. 원. 그래! 운휴원이 좋겠다."


나중에 이 이름을 적용하게 될 곳이 카페가 될지, 찜질방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름이 마음에 들어  그렇게 마음속 보따리에 모셔 두었다.


그 보자기를 열어 숙박업에 대입하니,

왠지 근사한 느낌이 들었다.

글자에 받침들이 많아서 처음 발음이 어렵긴 해도,

한번 내뱉고 나면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런 맛이 있었다.


디자이너와 함께 조금 다듬어 로고를 만들었다.

 

 

운휴원

 



구름도 잠시 쉬다 가는 곳, 운휴원입니다.

운휴원은 "정처 없이 떠도는 구름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현대인을 구름에 비유하여, 매일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운휴원의 존재의 이유이다.  


이렇게 첫 단추인 로고를 만들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니, 벌써 사업이 시작된 기분이었다.

머릿속에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로고로 홈페이지도 만들고, 간판도 만들고, 심지어 머그컵도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다음 할 일은 브랜드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었다.


콘셉트를 잡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했다.

아무 문제가 없다면, 문제를 풀 필요도 없다.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왜 중요해?


속 마음의 고민거리를 잘 헤아려 시원하게 긁어준다면?

사람들은 고맙다고 표현을 할 것이고,

그 고마움의 표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가 아닐까?


따라서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서부터 사업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 또한 극도로 지쳐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현대인의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콘크리트 덩어리 닭장 안에서 눈을 뜨는 삶.

가족부터 지인까지 주변을 챙겨야 하는 인간 노릇.

딱딱한 하고 복잡한 사회생활.

상사의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나의 개 같은 가까운 미래.

인스타 속의 가식. 퍽퍽한 지갑. 넓은 감옥처럼 반복되는 일상.


이런 모든 환경 속에서 갑갑함을 느끼지 않는다면

무뎌진 것이고, 그게 비정상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할 때 휴식이란 기분을 느낄까?


키워드는 #자연

자연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와 안정과 휴식을 느낀다.

괜히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뜨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바다에 가고, 산에 가고, 여행을 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자.

항상, 인공적인 것들에 둘러 쌓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특효약이다.


그래 자연 좋다 이거야.

자연에 어울리는 소재, 컬러, 질감 이것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의 실타래들을 쭉쭉 뽑아내어, 하나로 모아 묶고, 엮고, 글로 정리하며 콘셉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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