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팔찌의 무게-손목에서 시작된 두 번째 기회

수갑이 채워진 그날, 무너지고, 다시 세워진 것도 가족이었다

by 별하

[작가 노트]

수갑은 차가운 쇠붙이지만, 때로는 그 냉기가 사람을 깨운다.
형사로 살며 수많은 사람들의 손목에 은팔찌를 채워봤지만, 그날처럼 마음이 무거웠던 적은 없었다.


그건 범죄자의 손목이 아니라, 같은 경찰의 손목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위해 반지, 목걸이, 팔찌를 찬다. 그중 가장 무겁고 차가운 팔찌는 아마 ‘수갑’ 일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은팔찌’라 부른다.


범죄자에게는 인과응보지만, 때로는 리셋이 되기도 한다.

그날, 무전이 울렸다.

“가정폭력 발생, 남편이 폭행 중. 신속 출동 바랍니다”
도착 직전, 동료에게서 짧은 한마디가 날아왔다. “그 집, 현직 경찰이야. 조심해”

현직 경찰관의 집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예상치 못한 말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문을 열자, 거실은 이미 전쟁터 같았다. 물건이 부서지고, 아내는 울고, 아들은 이를 악문 채 전쟁터 앞에 서 있었다.


“선배님, 진정하십시오” 그러나 선배 경찰관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고등학생쯤 된 아들이 울분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봐주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순간, 공기 속에서 터질 듯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가해자는 나를 향해 몸을 던졌고,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아 제압했다. 그리고 가족들을 향해 물었다.

“처벌 원하십니까” 아내의 눈엔 눈물이, 아들의 눈엔 분노가 맺혀 있었다.

“예, 처벌해 주세요.” 짧고 단호한 대답이 왔다. 나는 현직 경찰관의 손목에 은팔찌를 채웠다.


“찰칵—”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순간,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부끄러움, 분노, 후회… 모든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지구대로 돌아오자, 동료들이 놀란 눈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아들은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를 처벌해 주세요. 우리 엄마 불쌍해요”

“그럼, 돈은 누가 벌래”
“제가요. 주유소 알바라도 할게요”

순간, 주고받은 이 말이 내 가슴을 쳤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이 나에게 외치는 말, 이 집은 지금 무너지고 있는 가정이었다. 법으로 폭삭 무너뜨릴 필요가 있을까, 나는 아들과 엄마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지금 형사입건을 하면, 아버지는 징계를 먹을 거야, 하지만 오늘의 은팔찌가 더 큰 경고가 될 수도 있어”

아들과 부인은 잠시 서로를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한 번만… 그러나 다음에는” 그날 이후, 그 집에서 다시는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그때 선배 경찰관은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은팔찌의 차가움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그 냉기를, 마치 행복을 잃지 않기 위한 마지막 경고음으로 들렸기를,



[소 에필로그]


나는 지금도 가끔 그날의 장면을 떠올린다.
순찰차 안, 고개 숙인 선배 경찰관, 창밖으로 떨어지는 가로등 불빛
은팔찌는 냉철하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왜냐면 그 차가운 쇠붙이가 한 가정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은팔찌의 차가움이, 그 가족에게는 따뜻한 또 다른 시작의 울림'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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