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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Nov 15. 2020

차가운 부검 테이블 위로 두 번 올라간 특별한 사나이.

사망한 범죄 피해자들은 죽은 이후에 죽음의 이유를 알려주고자 부검 테이블 위에 올라간다. 부검 테이블 위에서 말로 하지 못한 많은 사건에 대한 진술을 한다. 바로 부검의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말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의 부검 수준은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다. 부검을 통해 죽음의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나도 경찰 생활하면서 서울 양천구에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자주 갔다. 사건 관련 피해자의 부검하는 모습을 많이 참관하기도 했다.    


첫 번째 부검 참관을 하는 그날. 선배들이 부검을 보고 난 후에 서울 국과수 정문 부근에 있는 내장탕을 꼭 먹고 오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야 첫 신고식을 마친다고 하면서. 언뜻 시신을 부검하는 현장을 참관하고 나서 어떻게 내장탕을 먹지라고 생각은 했는데,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먹게 되더라 말이지, 그것도 맛있게. 참 죽은 사람보다 산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내장탕의 만찬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죽어도 좋게 죽어야 한다. 그래야 부검 테이블 위로 올라가지 않을 테니까. 차디찬 부검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순간부터 5-6명 정도 되는 부검의와 여타 관계자들이 누워있는 시신을 향해 날카로운 매스부터 톱, 드릴을 사용해서 두개골부터 발목까지 모두....    


부검 관련 특별한 사나이를 만난 게 형사계에서 근무를 할 때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포클레인 작업을 하다가 땅속에서 사람의 시신이 나왔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갔다. 썩지 않은 시신이었고, 꼭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을 당한 상처가 머리부터 온몸에 다 있는 것이다.

     

“이게 뭐야. 살해당하고 매장된 것인가”    


아파트 건설현장은 과거 공동묘지 자리이기도 하지만, 공사를 위해 모두 이장을 한 현장이기도 하다.    

일단 살인 사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갈림길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땅속에서 나온 시신을 부검하는 것이다.    


부검을 위해 서울 양천구에 있는 국과수로 나와 땅속에서 나온 특별한 사나이는 향냄새가 진하게 베어있는 차량을 함께 타고 간다.     


부검 테이블 위에 올려진 시신. 부검실로 들어오는 부검의를 포함한 관계자 5-6명. 시신을 자세히 보는 부검의와 관계자들이 모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굉장히 당황하는듯한 모습이 보인다.   

 

“뭐야, 이것 사건이 커지는 거 아냐. 미치겠네.    


부검실 안에서 스피커폰으로 나를 급히 찾는 남자 부검의.    


”형사님, 이 시신 어디서 발견되었죠 “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포클레인 작업하다가 땅속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    


”그래요. 나도 선배들에게만 들었던 이야기인데 제가 이런 시신을 볼 줄 몰랐네요. 지금 부검 스타일은 아니지만, 과거 10여 년 전 부검 스타일로 보이는데, 그때 당시 부검이 되었던 시신인 것 같습니다. “    


‘과거 부검을 당했던 시신이라고..’    


사건이 커지는 줄 알고 긴장을 했는데, 그래도 살인 사건은 아닌 과거 부검을 당했던 시신이기에 칼자국이 많았던 것이다. 한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였다.    


”선배들에게 부검을 두 번 당하는 시신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제가 그런 시신을 부검할 줄은 몰랐네요. 일단 부검을 진행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   

 

”네 잘 부탁드립니다 “    


땅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특별한 사나이, 부검 테이블 위에서 또다시 부검이라는 신성한 행위를 받고 있는 특별한 사나이. 부검 관계자들은 과거의 부검 스타일과 현재 부검 스타일을 눈으로 비교하면서 신중하게 부검을 한다. 가끔은 부검 관계자들의 놀라는 표정도, 당황하는 표정도, 신기하다는 표정도, 간간히 보인다.    


보통 사건 관련 시신을 부검 의뢰하면, 부검 진행시간이 약 40-50분 정도 걸린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약 20분정 지나서 부검의와 직접 면담을 하게 되었다.    


사건 담당 형사들은 부검실에 들어가지 않는다. 과거에는 부검실에 들어가서 직접 부검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부검의는 부검실에서 부검하고, 사건 담당 형사는 부검하는 모습을 통유리로 된 창을 통해 바로 옆 대기실에서 보게 된다. 그래야 부검의가 급하면 스피커폰으로 바로 부검이 진행되는 시신의 모습을 보면서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검이 끝나면 담당 부검의 사무실에서 직접 대면하고 부검 관련 결과에 대해 1차적으로 설명을 듣는다. 자세한 설명은 모든 결과가 나온 후 보고서 형태의 문서로 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1차 설명도 중요할 때가 많다.   

 

두 번 부검을 당한 특별한 사나이, 부검의와 상담을 통해 범죄 피해는 아닌 과거에 돌아가신 분이고 부검도 당시 진행된 그런 시신이라고 한다.

    

나야 사건 담당 형사로 범죄와 상관은 없다고 하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는 자연사가 아닌 타살의심이 있는 죽음에 대해서 부검을 진행한다. 그러나 미국은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시신을 거의 부검한다고 한다. 보험 관련 문제로, 정말 죽음이 가입된 보험의 적용을 받는 죽음인지 알아야 보험금이 나가니까 모든 죽음에 있어 부검이 필수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는 않지만 세월이 흐른 어느 미래에서는 모든 죽음에 있어 부검이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부검 테이블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는 아름답게 죽음을 가족과 함께 하신 분들은 대체적으로 부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아름답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두 번 부검 테이블 위에 올라간 특별한 사나이, 이것도 이 사나이의 운명일까. 한 번도 부검당하긴 싫은데 이 사나이는 두 번이나 부검을 당했으니. 참..    


사람은 아름다운 존재이다. 그리고 인생살이를 살아가면서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태어남도 아름답게, 죽음도 아름답게,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정말 행운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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