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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Dec 15. 2020

인생 새옹지마(塞翁之馬)라. 심심하지는 않다.

얼마 전에 종방한 “스토브리그”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고 가끔 재방도 열혈 시청한다.    


“어떤 사람은 삼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들이 삼루타를 친 줄 압니다. 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자랑스러워하는 꼴은 보기 좀 민망하죠” 

    

정말 멋진 명대사다. 드라마 작가들은 정말 천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사람들은 각기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된다. 운이 좋으면 재벌집 자식으로, 아님 평범한 가족의 자식으로, 또는 엉망진창의 집안의 자식으로도 태어난다. 그리고 태어나 보니 평범하거나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일 수도, 아니면 재벌이지만 날마다 치고받고 하는 가정일 수도, 아님 아버지가 여러 명이거나 어머니가 여러 명인 가정일 수도, 부모 중에 이미 한분이 없는 가정일 수도, 물론 땅에서 사는 우리들은 태어날 자식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하늘에서는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대부분의 부모는 태어난 자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게 된다. 물론 짐승 같은 부모는 그렇지 않지만.

   

어느 날이었다. 새벽이었다.    


“어떤 남자가 물건을 부동산 사무실에 던지고 난리예요, 빨리 와주세요”     


112 신고를 받고 사건 장소로 가보았다.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부동산 사무실의 통유리를 주변에 있는 화분을 집어던져 대형 통유리가 깨져 있었고, 큰 소리로 뭐라고 고함을 치고 있었다.    


일단 출동한 경찰관 두 명도 건장한 남자들이었다. 행패를 부리는 남자의 양팔을 한 사람씩 잡고 진정을 시켜보려고 했지만 진정이 안되었다.    


그 남자의 팔뚝은 정말 근육질에 단단한 팔이였고. 몸 자체가 딴딴한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 바로 운동으로 단련된, 그것도 1-2년 동안 운동한 몸이 아닌 오랜 세월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 그런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냥 터미네이터의 '아놀드슈왈제너거'와 같은 몸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남자의 양팔을 잡고 있는 두 경찰관은 그냥 고목나무 매미가 되었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그 남자가 휘젓는 대로 흔들리면서 계속 그 남자를 진정시키려고 했으니까.    


물론 다행인 것은 그 남자는 흥분한 상태로 소리를 치고는 있지만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놓으라고 말을 하면서 몸을 이리저리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 보니 매미가 된 두 경찰관, 자존심은 이미 바닥으로 무너져버렸다. 그렇지만 그 남자를 진정시켜야 하니까 말로 살살 달래면서 계속 그 남자의 몸에 붙어 있을 뿐이다. 맴맴 하면서. 약 40분 정도를. 진이 빠지게, 우리도 힘 빠지고 터미네이터도 힘이 빠지니 그냥 진정해지는 것 같았다. 간신히 간신히 순찰차에 터미네이터를 태우고 지구대로 와서 사정 이야기를 들었다. 이해는 되었다.    


터미네이터의 그 남자는, 태어날 때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이 호텔을 운영하시는 그런 분이었고 금전적으로 넉넉한 집안이었다. 그래서 그 남자는 태어나서 한일은, 학교 다닐 때 학교 다니고, 성인이 되어서는 호텔 경영수업을 조금씩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밥 먹고 나서 하는 일은 오로지 헬스장에서 터미네이터로 변신하는 그런 일만 했다. 직장이라는 곳은 한 번도 다닌 적이 없어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름대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으니, 결혼도 일찍이 했고, 아버지가 된 상태에서 자식을 책임지기 위해 돈을 벌려는 노력보다는 더 단단한 터미네이터가 되기 위해 열심히 갈고닦으면서 인생을 살았던 남자였다.    


그런데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와 같이 언제까지 올라가기만 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이 남자의 부모님이 사업 확장이나 이전을 하려는 마음을 먹고 있을 때 부동산에서 좋은 물건이라고 하면서 소개를 해주었다. 바로 지금 있는 호텔에서 반대쪽에 있는 모텔로 이전을 하도록 말이다.    


수익이 지금보다 낫고 장소도 지금보다 훨씬 좋다는 말에 이 남자의 부모님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말이 호텔이지 그냥 큰 모텔과 같은 곳이니까. 오는 손님 받으면 되는 것이고 굳이 호텔같이 거창하게 경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그런 호텔 운영을 하셨던 부모님.

   

부동산 대표의 현란한 혀놀림에 그 부모님은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호텔을 이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문제는 생겼다. 장사가 예전 호텔보다 안 돼버린 것이다. 차라리 기존 장소가 훨씬 잘되는 상태였다.

    

물론 새로 이전한 장소의 호텔의 전 업주와 부동산 대표 간의 사이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부동산을 하시는 분들은 고객과 고객을 연결해서 일이 성사되면 큰 수수료를 받는 게 업이니까 열심히 썰을 풀었을 것이고 약간의 과장도, 포장도, 약간의 사기성 분석도 있었을 것이다.    


이미 호텔을 이전해버렸으니 낙장불입(落張不入)이 돼버린 것이다. 돈을 한 번도 벌어보지 않은 그 남자, 열심히 다니던 헬스장의 회비도 내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을 입어버린 것이고, 부동산 대표에게 쫒아가서 항의를 해도 안 되는 일이 돼버린 것이다.

    

처음부터 유복하게만 자랐던 그 남자, 누구의 밑에 들어가서 자존심 다 버리고 돈을 벌어본 적이 없던 30대 후반의 그 남자,


처음부터 삼루에서 태어나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하지만 잘못되기라도 하면 타석에서 안타 쳐서 1루부터 밟고 뛰어 오는 사람보다 더욱더 아파한다. 인생의 아픔을 많이 느껴보지 않아서일까. 그래서 더욱 아파한다.    


삼루에서 태어나서 모든 삶을 더욱더 안정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홈을 밟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인생은 항상 해피앤딩이 될 수는 없다. 드라마가 아니니까.  

   

그래서 사람은 만약이라는 단어를 대비해서 최선을 다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고생도 해보면서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부동산 대표도 미안해서 무엇이 미안해서인지 아님 고객이어서 인지 모르지만 사건 처리를 원하지 않았다. 그 남자의 노모도 지구대에 왔다. 그리고 아들에게 한마디 하셨다.

     

“속 좀 차려라, 변호사비로 쓸 돈도 없다”라고,

     

자식의 힘듦을 보는 부모의 마음은 아마도 숯검정처럼 새까맣게 탔을 것이다.  

   

삼루에서 태어났다고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의 기복이 있다. 삼루에 있다고 방심하면 아웃될 수도 있고, 홈으로 달리다가 아웃될 수도 있고, 반대로 타석에서 막 시작해서 안타를 쳐야만이 1루로 뛸 수 있는 그런 인생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열심히 노력하고 노력하다 보면, 한방이 1루 타일 수도, 2루 타일 수도, 3루타 일수도, 아님 최고의 홈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노력하고 도전하면서, 지금의 고통을 참고 참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어떤 가정에서 태어났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야 자신의 가치를 자신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모르는 자신의 가치는 남도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어떤 태어남이든 자신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알아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나도 힘으로는 남에게 뒤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고목나무의 매미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래서 다시 겪지 않기 위해 그날 바로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건강도 건강이지만 힘으로 밀리지 않기 위해. 정말 자존심에 스크레치가 많이 갔던 사건이었다.  후배 경찰관님들. 열심히 운동도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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