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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 Dec 28. 2020

미련(未練)의 그늘

나는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어떤 일을 하다가 중도에 포기를 하게 되면, 몇 년 후에 포기만 하지 않았으면 지금 되었을 텐데라는 미련이 많이 남는 후회의 언어를 많이 쓰게 된다. 또한 미련이라는 것은 하고자 했던 일에 대해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남아있음을 뜻할 것이다.


10년 전인가. 2달 동안 토요일마다 부천에서 서울역을 갔다. 아침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서울역에 있던 토목기술사 학원을 다녔다. 열심히 공부를 해서 기술사가 되보겠다는 마음으로,


쉬운 공부는 아니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공부를 포기할 이유를 스스로 찾고 있었다.


"나는 토목 기술자로서 지금 현장에서 일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업종이 180도 다른 경찰공무원으로 일을 하는데 필기에서 합격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는 것 아냐"
"어디에 쓴다고 내가 이걸 하지"
"진급시험공부나 할까"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냥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다.


고액의 학원비를 내고 다녔던 기술사 학원, 학원 수업은 빼먹지 않고 마쳤지만, 공부도 마쳤다. 시험은 보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2020년 무더운 여름 어느 저녁, 퇴근 이후 마음 편한 지인과 함께 술집에서 술을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 나의 토목현장 생활의 노하우로 건설현장 안전사고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을 신속하게 해결했던 이야기를 하던 중, 일반인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수사 능력보다 건설현장에서 실전 경험이 있는 수사관의 수사 능력은 비교를 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처리했던 몇 건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사건에서 건축사나 건축담당 행정 공무원과도 전문적 지식이나 실무적 지식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져본 적은 없다. 내가 수사하는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모두 처리되었다.


"그때 토목시공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할걸, 왜 포기했지"
"계속 공부했으면 기술사 자격증을 갖고 있을걸"


미련이 남았다. 나는 토목 기술자로서 생활했던 부분에 대해 자랑스럽기도 하다. 왜냐면 건설공사 관련 하도급 등 여타 사기사건도 많은데, 이런 사건을 수사할 때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다 알아들을 수 있고, 다른 수사관들이 나에게 물어보는 경우도 있어서 알려주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건설 현장생활의 경험이 나의 경찰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나는 기술사라는 미련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2021년도에 있는 3번의 기술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물론 결과는 모른다. 하지만 2022년도 있으니까. 그러나 2021년도에 끝내보려고 한다.


토목현장에서 나와 경찰 시험공부를 할 때, 한국어로 된 것은 모두 외워버린다라는 마음으로 죽기 살기로 공부를 했는데, 그때처럼은 아니지만 한번 해보려고 한다. 기술사라는 미련의 그늘에서 나오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련다.


15년 정도를 학교와 건설현장에서 토목쟁이로 살았던 내가, 알지도 못하는 행정학이라는 것을 대학원 등에서 공부를 했고 포기하지 않고 그냥 무조건 했더니 "행정학 박사"라는 달콤한 열매도 따 보지 않았던가.


이번에는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몇 년 후에 또 미련의 그늘에서 허우적 되지 않고, 기술사를 취득한 경찰이 되고자 한다.



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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