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청) : “표정 풀어, 이 씨발, 누가 잡아먹냐,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존나 반갑다잉, 어이 브라더, 너 많이 힘들어 뵌다. 그러지 말고 인자 고만 선택해라. 형 말 듣고 이 병신아 그래야 네가 살어”
(이자성) : “형님, 아 형”
(장 청) : “야, 이 개새끼야, 너 만에 하나, 천만분의 하나라도, 내가 살면 너 어떡하려고 그래, 너 나 감당할 수 있겄냐”
경찰 신분을 감추고 범죄조직에 침투한 이자성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면서도 의리와 무한한 사랑으로 이자성을 지켜주며 죽음을 맞는 장청. 참으로 멋진 남자들의 영화이고 강호의 남자들의 세상 이야기면서도 우리나라 경찰 조직도 범죄조직에 침투하는 비밀경찰이 정말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했던 영화기도 하다. 내가 과연 최민식과 같은 반장을 만나서 범죄조직에 침투하는 임무를 받게 된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들게 해 주었던,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멋진 영화다.
영화의 장면들처럼 범죄조직에 침투해 본 경험은 없지만, 나름 범죄 현장에 먼저 침투해서 범죄 실현을 보고, 주변에 잠복하고 있는 형사들에게 연락해서 검거해 본 적은 수차례 있다. 물론 검거된 수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살벌한 소리도 들어보기도 하면서,
(수괴) : “이렇게 된 것, 나도 다 포기하고, 뭐 경찰은 등에 쇠판 깔고 다니지는 않을 것 아니요, 찌르면 들어가겠지”
참으로 살벌하다. 물론 함께 담배 피우면서 범죄자의 어두운 감정을 하얀 담배연기로 순화시켜 하늘로 날려 보내게 해 주고, 몸은 구속되게 해 주었지만, 칼로 찌른다 어쩐다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참으로 언짢을 때가 많기도 하니까 말이다.
단속과 검거를 위해서 불법으로 운영되는 게임장, 퇴폐업소, 도박장 등에 쳐들어가기 전에 많은 경찰관들이 먼저 들어가서 상황을 본다. 물론 손님으로 위장하고 들어가긴 하지만, 그런데 단속하려던 범죄현장에서 경찰 신분이 노출되면 복잡해진다. 범죄현장 관계자들에게 쪽은 다 팔릴 것이고, 경찰서에서는 그것도 하나 못하냐면서 무능으로 찍힐 것이고, 자존감은 떨어질 것이고, 참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가 되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나름 배짱 있고 연기력 있는 형사가 침투하기도 한다.
나도 여러 게임장이나 퇴폐업소에 잠입해본 적도 있다. 성공률이 좋았으니까 항상 먼저 들어가는 쪽으로, 그러다가 나중에는 빼 달라고 스스로 말 한적도 있다. ‘등에 칼 들어갑니다’라는 말을 범죄자에게 직접 듣게 되면 그때 기분으로는 계속 선발대로 일을 하기보다는 조금은 쉬어야 한다. 물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침투 역할을 맡긴 하지만,
지익지익..... 뚜뚜뚱뚱, 순찰차 안의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온다.
(질서계 직원) “지금 사건 처리 중이 아니면 이곳 좀 와서 지원 좀 해주세요”
(나) “네 알겠습니다”
경찰서에는 다양한 부서가 있다. 그중에 생활질서계라는 부서가 있다. 이 부서에서는 총포 도검 관련 업무도 하지만 불법적인 영업을 자행하는 게임장이나 술집, 퇴폐업소, 도박장을 단속하기도 한다. 이런 전담부서에서 저녁 늦은 시간에 예고 없던 지원 요청을 했다는 것은 어떤 불법적인 범죄현장을 단속하는데 경찰 근무복을 입은 순찰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절실한 상황을 뜻한다. 아무튼 오늘 저녁에는 불법 영업장 한 곳은 단속될 운명인 것이다.
(질서계 직원) “저기 보이는 주택 지하에 술집이 있는데, 원래는 일반 음식점으로 허가가 나서 무대 설치해서 영리 목적으로 손님들에게 노래 부르게 하면 안 되는데, 노래 부르고 하는가 봐요, 노랫소리에 시끄럽다는 민원도 계속 들어오고, 며칠 지켜보다가 오늘을 디데이로 나온 거예요”
(나) “불법여부 확인되었나요”
(질서계 직원) “아니요, 지금 우리 직원 한 명이 30분 전에 먼저 들어갔고, 메시지가 오면 바로 들어갈 거니까, 그때 함께 들어가서 단속하는데 도와주시면 됩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 수어사이드 스쿼드라는 영화가 있다. 나름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자살특공대를 보내서 악을 무찌른다는 그런 영화인데, 경찰도 범죄현장에 먼저 투입돼서 범죄를 목격하고 외부에서 대기하는 경찰에게 연락해야 하는 첩자 같은 일을 하는 잠입 경찰도 어떻게 보면 수어사이드 스쿼드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위험을 수반해야 하니까.
(질서계 직원) “지금 안에서 연락 왔어요, 빨리 내려오라고”
불법행위 현장에 잠입한 경찰관으로부터 긴박하게 연락이 왔다. 불법행위가 시작되었으니 빨리 내려오라는 메시지다. 모두 다 긴장하고 불법 현장을 단속하기 위해 신속하게 지하로 내려간다. 식당 문은 잠겨있지 않아서 쉽게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 안에 쳐들어간 질서계 직원들은 각자가 해야 할 임무에 맞게 사진을 찍는 등 업무를 시작한다. 붉은색과 밝은 색이 빙글빙글 도는 사이키 조명에 반사되어 일반적인 식당보다는 왠지 뇌쇄적인 자극이 느껴지는 이곳에서 남자 한분이 무대 위에서 끈적거리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평 정도 되는 공간에 많은 테이블이 있고, 소파마다 손님들이 가득 앉아있다. 참으로 영업은 괜찮은 그런 술집이다.
내가 해야 할 임무는. 첫째는 영업장 안에 있는 업주나 종업원을 제압해야 하고, 손님도 정리해줘야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먼저 잠입한 경찰관을 구해야 한다. 경찰이라는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눈치껏 구해야 한다. 그래서 잠입 경찰관을 테이블마다 확인하면서 찾는다.
업장 한쪽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많은 손님들이 몰려 앉아있다. 그리고 벽과 몸이 일체가 된 것처럼 구석에 밀려 앉아있는 한 남자에게 많은 손님들이 시선이 몰려있다. 내가 봐도 어디서 본 것 같은 남자가 벽 쪽으로 밀쳐져 앉아있다. ‘언더커버 '다. 내 눈과 마주친 잠입 경찰은 나에게 간절한 눈으로 말을 한다. 빨리 구해주라고. 무섭다고, 죽을 것 같다고.
(나) : “조금 비켜봐요, 왜 여기 사람들이 다 몰려있어. 제일 구석에 앉아있는 아저씨 이리 나와봐요, 물어볼 게 있으니까”
(잠입 경찰) “네, 네, 네, 지금 나가요, 조금 비켜주세요, 지금 나가요”
잠입 경찰은 내가 무사히 구했다. 그리고 조사하는 척하면서 밖으로 내보냈다. 뭔가에 기가 눌려서인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헐레벌떡 도망가듯이 나갔다. 무슨 일이 있나라는 걱정이 들게 할 정도로 하얗게 백지장이 된 얼굴로,
불법 영업하던 식당은 다행히 잠입 경찰의 활약으로 손쉽게 단속되면서 끝났다. 그리고 잠입 경찰은 질서계 직원들이 타고 온 봉고차량 안에서 숨을 고르게 쉬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잠입 경찰) “조금만 늦게 들어왔으면 큰일 날 뻔했어”
(질서계 직원) “무슨 일 있었어”
(잠입 경찰) “나 닭살 돋은 채로 20분 동안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 너무 힘들었어”
(질서계 직원) “뭔데, 왜”
(잠입 경찰) “그 식당 말이야, 손님이 모두 남자밖에 없었잖아, 그곳 게이 전용 식당이었어, 내가 들어가니까, 새로운 얼굴이 온 거잖아, 그래서 내 주변에 남자들이 한 명씩 오더니, 어디서 사느냐, 전화번호 어떻게 되느냐, 손이 예쁘다 하면서 내 손을 만지고 허벅지 만지고 얼굴을 쓰다듬는 거야, 아 죽는 줄 알았네, 여기 바봐 나 아직도 닭살 돋아 있잖아”
그렇다. 단속된 곳은 성소수자들이 모이는 전용 식당이었다. 어쩐지 단속할 때 여자 손님들은 전혀 없었다. 다만 여성이라고는 주방에서 일하는 고모님 한분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역시 경찰이라는 직업은 다이내믹하다. 멋지게 범죄조직에도 침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불법 현장에 많은 경찰관들이 수어사이드 스쿼드처럼 침투해서 위험을 감수하며 단속을 한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지는 들어가 봐야 아니까 말이다. 바로 볶을 복이다.
이렇게 어두운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경찰관들이 많으니까 대한민국은 전 세계 치안서비스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멋지지 않나. 정말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