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부호모(呼父呼母) : 아이덴티티

#어머니 #아버지 #아들 #태국 #케이팝

by 별하
어머니, 꽃구경 가요
제 등에 업히어 꽃구경 가요
세상이 온통 꽃 핀 봄날
어머니는 좋아라고 아들 등에 업혔네
마을을 지나고 산길을 지나고
산자락에 휘감겨 숲길이 짙어지자
아이구머니나
어머니는 그만 말을 잃더니
꽃구경 봄구경
눈감아 버리더니
한 웅큼씩 한 웅큼씩 솔잎을 따서
가는 길 뒤에다 뿌리며 가네
어머니 지금 뭐 하나요
아들아 아들아 내 아들아
너 혼자 내려갈 일 걱정이구나
길 잃고 헤맬까 걱정이구나

(노래 : 꽃구경. 가수 : 장사익)


별빛뿐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산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그것도 전등 불빛이나 횃불과 같은 불빛이 전혀 없이 오로지 사람의 눈으로 앞길의 험난함을 확인하며 소리 없이 걸어야 하니 더욱 힘들다. 앞사람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잘 따라가야 하니까. 뒤에 따라오는 사람도 내가 잘 가야만이 잘 따라올 수 있으니까. 오로지 한 줄로만 이동한다. 길이 아닌 수풀을 헤치면서 걷는 산길. 너무 힘들다.


(인솔자) “쉿 모두 앉아요, 움직이지 마세요”
(따라가는 사람 중 한 명) “모두 조용”
(인솔자) “애기 울지 않게 약 먹였지”
(애기 엄마) “약 먹였어요”
(인솔자) “일어나지 않게 해, 깨려고 하면 얼릉 약 먹여, 애기 울면 우리 다 죽어”
(애기 엄마) “알았어요”
(인솔자) “조금 있다 저 강을 건널 거야. 지금 수심이 얕으니까. 그리고 일단 강에 들어가면 무조건 저쪽으로 빨리 갈거야. 중국 공안 교대 전에 도착해야 하니까, 만약에 물에 떠밀려도 소리 내지 마, 건질 수 있으면 건지고 어쩔 수 없으면 그냥 간다. 내가 하라는 데로만 하면 됩니다”


초 겨울이지만 그래도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강을 건너야 한다. 나룻배를 타거나 노 젓는 배를 타는 것도 아닌 가슴 위까지 온 몸을 칼날로 계속 베는듯 한 느낌으로 스쳐가는 음산한 강물에 몸을 맡기고 한 발씩 한 발씩 건너 간다. 애기 엄마는 아이를 감싸고 있는 이불이 강물에 젖지 않게 최선을 다한다. 두 손으로 아이를 잡고 하늘 위로 올려서 걸어간다. 아이가 깨면 나도 다른 사람들도 다 죽을 수 있으니,


(나) “여기요, 어머니, 오랜만이네, 얼굴은 더 좋아지셨네”
(어머니) “반갑습니다, 형사님도 얼굴이 더 좋아지셨네요”
(나) “뭐 드실래요”
(어머니) “저는 과일 주스로”
(나) “저는 얼죽아”


경찰이라는 직업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좋다. 물론 일반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내 직업은 대통령부터 노숙자까지도 빈부격차와 상관없이, 권력의 높고 낮음에 차별없이 다양하고 편견 없이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라면 매력이라 할 수 있는 훌륭한 직업이다. 하루하루 참으로 심심하지는 않다.


내가 한참 사람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갖고, 스님이 될까 목사님이 될까? 라며 한때 개똥철학으로 이성적 답을 찾는답시고 지랄할 때, 여자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생각으로 나름 고민한 적이 있다. 그냥 이 세상에 함께 사는 나와 같은 하찮은 생명체일까, 아니면 나보다는 훨씬 신적인 존재일까라는 호기심 천국으로. 이때는 성경공부도 불경 공부도 나름 마음공부 삼아서 상당히 많이 했었던 때였는데, 그리고 이때는 유난히도 성경과 불경을 비교해서 어쩌고 저쩌고라며 나름 썰을 풀어주던 책들도 서점에 많이 진열되던 시대였고, 그래서 이런 책들도 많이 보던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시기였다고 할까.


「신은 사람을 창조한다」 그래서 위대하다고들 한다. 그런데 남자와 여자가 있다면 사람을 창조할 수 있는 신의 능력은 누구에게 있을까. 남자는 잠시 협조할 뿐, 생명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신의 능력은 여자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자궁 속에 꾸물꾸물 생명을 구원 안착해주시고, 발가락 손가락 양쪽에 다섯 개씩 키워내는 기적을 만드사, 밝은 세상과 좋은 소리를 실컷보고 들으라며 눈과 귀를 살짝 제자리에 올려주시고, 생명의 원천인 심장을 힘차게 움직이라며 신의 열쇠로 시동을 걸어 주시면서 이것저것 많은 기적 옵션을 달아 탄생하게 해 주신다. 여자 또는 엄마라 불리는 위대한 존재가 자신의 생명과 기운을 소중히 사랑으로 토핑해주신다. 그리고 최후에는 화룡점정(畵龍點睛)으로 '호'하고 아이의 몸에 생명의 기운을 쏟아 주시매. 10개월 만에 세상 밖으로 아이는 힘찬 울음소리와 함께 기적으로 탄생하신다. 사람이라는 존재로,


경찰인 나는 신과 여자의 공통점이 무얼까라는 공부를 나름 심도 있게 해서인지, 여자 가지고 장난치다가 나에게 걸리면 모 아니면 도다. 구속이거나 아예 무죄다. 가끔 예쁘지 않은 무고꾼도 있으니까 말이다.


(나) “태국은 갔다 오셨어”
(어머니) “저번 달에 갔다 왔어요”
(나) “뭐래요, 태국 몇 번 더 가야 된데요”
(어머니) “몇 번 더 가야 될 것 같네요”
(나) “빨리 목소리가 좋아져야 하는데”
(어머니) “조금씩 좋아지니까”
(나) “아들은 아직도 집 밖으로 안 나가요”
(어머니) “네, 다 나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불쌍해 죽겠어요”
(나) “뭐가, 이 정도면 훌륭하지”


예전에 태국여행을 간 적이 있다. 물론 초등학생인 아이 두 명을 혹으로 달고 갔다. 패키지여행으로, 초등학생 딸과 아들은 아빠랑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이니 엄청나게 신나서 뛰어다니며 바다에서 헤엄치며 즐겁게 논다. 몇 번씩 옷을 갈아입혀야 하니 나는 백팩에 옷을 몇 벌씩 여벌을 담아서 메고 다닌다. 나에게는 여행은 아니고 노역이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007에서 나왔다고 하는 촛대 같이 생긴 섬도 보고, 이곳저곳도 많이 갔는데, 나는 애들 뒤 따라다니면서 챙기느라 여행이 아니라 해병대 캠프에 온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 이것들을 여기다 버리고 혼자 귀국할까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기도 했지만, 그러나 없는 모성애를 억지로 짜내가면서 며칠만 참자라는 생각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해탈의 레벨 수치를 진정시켰다. 그래서 태국여행 기억이 거의 없다. 마치 '노동력 착취 현장 속으로'라는 새로운 여행 프로 출연진 같았다.


가이드의 인솔로 패키지 일행들은 어미 닭 뒤를 쫓아가는 병아리들처럼 따라가다 보니, 조명 빛의 찬란함으로 화려하게 모든 세상을 감쌀 것 같은 클럽에 갔다. 웅장한 스피커에서 흥이 넘치는 음악소리가 쩌렁쩌렁 나는 이곳에서 많은 댄서들의 춤을 보았다. 나도 생전 처음 보았고, 내 애들도 생전 처음 보았으니 신기했다. 그리고 알아들을 수 있는 케이팝이 나오니 우리 애들도 흥을 아는 한민족처럼 무척 좋아라 했다. 물론 이곳은 태국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트랜스젠더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곳이다.

(나) “저기 춤추는 사람들이 다 남자래”
(초등학생 아들) “어디, 남자 어디 있는데”
(초등학생 딸) “저기가 남자 갔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태국은 물이 많아 음기가 강하다 보니 여자의 기운이 세다고 한다. 풍수지리적으로다가. 그래서 트랜스젠더도 상당히 많고 여자가 가장 역할을 하는 집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특히 트랜스젠더 존재에 대해서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역사적 배경도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군대를 갈 수 있는 그런 나라란다. 이러한 특성으로 태국은 성전환 수술 기술이 상당히 발전되었고 금액도 싸다고 한다.


「신은 게으를까」, 아니면 「신은 장난꾸러기」일까, 짐 캐리가 주연한 ‘브루스 올마이티“라는 영화에서 짜증 난 신이 짐 캐리에게 ’네가 한번 해봐 새끼야‘라면서 능력을 대여해 준다. 그리고 짐 캐리는 간단하게 복권 1등을 소원으로 비는 모든 사람들에게 1등의 소원을 들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엄청난 소동이 벌어진다. 1등 돼서 좋지만 금액이 줄었으니 실망을, 물론 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정말 신도 자기 업무를 수행하는데 힘들기도 하겠다 라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했다.


(나) ”행사 때 아들 한번 데리고 와요 “
(어머니) ”아마 아들이 싫다고 할 거예요 “
(나) ”지금 아들이 5학년이죠, 혼자라도 오세요 아들 것도 챙겨드릴게 “
(어머니) ”네 “


지금 어머니의 아들은 엄청난 방황을 하고 있다. 방황이 빨리 멈추길 바라지만 누구도 쉽게 말할 수는 없다. 목숨을 걸고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죽음과 사투를 하면서 국경을 넘어 한국에 정착한 어머니, 비록 자신의 뱃속에서 열 달 동안 생명을 불어넣지는 않았지만 모성애로서 아들을 목숨으로 지켜냈다.


어느 한순간에 아들의 눈에 비치는 아버지의 모습이 어머니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아마도 엄청난 혼란이 아들의 머릿속과 가슴속에서 계속 부딪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누구도 아들에게 나무랄 수도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의 실수로 한때 남의 껍데기를 입고 있었을 뿐, 아들의 어머니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살아왔음은 나는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목소리는 아직 마녀로부터 찾아오지 않은 인어공주와 같지만, 원했던 껍데기를 스스로 찾아서 입고 있는 그 모습이 보기 좋다. 그래서 나는 그냥 부른다. 어머니라고, 내 눈앞에 있는 사람은 진정한 어머니이니까. 바로 신의 능력으로 이 지구 상에 살아가는 모든 어머니와 같은 그런 대단한 존재라는 것을 나는 인정하니까. 그래서 응원한다.


어서 빨리 아들이 아무 일 없이 어머니와 스스럼없는 관계가 형성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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