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몇 년 만에 제육덮밥을 먹었다.
군대에서 생활할 때 자주 먹었던 제육덮밥, 빨리 나오고 빨리 먹고 빨리 일하러 가야 했던 군대에서 제육덮밥은 그냥 빨리 먹을 수 있었던 푸짐한 건강식이었다.
아하. 나는 군 생활을 종로경찰서에서 교통의경으로 36개월 동안 생활했고, 외근활동이 많아 경찰서 교통계에서 지정해준 식당에서 장부에 기재해놓고 먹던 그런 시대였으니, 나에게는 라면과 제육덮밥, 그리고 최애 음식인 순두부찌개를 주로 먹었던 시절이었다.
군 생활, 나에게 자존은 없었다. 그냥 매일 나에게 할당된 교통단속건수를 채워야 했고, 내 것뿐만 아리라 고참것과 초소장것까지 채워야 했던 그런 시절이었다. 할당 건수를 못 채우면 내부반에서 한 따까리를 하던 시절이었으니. 자존은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때 먹었던 제육덮밥의 진 맛을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냥 소스 맛만 느꼈던 그때....
그런데 오늘 제육덮밥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갑자기 맛도 달랐지만. 왠지 군대생활의 나와 지금의 내가 많이 다른 사람인 것처럼. 그리고 갑자기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뭐지라고. 생뚱맞은 스스로에게 질문도 갑자기.
사람이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육덮밥을 먹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존(自尊)이었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다른 사람도 귀하게 여겨주는 것이 아닌가.
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웃고 행복하게 가족들과 지내는 사람도 있는가 반면에 돈이 많아도 항상 가족과 싸우면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듯이.... 아마도 자존에 대한 마음가짐의 차이가 행복의 막다른 삼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그렇다면 과연 자존은 언제 어떤 시기에 오는 것인지, 아니면 항상 내 마음속에 있는데 현실에 안주하지 못해서 그래서 자존을 찾지 않고 그냥 열등(劣等)으로 살았을까 하고 말이다.
아마도 나에게 열등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불씨였는지도 모른다. 많이 가진 자도 아니고, 든든한 뒷백이 있어서 든든하게 하고 싶은 것 마구마구 도전하면서 살 수도 없었던.... 그래서 나에게는 항상 열등감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매일 현재를 개처럼 열심히 살았던 것 같다.
이성적이고, 뒤도 옆도 보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쉬지 않고 개처럼 살았다. 그래서 개처럼 살다 보니 자존은 없었다. 그냥 열등뿐이었다. 그리고 그 열등은 나를 쉬지 않고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증기기관차의 석탄이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나의 현재에서 모처럼 달콤 매콤하게 돼지고기가 잘 버무려진 제육덮밥을 먹으면서, 이제는 열등보다는 자존에 대한 여유가 더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왜.
로또 1등이 된 것도 아니고, 어디서 돈벼락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단순하게 그냥 내가 목표한 것이 눈앞에 다가옴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에 비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롯이 혼자의 힘으로 목표에 다가가다 보니 거북이처럼 느렸지만 이제는 구름 사이에서 환하게 내려 비쳐주는 선샤인이 내 눈에는 보여서 일까, 그리고 내가 해왔던 것들 모두가 서서히 선샤인의 빛을 받아 빛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타인에게 비치는 나는 그리 부자는 아닐지언정, 나를 비난하거나 흉을 보기보다는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냥 닮고 싶은 사람. 그래서 뭔가를 도전하게 만드는 그런 사람으로 비침을,
어느덧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음을 서서히 어느새 내 가슴에 느낌으로 다가와 적셔주어서 일까.
오늘 자존감이 그득한 내 마음을 스스로 손바닥으로 톡톡 치면서 하늘 아래 하얗고 주먹만 한 목련꽃이 가득하고, 활짝 핀 배꽃과 바람에 날리는 벚꽃 향기와 꽃잎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한걸음 한걸음 아주 천천히 꽃길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