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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Sep 19. 2021

내 아이를 받아줄 산부인과를 찾아서 (1)

일본에서 스웨덴 남자랑 애 낳고 기르는 이야기


일본에서도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는 있었다. 2편에서 임신 진단을 받은 병원인데, 일본에 와서 난소낭종이 발견되어서 추적관찰을 받고 있었던 터라 나의 병력을 잘 아는 선생님이고 평판도 좋아서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그만큼 대기시간은 헬이었지만…)


다만 그곳은 부인과 진료만 보는 병원이었고, 그리하여 산과를 보는 다른 병원을 찾아야만 했다.




그러나 친정엄마도 친구도 혈육도 맘카페도 없는 동네에서 평판 좋은 산부인과를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친절한 블로그 이웃님들이 계신가 하면 그것도 아닌지라, IT 바닥에서 구르며 갈고닦은 구글링 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내 직업에 감사한 순간이 가끔 있는데 이번에도 아주 조금 감사함을 느꼈다.


살려줘요 구글!! (출처 : pixabay)


그래서 주말 내내 눈이 시뻘게지도록 근처 산부인과의 평판을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다음과 같았다.


일본, 특히 내가 사는 요코하마는 분만 예약부터 쉽지 않다

30주 이후에도 분만 예약을 받아주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적어도 16주 이전에는 분만할 병원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요코하마는 분만 예약을 잡기가 힘들어 12주 이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아이를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하고 방황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 심지어 인기 있는 병원이면 아예 6주(!)쯤에 예약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일본의 출산 비용은 어마 무지하게 비싸다

‘임신과 출산은 병이 아니다’라는 게 이 나라의 스탠스인지라, 기본적으로 출산에 드는 모든 의료행위는 의학적 필요에 의한 처치가 아닌 이상은 비보험 처리된다.


그 결과 출산비용이 단태아 자연분만 기준 40~50만 엔에 육박하는데, 요코하마를 포함한 수도권, 대도시권은 당연히 그보다 비싸서 최소 60~70만 엔 정도를 생각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이대로면 애 하나 낳다 집안 거덜 날 지경이니 당연히 아무도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본 정부에서는 출산 일시금(出産一時金)이라는 출산 비용 보조금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출산 후 42만 엔이 지급되는데 저 42만 엔이란 일본 전국의 출산 비용을 평균 낸 값이다. 그리하여 물가 비싼 대도시 주민에게 있어선 ‘살려는 드릴게’ 정도의 지원이 되긴 하나 저거라도 주는 게 어딘가. 아리가또!!!




저런 내용들을 숙지하고 나서, 나 자신은 어떤 포인트를 중요시하는가 우선순위를 매겨보았다.


1. 집에서 너무 멀지 않을 것

적어도 자동차로 20분 정도, 전철로 5정거장 이내에 있는 곳일 것. 통원을 고려했을 때 역에서 가까우면 베스트.


2. 응급상황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곳일 것

현대의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출산은 언제 어떻게 초응급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게 현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때 즉각 대처할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령 응급 수술이 필요한데 대처할 수 없어서 대응 가능한 다른 큰 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구급차를 타야 하는 상황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3. NICU가 갖춰진 곳일 것

만약 출산 도중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도 즉각 대처할 수 있으려면 NICU가 갖춰진 곳이어야 했다.


4. 요코하마시에서 지원하는 산후 케어 프로그램을 지원중인 병원일 것

요코하마시에서는 산후에 산모와 아이 케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 저렴한 가격으로 병원이나 조산원에서 일주일 정도 산후 케어 단기 스테이를 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운영 중인 병원이나 조산원이 몇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인데, 남편이 직업 특성상 출산 후 길게 휴가를 내기 힘들다는 점, 코로나 때문에 친정 엄마가 내 출산에 맞춰 일본에 올 수 있을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저 프로그램의 사용 가능 유무가 나에겐 꽤 중요한 검토 요소가 되었다.


5. 무통분만, 계획 분만이 가능한 곳일 것

한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무통 천국, 계획 유도분만/제왕절개는 일본에선 해주는 병원을 굳이 찾아가야 하며, 비싼 돈 내고 붙여야 하는 옵션이다. 이 대목에서 다시 짚고 넘어가지만, 역시 산부인과는 한국이 최고다.


사실 처음엔 이 또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는데 나와 아이의 안위가 걸린 요소들을 고려하다 보니 의외로 우선순위가 아래로 밀려버렸다. ‘죽을 것 같은 것’과 ‘죽게 될 지경’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하고 빠르게 해소할 문제인가는 그리 오래 생각지 않아도 쉽게 나오는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출산 과정에서 이 결정을 뼈저리게 후회할 미래도 조금 보이긴 한다)




그 결과 후보 병원이 추려지게 되었는데…


분량 조절 실패로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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