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스웨덴 남자랑 애 낳고 기르는 이야기
임신 확인을 받으러 아침부터 산부인과 문을 두드린 건, 추정하기로 4주 1~2일째 쯤이 되던 날이었다.
주말 내내 구글링을 하며 찾은, 빠르면 4주 차에도 아기집을 볼 수도 있다는 희망찬 정보만 머리에 넣고 병원으로 달려갔건만, 애석하게도 기대했던 아기집은 보이지 않았다.
아기가 너무 어려서 안 보이네요. 자궁벽 두께나 소변검사 결과를 봤을 땐 임신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뒤에 다시 보죠.
라는 말만 듣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일주일 뒤에도 아기집이 안 보이면 자궁외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묵직한 팩트는 덤이었다.
그리고 인내의 일주일이 지났다.
이 일주일 동안 임테기를 몇 개나 소비했던가. 다행히 점점 진해져 가는 선을 보며 정상적으로 임신이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하며 위안을 삼았다.
일주일 뒤, 쪼르르 달려간 병원 검사실에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음파 화면을 지켜봤다. 곧 화면에서 하얗고 작은 점 하나가 보이고, 커튼 너머로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여기 있네요. 정상 임신이 맞습니다.
저 말을 듣고 솔직히 기분은 얼떨떨했다. ‘와 이거 실환가? 진짜 임신이야?’ 하는, 믿기지 않는 마음이 더 컸다.
진료실로 나와서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다.
아기집을 확인했으니 정상 임신은 맞음
1주일 뒤에 한 번 더 와서 심장 뛰는 걸 보고 최종적으로 임신 확인을 할 것임.
난소 낭종 병력이 있어서 낭종 사이즈를 체크했는데 사이즈가 줄어있음.
그리고 선생님은 무리하지 말라는 주의와 함께, ‘오다이지니(お大事に, 몸 잘 챙기세요 라는 뜻)’라고 말하며 초음파 사진을 건네주었다. 우리 아기의 첫 초음파 사진이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심장박동을 보고 최종 임신 확인을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아기는 고작 일주일 사이에 작은 점에서 길쭉한 올챙이가 되어있었다. 이리저리 비춰보던 선생님이 마우스 포인터로 ‘여기가 심장이에요’라고 보여준 곳은 반짝반짝 빛나며 맥동하고 있었다. 일본 산부인과는 심장 소리를 들려주지는 않는지 그 반짝임을 본 것으로 심장 박동 확인이 끝났다. (아마 병원마다 다를 것으로 믿는다.)
선생님이 나에게 분만 병원은 정했냐고 물어봤다. 내가 다니던 병원은 부인과만 보는 병원이라 임신 정기 진단은 어렵다는 것. 분만 병원을 정해 오면 소개장을 써 줄 테니 그걸 들고 적어도 다다음주까지는 분만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야 하며, 가기 전에 구청에서 모자수첩(母子健康手帳)을 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오피셜하게 ‘임산부’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