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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Jun 09. 2019

일본에서 일한다는 것

가벼운 맘으로 오는 거면 솔직히 뜯어말리고 싶다

여러 사연과 부푼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오는 사람이 많은 요즘, 각자 뜻한 바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영위해간다는 설렘과 불안감을 안고 올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대학 시절 교환 학생으로 일본에 건너와 1년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살아본 적은 있지만, 그리고 그 후에도 여행이니 출장이니 뻔질나게 일본을 들락날락거렸지만, 집으로 돌아갈 티켓을 끊지 않고 일본에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기다 처음부터 사회생활을 여기서 시작한 것도 아닌 마당에 세금 내는 나라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무튼 여러 사연과 생각들을 품고서 나리타 공항에 내린 지 어언 8개월. 지금 이 순간 일본에 건너오려는 누군가가 나에게 '일본에서 일하는 거 어때요?'라고 물어온다면 솔직히 난 선뜻 ‘좋아요!’라고 답할 순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만약 상대방이 ‘한국에서 취업도 안되고, 일본은 인력난 이래서 가보려고요’ 혹은 ‘헬조선 탈출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한다면 나는 뜯어말릴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출처 : pixabay)


해외 살이는 그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오


당연한 말이지만,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결코 외국인 friendly 한 곳이 아니다.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인 것도 아니고,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에겐 살기 꽤 가혹한 곳이다. 돈 쓰러 온 관광객들은 어디까지나 '손님'일뿐, 여기서 생활하며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입장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취업을 목적으로 일본에 건너오는 사람은 굉장히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5년 이내에 돌아가는 사람의 비율도 꽤 된다는 사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내 인적 네트워크에서만 사례를 꼽아봐도 10명 중 6~7명은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가는데야 제각기 사연이 있겠지만 일단은 문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문화(異文化)를 즐기러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먹고살려고 온 이상, 여기 사람처럼 입고 먹고 싸고, 말하고 듣고 써야 한다. 처음에야 연일 이어지는 컬처쇼크가 즐겁기도 하지만 이게 점점 쌓이다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된 '한국 사람'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아, 나는 생각보다 많이 '한국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날은 높은 확률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일하다 보면 나의 아이덴티티를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야 마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더불어 생각보다 일본에서 돈을 모으며 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이 차이는 더더욱 느끼고야 만다. 신입으로 들어오면 어차피 첫 1년은 너도나도 쥐꼬리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이직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대들이 합격한 회사가 제시한 연봉에서 30% 정도 까여나간 게 실수령액이라고 보면 되므로.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일본에 건너와야 한다면


일단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길 바란다. 파라다이스는 없다. 누구든 처음부터 스무스하게 맞을 순 없고, 이 공간에 맞춰서 몸과 마음을 깎아내서 맞추는 기간은 필요하다. 그 과도기를 잘 견디느냐 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리고 건너와서는 그냥 '나는 백지 데스네' 상태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각오로 하면 더욱 편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므로, 좋은 사람이 있다면 나쁜 사람도 있고,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놈은 실수인 척 뺨 한 대만 때리면 소원이 없겠다'싶은 사람도 생기기 마련. 부정적인 소리만 잔뜩 쓰긴 했지만, 여기 와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있으며 좋은 추억도 많이 쌓고 있다. 이 곳에 오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그대 앞에 꽃길만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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