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일한다는 것

가벼운 맘으로 오는 거면 솔직히 뜯어말리고 싶다

by 일본사는 투칸

여러 사연과 부푼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오는 사람이 많은 요즘, 각자 뜻한 바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전혀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영위해간다는 설렘과 불안감을 안고 올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대학 시절 교환 학생으로 일본에 건너와 1년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살아본 적은 있지만, 그리고 그 후에도 여행이니 출장이니 뻔질나게 일본을 들락날락거렸지만, 집으로 돌아갈 티켓을 끊지 않고 일본에 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거기다 처음부터 사회생활을 여기서 시작한 것도 아닌 마당에 세금 내는 나라를 바꾼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아무튼 여러 사연과 생각들을 품고서 나리타 공항에 내린 지 어언 8개월. 지금 이 순간 일본에 건너오려는 누군가가 나에게 '일본에서 일하는 거 어때요?'라고 물어온다면 솔직히 난 선뜻 ‘좋아요!’라고 답할 순 없을 것 같다. 더불어 만약 상대방이 ‘한국에서 취업도 안되고, 일본은 인력난 이래서 가보려고요’ 혹은 ‘헬조선 탈출하고 싶어서’라는 이유로 일본행을 결심했다고 한다면 나는 뜯어말릴 것이다.


다시 한번 생각해봐....(출처 : pixabay)


해외 살이는 그대 생각보다 녹록지 않다오


당연한 말이지만, 해외에서 살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일본이라는 나라는 결코 외국인 friendly 한 곳이 아니다. 영어가 잘 통하는 나라인 것도 아니고, 일본어를 못하는 외국인에겐 살기 꽤 가혹한 곳이다. 돈 쓰러 온 관광객들은 어디까지나 '손님'일뿐, 여기서 생활하며 돈을 벌고 세금을 내는 입장이 되면 말이 달라진다.


취업을 목적으로 일본에 건너오는 사람은 굉장히 많고, 앞으로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그중에 5년 이내에 돌아가는 사람의 비율도 꽤 된다는 사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내 인적 네트워크에서만 사례를 꼽아봐도 10명 중 6~7명은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돌아가는데야 제각기 사연이 있겠지만 일단은 문화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문화(異文化)를 즐기러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먹고살려고 온 이상, 여기 사람처럼 입고 먹고 싸고, 말하고 듣고 써야 한다. 처음에야 연일 이어지는 컬처쇼크가 즐겁기도 하지만 이게 점점 쌓이다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내재된 '한국 사람'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순간이 오곤 한다. "아, 나는 생각보다 많이 '한국 사람'이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날은 높은 확률로 찾아오게 될 것이다.


julia-roberts-2470351_1280.jpg 해외에서 일하다 보면 나의 아이덴티티를 정말 뼈저리게 느끼고야 마는 것이다 (출처 : pixabay)


더불어 생각보다 일본에서 돈을 모으며 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도 직장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이 차이는 더더욱 느끼고야 만다. 신입으로 들어오면 어차피 첫 1년은 너도나도 쥐꼬리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이직으로 건너오는 사람들은 잘 생각해야 한다. 그대들이 합격한 회사가 제시한 연봉에서 30% 정도 까여나간 게 실수령액이라고 보면 되므로. (이 이야기는 나중에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볼 생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일본에 건너와야 한다면


일단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오길 바란다. 파라다이스는 없다. 누구든 처음부터 스무스하게 맞을 순 없고, 이 공간에 맞춰서 몸과 마음을 깎아내서 맞추는 기간은 필요하다. 그 과도기를 잘 견디느냐 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그리고 건너와서는 그냥 '나는 백지 데스네' 상태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일 각오로 하면 더욱 편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이 곳 역시 사람 사는 곳이므로, 좋은 사람이 있다면 나쁜 사람도 있고, 나랑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놈은 실수인 척 뺨 한 대만 때리면 소원이 없겠다'싶은 사람도 생기기 마련. 부정적인 소리만 잔뜩 쓰긴 했지만, 여기 와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나고 있으며 좋은 추억도 많이 쌓고 있다. 이 곳에 오기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그대 앞에 꽃길만 펼쳐지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본의 신졸 취업이란 (1) 취활 해금과의 결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