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조금씩 조금씩 바뀌고는 있다
일본에 취업을 하고자 관심을 갖고 보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알겠지만, 일본은 여전히 3월 1일에 '준비, 땅!' 하면 일제히 기업들이 신졸 채용 모집 해제(이른바 취활 해금. 슈카츠 카이킨就活解禁)를 하는 방식. 그와 동시에 대학 3학년생들이 각종 기업 설명회 등을 다니고 서류 제출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취준을 시작하게 된다. 수시 채용이 보편화된 한국 사람들이 보기엔 저게 도대체 뭔가 싶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실은 저 취활 해금(就活解禁)이라는 것도 경단련에 가입된 이른바 대기업들이 대상이 된다. 외국계 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은 취활 해금 전에 이미 바쁘게 움직여서 우수한 학생들을 확보하는 게 트렌드. 일본에서도 대기업 선호 현상이야 있지만, 한국과 마찬가지로(아니 어쩌면 오히려 한국보다도) 우수 인력층의 외국계, 벤처에 대한 수요도가 높기 때문에 해당 기업들의 채용 개시 타이밍은 점점 더 빨라지는 추세다.
그리하여 사실상 3월에 취활 해금이 되기 전부터 각종 기업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취준을 종료해버리는 학생도 적지 않은 추세다. 특히 IT엔지니어, 외국계 기업 지망층은 3월에 경단련 기업들이 취활 해금하고 6월부터 본 선고 해금하는 시점에선 내정 다 받고 놀러 다니는 경우가 대다수. 얼마 전엔 6월에 본 선고 들어가는 타이밍에 벌써 내정받은 학생이 50%를 넘겼다는 기사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일본 국내에서, 특히 경단련 소속 기업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게 당연했다. 이미 IT 벤처업계나 외국계 기업에서 우수 인력들을 다 낚아채는 와중에 해금이 안되었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니. 그러던 와중에 지난 4월, 드디어 경단련에서 2022년 졸업 예정 학생들부터는 춘계 일괄 채용을 집어던지고, 수시 채용(통년 채용通年採用)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는 중간보고를 발표했다.
수시 채용을 두고 불안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학생들 입장에선 3학년 들어가면 그때부터 정해진 스케줄대로 밟아가기만 하면 되었던 전통적인 취준 방식이 사라지므로, 대학 입학 시점부터 취준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겠지. 실제로 일본 대학생들이 대학 1, 2학년 때 취준이니 스펙이니 걱정하지 않고, 부담 없이 청춘을 만끽할 수 있었던 것도, '취준은 3학년부터!'라는 정해진 코스가 있었으니 가능한 일이었을 테다.
학생들 뿐만 아니라, 당장 사내(社内)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앞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리더진들 사이에서 나왔으니. 수시 채용이 당연한 나라에서 온 외노자는 왜 저게 걱정거리인지 도무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찬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밖에 없지만, 아무튼.
어쨌든 일본도 조금씩 변하고는 있다. 앞으로는 신학기마다 리쿠르트 수트 입고 와글와글 돌아다니는 꼬꼬마 취준생들을 거리에서 마주하는 일도 없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