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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Oct 20. 2019

5년 차 직장인의 세 상사 이야기

그간 내가 만난 상사들에 대한 이야기

나의 직장생활도 5년 차. 그 전의 인턴 시절까지 합치면 내가 함께 일했던 상사들이 얼추 다섯 손가락은 채우게 되었는데, 문득 그 상사들에 대해 복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물론 현 상사에 대한 평가는 생략. 원래 모든 평가는 끝맺음 후에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선왕조실록도 왕이 죽고 나서 편찬을 시작한다구욧.


(1) 나의 첫 상사, M님

 파릇파릇한 대학생 인턴 시절 만난 나의 첫 상사 M님. 지금은 누구라도 들으면 아는 대형 전자상거래 업체가 된 모 기업에서 인턴을 할 때 나의 뒤치다꺼리를 해주신 분이다. 당시엔 지금만큼 회사가 컸던 시절은 아닌지라, 대학생 인턴이라곤 해도 거의 직원들에 준하게 일을 했어야 했는데, 천방지축 대학생 인턴을 데리고 뭐라도 해보려고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 다시 생각해도 정말 감사할 따름 ㅠㅠ


정말이지 딱 이 상태였을텐데 말이다.


 M님은 당시 26살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어린 나이었다 싶다. 그래도 내 눈엔 그저 대단해 보이기만 했다. 또래에 비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신 편이라 나이에 비해 노련하기도 했고, 말도 안 될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대학생을 데리고 앉혀놓고, 사회생활을 0부터 알려주셨던 분. 나름 첫 사회생활에서 좋은 상사를 만났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2) 첫 직장의 상사, B님

 첫 직장에서 만난 나의 첫 상사, B님. 지금까지도 내 직장 생활의 모든 면에서 영향을 끼치고 계신 분. 사실상 직장인으로서의 뼈대는 이 분이 만들어주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엑셀이나 파워포인트 등 자잘 자잘한 직장인 필수 스킬부터 시작해서 마케터가 알아야 할 지표 보기에 대해서도 다 이 분께 배웠다. 지금 내가 만드는 엑셀 양식의 대부분은 B님이 하시던 거 그대로 이어받아서 쓰는 게 많다. 그 외에도 직장 생활에 대한 마인드셋이나, 스트레스 컨트롤에 대한 부분도 B님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았다.


 말도 안 되는 객기로 가득 찬 직장인 2~3년 차를 B님과 함께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얼마나 빡ㅊ...아니 연일 열 받으셨을까 싶다. 하란 건 안 해, 말은 오지게 안 들어, 시키면 뻗대... 그래도 3년 차를 지나면서부터는 스스로의 부족함을 많이 깨닫고 나름 갱생했(다고 생각하)는데, 그전까지 B님은 정말 그저그저 힘드셨을 것 같다. 반성합니다.


이해합니다... 매우 이해합니다...


 어쩌다 보니 비슷한 시기에 일하던 직장을 떠나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나는 그 후에도 어쩌다 한 번 더 이직을 했고, B님은 이직한 곳에서 매우 즐겁게 일하시는 듯. 다행이다, 다행이야.


(3) 두 번째 직장의 상사, Y상

  화무십일홍이라. 두 번의 좋은 상사 복 다음에 찾아온 것은 내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상사였나니, 그게 바로 일본인 상사 Y상이었다. 듣자 하니 그녀도 리더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게 앞선 두 상사와의 차이점이었다. 앞선 두 상사는 리더 경험이 이미 있는 분들이었으므로, 나 역시 '리더 경험이 처음인 리더'는 처음 대해보는 상태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전 직장에서 리더 교육인가 뭔가 했다고 했는데, 교과서적으론 배워왔지만 실제 상황에선 잘 쓰지 못하셨던 분인 것 같다.


 리더가 존재하는 이유가 뭘까. 나는 부하가 바른 일을 하도록 유도하고,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그걸 커버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러라고 일반 사원들보다 돈을 더 많이 받는 거 아닌가 싶고. 그런 점에서 앞선 두 상사는 내가 만약 실수를 했을 때 일단은 그 실수를 같이 수습을 하고, 그다음에 왜 이런 실수가 발생했는지 되짚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곤 했었다. 하지만 저 Y상은 그렇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업무 중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실수를 보고했을 때 그녀의 반응이란...


 Y상 : 하, 믿을 수 없어. 무서워라.(は、信じられない。恐ろしい。)


 그리고 그녀는 인상을 팍 쓰며 자리를 박차고 떠나버렸다. 결국 나는 다른 팀 사람에게 물어가며 실수를 수습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고, 자력으로 수습한 다음 진이 빠진 채로 휴게실로 가자 그녀와 친한 옆 팀 선배가 나를 보고 "실수했다며?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로해줬다. 그녀는 그새 그 선배에게 쪼르르 달려가 내 욕을 했던 것 ㅋㅋ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어버렸던 기억 ㅋㅋ


진짜 한 대만 콱...


 이 외에도 관련 에피소드는 산더미처럼 있지만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저 사람 때문에 이직을 감행했고, 지금은 다른 직장에 있다. Player로서의 업무는 빠르고 정확하게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Leader로써는 글쎄올시다... 인 사람이었다. 나 말고도 밑에 정직원 1명과 인턴 2명을 더 두고 있었는데, 듣기로는 내가 나간 담에 인턴 2명 관리가 감당이 안된다며 다른 팀 리더에게 떠넘겼다는 후문ㅎ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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