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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본사는 투칸 Oct 27. 2019

[스웨덴 남자와 일본살이]일본에서 외국인끼리 혼인신고

이건 아마도 험난한 여정의 시작에 불과한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다

아마도 시리즈물이 될 것 같은데 일단 프롤로그? 파일럿? 느낌으로 한 번 써내려 본다.


나는 스웨덴 남자와 7년째 연애 중이고, 올여름 프로포즈를 받아서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둘 다 일본(외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혼인 신고를 한국, 스웨덴, 일본 총 3개국에 해야 한다는 욕나오는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벌써 화나지 않습니까??


각설하고 스웨덴 남자와 다음 달쯤 일본에서 우선 혼인신고를 하게 될 것 같아서, 요즘 관련 행정 절차에 대해서 알아보는 중이다. 아무래도 제3국에서 서로 국적이 다른 외국인과 외국인이 혼인신고를 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아서, 여기저기 물어봐가며 정보를 찾고 있다.


우선 내가 지금까지 알아낸 점은


1. 한국에서는 혼인으로 인한 성(姓)의 변화는 인정하지 않는다.

즉, 내가 문화적으로 부부 동성인 나라의 배우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내 성을 배우자의 성으로 바꾸는 것은 안된다. 아예 귀화를 해서 그 나라의 국적을 취득하면서 성을 바꾼다면 모를까. 그런데 그 시점에선 이미 한국 사람이 아니게 되므로 결국 한국 국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배우자의 성으로 바꾸는 것은 놉.


그냥 법적으로 안된다 이겁니다.


2. 다만 Spouse Name이란 게 존재한다

EU 국가나 미국 등, 입국 심사가 까탈스럽기로 악명 높은 나라에선 배우자와 성이 다를 경우 의심의 눈초리로 꼬치꼬치 질문을 하다가 작고 무서운 방에 끌고 가서 따로 심문까지 하는(그러다 최악의 경우 입국이 좌절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에 대비하여, 한국에서는 따로 신청을 하면 여권명에 'spouse of 아무개'라고 추가를 해준다고 함.


3.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부부 동성이다.

난 이게 법으로 정해져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문화적으론 남편의 성을 따르는 게 9할인 것 같으나 부인의 성을 따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무튼 어느 쪽이 든 간에 부부는 반드시 성이 같아야 한다는 게 법.


4. 그러나 외국인의 경우 일본에서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성을 바꿀 수 없다.

왜냐면 여권상의 이름과 재류카드 상의 이름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 일본인 배우자와 결혼을 해도 여기에 해당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음.


5. 스웨덴은 성을 바꾸는 것이 자유롭다. 아예 새로운 성을 만들어 쓰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스웨덴 남자는 나에게 우리 둘의 성을 합친 새로운 성을 family name으로 쓰자고 제의를 했다.


6. 일본에는 통명(通名)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호적상의 이름과 대외적인 이름을 따로 등록해서 사용할 수 있다.

뭐 이런 게 생긴 이유는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본 통명 사용 케이스는 재일 한국인/조선인 3세쯤 되는 분들이 실질적 활동 무대 및 아이덴티티는 일본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호적상 이름으로 인하여 외국인 취급(이라고 쓰고 차별이라고 읽는다)을 받게 되는 상황에서 쓰시는 것. 뭐 암튼 이런 제도가 있긴 하니 결혼 후 둘의 통명을 새로운 family name으로 등록해서 쓰는 건 가능한데, 행정절차 느리고 복잡하기로 유명한 일본에서 저 절차를 다 끝낼 시점에 내가 애를 한 셋은 낳았을지도. 선녀와 나무꾼도 아니고 무슨.



애 셋을 낳으면 옷을 돌렺...아니 성을 바꿔줄게^^



그리하여....


A. 만약 스웨덴 남자가 제의 한대로 새로운 성을 family name으로 한다고 해도, 내가 한국 국적을 유지하는 한 한국에서의 각종 서류상 내 성이 바뀔 일은 없다.


B. 요즘은 일본에서도 호적상 이름은 배우자 성으로 바꾸되,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결혼 전 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트렌드이다(특히나 맞벌이 가정의 경우 더더욱). 그래서 만약 내가 성을 바꾸더라도, 나는 어디까지나 대외적으론 현재 내 성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C. 그래서 뭐 나는 스웨덴 남자 성을 따르든, 아니면 아예 새로운 성을 만들어서 쓰든 실제 내 생활이 바뀌는 건 1도 없으므로, 스웨덴 남자가 하고픈 대로 하라고 했다.


D. 다만, 그가 원하는 대로 하려면


①일단 스웨덴 남자가 스웨덴의 모든 서류를 새로운 성으로 바꾸고

②새로운 성으로 여권을 만든 다음, 비자와 재류카드 이름을 바꾼 성으로 갱신하고

③내가 그 성을 나의 한국 여권에 spouse name으로 등록하고

④그 성을 통명으로 등록하여, family name으로 쓴다


가 가장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그리하여 결론은


둘이서 만약에 장래 스웨덴에 정착해서, 내가 스웨덴 영주권 혹은 시민권을 따게 되면 그때 family name을 바꾸도록 하자.


로 거의 확정 각.


그냥 포기해버렸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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