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기보다 비우는게 더 어려워

인생은 가득 찼다가 비었다가의 반복인가

by 과누과누

한참을 고민한다.


책상에 물건 하나를 올려놓고, 이 물건이 나에게 필요한가? 지금 당장을 생각해보고, 내일을 생각해보고, 다음주, 다음달... 놔두면 왠지 그 때가서 이걸 한번 쓸 일이 생길것만 같은데, 만약에 그 때에 이것이 없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 마트에 가거나, 또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최저가에 빠른배송을 찾고, 리뷰를 하나하나 읽으며, 고민해야겠지? 하면서 오른쪽으로 치워놓는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2시간,


버리려고 모아둔 왼쪽에 물건은 달랑 서너가지 정도. 그나마 모두 잡동사니 쓰레기, 이걸 왜 안 버렸나 싶은 물건이고, 오른쪽에 수북히 쌓인 물건들은 저마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미래의 사용될지 안될지 모르는 다용도의 물건, 그리고 나의 추억들을 잔뜩 머금은 것들..


이것들을 없애버리려고 시작한 이 일이

결국엔 제자리걸음이 되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 일의 시작은.. 노트북 하나에서 시작되었다.

테이블 위에 노트북 하나 마우스 하나 올려놓고 시작했는데, 트랙패드가 불편해서, 마우스를 샀고, 화면이 작아답답해서 모니터를 샀고, 모니터 스탠드가 지저분해보여서, 모니터 암을 샀는데, 테이블에 고정이 안되서 테이블을 새로 샀고, 테이블 높이가 바껴서 의자를 새로 샀고... 뭘 잔뜩 샀다가 '비우자' 해서, 모니터를 들어냈다가,


다시 모니터를 올리고 내리고, 반복하기를 수개월째, 이제 내 방은 새롭고 편리한 기능들의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는 창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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