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효도는 아무 힘이 없다'
누워계신 할머니의 곁에 바짝 붙어 서있는 아버지의 등이 유난히 좁아 보이는 하루였다.
들썩이는 아버지의 좁은 어깨너머로 가득한 슬픔을 보았다.
어쩌면 아버지의 아들인 나의 앞으로의 어느 날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선뜻 한마디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옆에 서있는 게 나의 최선이었다.
다른 가족들이 슬픔에 흐느껴 눈물을 훔치고 있을 때에도
아버지는 끝내 눈물을 보이지 않으신다.
다가올 슬픔을 꾹 참는 걸까, 그 슬픔이 다가오지 않는다고 굳게 믿으시는 걸까,
냉정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게 담당의사와 대화하는 내내 아버지는 참 좋은 아들 같았다.
나는 과연 아버지께 지금 좋은 아들일까, 아버지가 건강하실 때 좋은 아들이고 싶다.
돌아가신 뒤에 좋은 아들이 되고, 효도 한들 그게 뭔 소용인가 싶다.
당장 내 곁에 계실 때, 건강하고 내 얼굴 알아볼 때
바로 지금, 당장 잘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