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와 아브락사스
‘컥’ 짧은 단말마가 흘러나온다. 마치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단 한 번의 짧은 노크 소리 같았다. 이 소리에 화답하듯 ‘쿨럭쿨럭’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이후의 일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피했고 이내 구경했다는 점이다.
아마 내가 연신 기침을 해대며 마치 조안나의 마지막 이파리처럼 쓰러지자, 그들은 병원균을 마주한 듯 주춤거리고는 몇몇은 도망쳤을 것이고, 몇몇은 나를 에워싸고 사시나무 떨듯 발작하는 ‘나’를 구경했을 것이 틀림없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려 머릿속을 뒤져보지만 곧 부질없음을 깨닫고 찾기를 그쳤다. 지금 급박한 것은 내 몸 위에 올라와 있는 스모 선수를 치우는 게 급선무인 듯했다. 100kg를 훨씬 상회하는 탓에 숨이 점점 막혀오고 있었다.
나는 그를 내쫓기 위해 여름철 보이지 않는 모기를 향한 공허한 손짓을 배 위에서도 반복했다. 하늘의 무심함에 내 이름을 연신 외치는 의사의 모습마저 흐릿해져간다. 그가 간호사에게 호통쳤다. ‘아… 락시스.., 에피네프린 가져와 당장!’ 너무 큰 소리 탓에 머리가 더 어지러워졌다. 혼란한 머릿속 그가 말한 단어가 맴돈다. ‘... 아브락사스’
그래, 그렇다. 이게 다 아브락사스 때문이다. ‘헉 헉.’ 가녀린 폐에 조금이라도 공기를 갈구하기 위해 몸을 힘껏움츠린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는 세 번째의 저항에서 공연이 끝난 발레리나처럼 고고히 위에서 아래로 그의 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의 저항은 ‘삐이-’ 거리는 소리로 기화되어 이 병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무고한 그를 숨죽이게 했을까. 수사팀은 뜬금없게도 아브락사스를 기소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신자들의 몫이었다. 자신들이 믿는 신을 속여 거짓된 신앙을 전도한 죄. 이것이 수사팀이 밝힌 죄목이었다. 기소된 용의자는 다음과 같다.
나른한 주말 아침을 부산스럽게 만든 시초인 용의자 1, 그는 용의자 2에게 피해자의 집까지 직접 몸소 안내한 장본인이다. 용의자 2는 피해자에게 견과류 쿠키를 선물한 당사자이다. 용의자 3, 4 용의자 2의 쿠키를 피해자가 먹도록 종용한 일행이다.
사건의 경위는 12월 13일 토, 오전 9시 총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에 피해자는 면식이 있는 용의자 1과 2를 보고 문을 열어 주며 시작된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4명이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고, 그들은 제집인 양 피해자의 물품을 사용하며 어지럽힌다.
용의자 3은 냉장고를 열어 콜라 두 병을 꺼내 마셨으며 용의자 4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피해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따지듯이 용의자 1과 2에게 소리쳤으나 그들은 그에게 선물을 주려고 왔다며 진정시킨다. 부스럭거리며 꺼낸 포장지 속의 들어있던 것은 다름 아닌 견과류 쿠키.
이 쿠키는 용의자 1이 용의자 2가 순수하게 만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며 쿠키를 거부하자 용의자 3과 4는 호의를 ‘생각해서라도 좋게 받아들여라’, ‘너를 위해서 만들었는데 그거 하나를 못 먹냐며’ 피해자를 압박했다.
그 강압적인 상황에 못 이겨 피해자는 독배를 마시듯 두 눈을 감고 쿠키를 먹었다. 그 직후 바로 아나필락시스, 즉 알레르기 쇼크로 인해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용의자 2는 순전히 ‘호의’라며 자신의 혐의 사실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
호의는 아브락사스의 것이다. 즉 선과 악이 혼재된 그 역설적인 존재처럼, 호의는 바라고자 하는 욕망과 정당화하고자 하는 ‘악의 욕망’이 선의라는 이름으로 그의 손에 소유되어 있다. 우리의 ‘선’에는, 우리가 선이라고 부르고자 하는 것은 과연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용의자 X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