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을 입히기 전에 묻는다

구 삼호교와 문화재에 대한 또 다른 시선

by 이담우

울산 태화강을 가로지르는 구 삼호교는 올해로 100년이 된 울산의 최초 철근콘크리트 교량이자, 국가등록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된 근대문화유산이다. 최근 이 다리에 중구청이 무지개색으로 페인트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경관 조성’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이번 채색은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밝고 아름답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문화재 전문가와 지역 문화계에서는 “진정성 훼손”, “절차적 문제” 등의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 사안은 단지 한 도시의 미관 문제나 색채 선호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가 ‘문화재’라는 대상과 맺고 있는 기억, 절차, 공공성에 대한 집단적 태도를 되묻는 사건이다.


만약 이 일이 유럽에서 벌어졌다면 어떤 절차가 필요했을까.

유럽연합(EU)과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있어 ‘진정성(authenticity)’과 ‘공공적 합의’를 핵심 원칙으로 삼는다.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 센터나 영국 테이트 모던처럼 역사적 건축물 위에 현대 예술을 입히는 경우에도, 전문가의 해석 계획, 영향 평가, 시민 공청회, 공식 승인 절차는 필수다. 그 모든 과정은 단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한다.

“이 변화가 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존중하고 있는가?”


무지개빛으로 칠해진 구 삼호교는, 그 자체로는 경쾌하고 발랄한 도시의 기호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색채가 역사의 층위를 설명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을 덮어버렸다는 점이다. 울산의 산업화 이전 시기, 자연과 도시의 경계 위에 놓였던 이 다리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도시가 성장해온 시간을 증명하는 증인이다. 그 위에 현대적 심미성을 강제로 덧입히는 행위는, 예술이라기보다 일종의 도시 기억 삭제 행위에 가깝다.

중구청은 전체 면적 중 일부만을 칠했기에 현상변경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하지만 문화재란 단순한 물리적 면적이 아니라, 상징과 의미의 총합이다. 페인트칠이 난간에만 이루어졌든 전면에 칠해졌든 그것이 시민의 기억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 없이 진행됐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문제적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일제강점기 유산에 대해 취하는 모호한 태도다. 구 삼호교는 분명 일본인 기술자에 의해 설계된 구조물이며, 제국주의적 인프라의 일부였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 역사에서 '불편한 유산'이라는 이유로, 원형 보존의 가치가 희석되어도 괜찮은가? 유럽에서는 오히려 제국주의 흔적, 산업혁명의 유산, 전쟁으로 훼손된 건물들을 보존하며, 과거의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기억의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공공 기억의 태도다.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은 단지 과거를 박제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어떤 역사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가를 반영하는 행위이며, 미래 세대에게 어떤 도시의 얼굴을 전해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예쁘니까 괜찮다’는 식의 접근은 문화예술이 지닌 사회적 책무를 경시하는 태도다. 아름다움은 문맥 위에서만 빛을 발한다.

우리는 문화재 위에 색을 입히기 전에, 반드시 묻고 토론하고, 함께 결정해야 한다.


도시는 단지 효율과 소비의 공간이 아니다.

도시는 ‘기억’ 위에 세워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