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의 감사함

여름 아침에 만나는 a-ha moment!

by 이담우

불볕더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낮에는 몸도 마음도 쉽게 피곤해진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조금 더 일찍 깨어난다.

밤사이 에어컨과 선풍기가 요란하게 돌아가던 안방을 나와 제일 먼저 거실 창문을 연다.


이 순간, 밤새 에어컨이 만들어낸 냉기와는 결이 다른 살갗에 부드럽게 닿는 자연의 시원함이 느껴진다.
바람은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들어와 나의 아침을 깨운다.


인공적인 시원함은 편리하다.
버튼 하나로 빠르게 더위를 밀어내고
즉각적인 쾌적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도를 높여야 하고, 끝내는 그 안에서도 지쳐버린다.


반면, 새벽 공기는 서두르지 않고 다가온다.
일정하지 않은 호흡으로 가끔씩, 하지만 분명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이만하면 괜찮지 않냐고


편안함을 지나쳐 편리함에만 익숙해질 때,
우리는 오히려 더 예민해진다.
새벽 공기가 다르다고 느낀 순간, 그 미묘한 감각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그런 감각을 더 오래 느끼고 싶어
문득 자연을 찾아 나서고 싶어졌다.


아마 올여름이 가기 전,
한 번쯤은 캠핑장 어딘가에서 텐트 너머로 스며드는 새벽 바람을 만나는 순간이 오겠지.
그곳에서는 선풍기도, 에어컨도 필요 없다.
오직 바람과 조금 더 가벼워진 마음 하나만 있으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거실을 맴돈다.


달빛처럼 은은하고, 물처럼 맑은 이 공기 속에서
나는 어느새 더 시원해지고, 더 청량해진다.


아침이 좋다.
이 조용한 맑음이 좋다.


말 없이 나를 어루만지는 이 시간 속에서 오늘 하루를 천천히 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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