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대학원생의 봄 그리고 여름

by 이담우


올 봄 부터 나는 늦깍이 대학원생이 되었다.

전공은 예술경영.

방송PD로 25 년 넘게 일해온 지금,

내 직업과 커리어, 그리고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맞닿은 공부를 조금은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학 학부 시절엔 발표나 세미나식 수업은 거의 해본 적이 없었다.

주말 마다 관련 서적을 , 수업전에 감상 리포트를 제출하는 일은 매번 버거웠다.

하지만 뜻밖의 즐거운 발견도 있었다.
놀랍도록 문학적인 강의자료들.
철학자들의 문장들이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단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한 글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삶의 증언이자 언어의 시처럼 다가왔다.

특히 깊은 인상을 남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이었다.
그녀의 문장은 단단했다.

철학자의 말이기 이전에, 치열한 삶을 겪어낸 한 인간의 고백처럼 다가왔다.

공론의 장에서 말과 행위의 중요성,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나를 완성해 가야함을 재인식하게 해주었다.
하버마스를 통해서는 현대 사회의 소통 구조를 성찰하고, 문화사 강의에서는 시대를 감각적으로 읽어내는 글들을 접했다.
그 중에서도 『마르탱 게르의 귀향』은 미시사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나에게 그 책은 문화사와 영상언어의 접점을 새롭게 떠올리게 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 학기가 이렇게 지나갔다.
학비는 적지 않았고, 시간도 꽤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아쉬움이 더 많다.
더 많은 강의를 듣지 못한 것이,
좀 더 오래 그 안에 머물지 못한 것이.

(늦깍이 수업의 장점이지 않을까싶다. 돈과 시간 아까운줄 안다는^^)

2학기 등록은 아직 고민 중이다.
휴학을 하고 퇴직때 까지 등록금을 조금씩 모아 두었다가,그때 더 본격적으로 수업을 들어볼까하는 생각도 해보고 있다.
물론 나이가 더 들면 강의를 따라가기가 더 힘들 테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즐겁게, 조용히, 내 삶의 결을 따라 공부해보고 싶다.


이번 봄, 나는 다시 학생이 되었고
오래 잊고 지냈던 ‘배움의 기쁨’과 ‘생각의 확장’을 선물처럼 받았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방학 기분도 만끽한다.

방학이 단순한 쉼이 아니라 지난 학기 수업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학기를

준비하는 기다림의 시간이라는 것도 새삼 새롭게 갖는 기특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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