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

by 이담우

2022년 6월 개봉작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에 큰 애정을 가진 관객은 아니다. 영화제 수상작이라거나 비평가의 호평을 앞세운 영화들에 선뜻 마음을 내어주는 편도 아니다. 하지만 우연히 SNS에 올라온 영화평을 읽고 나서야 '마침내' 영화를 보고싶은 마음이 생겼다.

영화가 시작되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작품을 아껴 보기로 마음을 바꿨다. 흐르듯 스쳐보는 것이 아니라, 한 장면 한 장면을 곱씹으며 천천히 음미했다. 인상깊은 대사를 노트에 옮겨 적으며 영화에 몰입했다. 시나리오, 촬영, 연기 — 칸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요소가 흠잡을 데 없이 정교했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예술’을 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스크린에 넘쳐난다.

그래도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는건 탕웨이의 연기였다. 묵직한 연기파 배우라기 보다는 서늘하면서도 따뜻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감을 가진 배우. 그것은 영화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바다 안개처럼 실체가 있지만 경계가 흐린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탁월한 배우다. 그래도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고 하면 개인적으로(팬심에서) 그녀의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다. 박해일과 요리를 하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왜 그리 좋았을까. 아마 극중에서 탕웨이(송서래)가 가장 행복한 순간,가장 편안한 순간처럼 보였기 때문이었을까. 많은 영화 속 여성 흡연 장면이 의도적 섹슈얼리티로 소비되곤 하는데, 탕웨이는 그 경계를 넘지 않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그녀는 연기를 하지 않고 ‘존재’한다.

영화의 결말은 분명 극적이다. 너무 극적이다. 개인적으론 탕웨이(송서래)가 차라리 안개처럼, 해무 속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결말을 더 원했다. 하지만 그 역시 연민에서 비롯된 사적인 기대일 뿐, 서사적 마무리로서의 완결성은 충분하다.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작정하고 만든 영화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마치 평론가들이 분석할 수 있는 지점들을 일부러라도 촘촘히 배치한 듯하다. 감독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대사,음악, 의상, 공간 그 어느 것 하나도 우연에 맡겨지지 않았다. 의식의 흐름대로 거친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조금 질릴 정도로 흘러가는 장면이 없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의 영화 세계를 완성형으로 제시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탕웨이와 박해일의 서늘하고 비현실적인 러브 스토리는 관객을 매혹시키고, 그 안에 감춰진 배우의 시선, 대사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주말, 말러의 5번 교향곡과 정훈희와 송창식의 안개를 번갈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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