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

산은 묻고, 바다는 대답한다

by 이담우

몇 해 전, 생각이 너무 많아졌을 때 나는 산을 찾았다.
단련되지 않은 몸은 금세 지치고, 숨은 거칠어졌다.
폰 배터리가 닳는 것보다 더 빨리 힘이 빠져나갔다.
몇 번이나 멈춰 서고서야 겨우 천 미터 남짓한 산에 올랐다.


정상에 서는 순간,
사방이 열리고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발아래 펼쳐진 산세와 도시를 내려다보며
나를 괴롭히던 일들이 얼마나 작은지 깨달았다.


복잡하게 생각하면 답도 복잡해진다.
어려운 일일수록 신중해야 하지만,
결정은 단순할수록 좋다.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한 발짝도 내디디지 못할 때,
그럴 때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붙잡고 정하면 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적어두었다.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산을 올라라.”


바다는 언제 우리를 부를까.
멀리서 보면 고요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파도가 쉼 없이 밀려왔다 물러간다.
조용하던 아이가 갑자기 화를 터뜨리듯,
어느 날엔 육지를 삼킬 듯 거세진다.


사람도 그렇다.
멀리서 보면 평온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누구나, 제각각

숨죽이다가 문득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다.
하루의 무게가 바위를 부수듯 쏟아져 내리는 날.


그런 날 바다는 우리를 부른다.
파도의 끝없는 반복을 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일만으로도
살 것 같은 기운이 돌아온다.


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바다는 우리에게 숨을 돌릴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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