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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골빵집 Jul 24. 2018

system문제를 practice변경으로 해결?

그게 바로 땜빵일세

스타트업에 조인한 후로 한 결심중 하나는 차를 안가지고 다니는 것이었다. 덕분에 출근2시간, 퇴근2시간이라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는 있지만. 그러다보니 매일 경기도에 있는 집에서 부터 서울까지 광역버스를 타게 된다. 고속도로에 들어서기 바로 전 정거장 근처에 사는지라, 줄서서 버스를 타면 왠만하면 자리가 없다. 정거장소는 한정거장이지만 거리가 무려 20킬로미터가 넘고, 서울에 들어서면 막히기 쉽상이라 자리가 없으면 꼼짝없이 1시간 넘게 서서 졸게 된다. 그래서 요새는 고육지책으로 우리집에서 몇정거장 앞선 곳으로 거슬러올라가 버스를 타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시원하다못해 시간이 갈수록 추워지는 광역버스에 몸을 싣고 1시간은 더 잘수 있게 되었다.


그러던 오늘 아침, 열대야와 강쥐들의 난동에 잠을 설쳐서 버스잠 버스잠만 속으로 기대하며 버스를 탔고, 잠자기 좋은 자리를 잡고 눈을 감았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옥신각신 싸우는 소리가 드렸고, 그 소리는 고래고래 수준으로 바뀌었다. 눈을 떠보니 내가 원래 탔었던 집근처 버스 정거장이다. 내용인즉은, 늘 그렇듯이 빈자리는 없이 그 버스정거장에 섰고, 손님들이 탈때마다 기사님은 '자리없어요'를 외쳤고, 그런 상황이 일상인 손님들중 일부 아주머니들이 버스입구의 계단에 앉겠다고 버스 안쪽으로 들어가지 않으면서 사건은 시작되었다.


"안으로 들어가세요! 안으로 들어가세요! 통로계단에 앉으시면 안되요, 안으로 들어가세요! 거기 사고나면 위험해서 안되요? 들어가요!!"

"아이참, 다른 기사분들은 앉게 하는데 왜 못앉게해요! 서서 가다가 사고나면 안위험해요? 그것도 위험하지. 그 양반 되게 이상하네"

"거기 앉으시면 안된다고요. 사고나면 위험하다구요! 앉고 싶으시면 다음차를 타시면 되잖아요"

"기사양반, 내가 기사양반이 좋아서 이 버스타는줄 알아? 급하니까 어쩔수 없이 타는거지"

(통로계단에 앉겠다고 버티던 분 중 한명은 이미 앉음. 이때 부터 감정싸움에 들어감)

(아직 앉지 않은 한명) "브레이크만 밟아봐. 확 넘어져버릴거야!"라고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결국, 브레이크를 밟으면 일부러라도 확 넘어져서 해꼬지를 하겠다는 분까지 통로계단에 앉음으로써 버스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이런 똑같은 싸움만 벌써 2~3번 목격했다. 냉정하게 판단하면, 버스기사님의 이야기가 전혀 틀리지 않다. 실제환경을 고려하면 막무가내의 손님들의 입장도 아주 조금은 이해는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출퇴근 시간을 앞뒤로 조정한다든지, 번거롭지만 몇정거장 앞으로 가서 탄다든지, 이도저도 안되면 다른 사람들처럼 서서가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왜 저렇게 막무가내로 저럴까 싶었다. 이런 싸움은 버스배차 시간이나 배차수에 변동이 없는 한 계속될 것이다. 안타까운건, 오늘 싸움의 주역 어느 누구도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문제를 일으킨 원인과 전혀 상관없는 피해자들끼리 싸우는 꼴이다.


이 사건의 핵심은 버스입구 계단에 앉게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배차간격이나 배차수의 한계로 인한 것이고, 이런 문제는 기사분에게 이야기해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 즉, 사건의 핵심은 시스템이다. 주어진 시스템 환경을 given으로 보고 출퇴근 시간을 조정한다든지 몇정거장 앞에서 탄다든지 하는 것은 practice를 바꾸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의 경우처럼, 이처럼 배차간격이나 배차수를 늘리는 근본적인 조치는 system을 바꾸는 일이다.


system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단발적으로는 practice를 변경함으로써 문제를 피해갈수는 있다. 내가 몇정거장 앞서가서 버스를 타는 방식이 바로 이런 것이다. 하지만, 이런 practice가 반복된다고 해서 시스템의 문제가 절대 해결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런 회피적인 pratice가 일반화되면 이 practice는 더이상 쓸모가 없어지게 된다. (모든 사람이 몇정거장 앞에서 버스를 탄다고 가정해보자. 결국엔 종점까지 가야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버스파업으로 인한 한시적인 상황이라면 pracitce를 바꿔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배차시스템 등 구조적인 이슈로 인한 상황이라면 system을 바꿔야 한다. 일은 하는데에서도 마찬가지다. system의 문제인지, practice의 문제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시스템 이슈를 practice 변경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바로 땜빵이다.


버스안 자리다툼을 보며, 뜬금없이 우리 회사에는 시스템적 문제를 practice로 땜빵해나가고 있는건 없나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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