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큼 쉽지 않은, 오래가는 co-founder 관계
최근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한 CEO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CEO가 다니던 전 회사의 개발외주를 해주시던 실력있는 개인개발자를 만났고, 또 사업개발과 투자를 맡아서 해줄 사람도 만나 그렇세 셋이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것. 아이템이 제법 흥미로왔던 터라, 엔젤투자 라운드는 아주 수월하게 목표금액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사업을 시작한지 몇달되지 않아 co-founder간에 불화가 심각해진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개발자가 창업을 하지 않는 이상, 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실력있는 개발자는 갑 of 갑인지라, 처음 이 개발자에[ 얽힌 예상치못한 일들을 그냥 넘어가려고 했다고 한다. 지분은 지분대로 요구하면서, 본인은 가정이 있으니(사실 그들 3명은 모두 가정이 있다) 월급은 정상적으로 받기를 원했다는 것. 설득하고 설득해서 월급은 좀 줄였지만, 여전히 나머지 2명보다는 몇배를 더 줄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엔젤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를 갖추자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개발자는 30%넘는 지분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월급을 더 올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본인의 업무속도는 늦쳐지는 반면 서비스나 마케팅에 시시콜콜 조언이랍시고 간섭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일들이 누적되자 급기야 CEO를 제외한 2명의 관계는 틀어질대로 틀어져 버렸다. 서비스는 꽤 훌륭하게 나와서 오픈베타를 시작했고, 엔젤투자도 마무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물론 이 케이스는 CEO가 직접적으로 충분히 검증하고 합을 맞춰본 파트너들이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저 "아는" 수준의 오랜 경험은 전혀 도움이 안된다. 실제 일을 "직접적으로 함께 해본"수준의 경험이 있는 것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co-founder로서 함께 일하고 있는 업체들을 보면 대충 이런 공통점이 있다.
1. 각자의 영역이 뚜렷하고 다르다. (전문성과 역량이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므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2. 서로의 영역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믿고 존중한다.
3. 강한 신뢰관계를 가지고 있다.
4. 지분이나 보상 등 금전적인 조건들은 시작전에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반면, co-founder들이 초기에 회사를 떠나는 업체들을 보면 이런 공통점이 있다.
1. 초기단계에서는 할일이 많지 않은 역할을 지닌 co-founder가 있다.('내가 하는 일에 비해 저 사람은 하는일이 별로 없는거 같은데...')
2. 다른 파트너의 업무영역에 대해서 너무 구체적으로 관여를 한다. (조언이나 의견이라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래라 저래라 아주 세부적인 것까지 간섭을 하게 된다. )
3. 지분이나 보상 등 금전적 조건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알아서해주겠지' 또는 '알아서해주면되겠지'는 결단코 금물이다. 반드시 이것때문에 사단이 난다.)
스타트업의 co-founder가 창업이후 3년 넘게 쭉 함께 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회사가 잘 안되서 실망하여 흩어지는 경우를 제외하고, 문제없이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경우에 말이다. 초기에는 너나 없이 오너쉽이 있고 의사결정권이 자연스럽게 비교적 균등하게 나누는 반면, 시간이 지날수록 CEO를 맡은 co-founder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무조건 co-founder가 끝까지 함께 해야만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다. 회사가 크게 성장하면 co-founder 가 자리를 비켜주고, 그 자리를 당시 상황에 더 맞는 사람에게 넘겨줘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고 봐도 무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