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게 있어서 전략적 PR은 엄청난 무기이다
오랫동안 투자와 M&A를 하면서 오랫동안 많은 스타트업과 벤처들을 만나봤었다. 모든 기업의 CEO는 그 이름 이상의 중요성을 가지지만, 특히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 있어서 CEO(보통은 founder)는 회사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연스럽게 CEO를 깊이 살펴보는 버릇이 생겼고, 그러다보면 또 자연스럽게 (이 방식이 꼭 옳은건 아니지만) 내 속마음에서는 사람을 분류하게 된다. 여러 구분자가 있겠으나, CEO의 성향이 (ㄱ)현재 하고 있는 것보다 엄청나게 확대해서 커뮤니케이션하는 분들이 있는가하면, (ㄴ)현재 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소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분들이 있다. 잠깐! 이 부분에서 옳고 그른 것은 없다. 다만, 투자의사결정을 하는 사람 각자의 선호도만 있을 뿐.
일반화하기는 그렇지만 경험상, 문과돌이(상경계 등)들이 전자일 확률이 높고 이과돌이(개발직군)들이 후자일 확률이 높았다. product가 좋으면 사용자가 알아서 찾아오고 알아서 소문내어 줄거라는 것이 후자들의 입장이다. 사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면 기업들마다 마케팅에 비용을 쓸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에 자금을 몰빵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어찌 그런한가. 재화와 용역의 소비는 그런식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알턱이 없다. 물론, 혼자쓰려고 만들었는데 사용성이 너무 좋아서 시장전체에 퍼진 사례도 있지만, 그런 환상적인 결과를 바라는 건 로또1등 당첨을 바라는 것과 같다.
그래서 마케팅 활동을 하게되지만, 그건 누가봐도 회사의 주장이므로 다들 알아서 디스카운트해서 듣게 마련이다. 하지만, PR은 제3자가 쓰는 글인지라 보다 객관성이 부여되므로 가치가 있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그건 일단 무시. 게다가 스타트업에게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마케팅같은 규모의 돈이 들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니 PR은 스타트업이 매우 신경써야할 무기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스타트업이 사내에 PR전문가를 따로 둘 상황은 아닐테고, 기자들 또한 스타트업의 마케팅성 보도자료가 그다지 매력적인 아이템은 아닐 것이다. 나는 너가 필요한데, 너는 내가 필요없다니! ㅜㅜ 이 지점에서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내가 몸담게 된 이 회사도 그 문제에 봉착해있다. 그 분야에 매우 프로페셔널한 역량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founder이자 CEO지만, product를 외부에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었다. 부끄럼쟁이 같으니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 회사의 인지도는 매우 낮은 반면, 알고 사용하는 사용자들은 너무나 애정하고 있어보였다.
나도 PR전문가는 전혀 아닌지라, 함께 일했었던 J에게 급히 SOS를 보냈다. 혼자의 무식한 생각으로는, 우리 보도자료 좀 리뷰해주고, 그 넓디넓은 기자인맥을 활용하여 기사를 많이 실리게 도와주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건 진짜 아무것도 아닌거고, 오히려 PR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좋게도 뜻밖에 좋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냥 중구난방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매우 우둔한 짓이었던 것이다.
1. PR Process
1) 문제진단: 현재 문제점은 무엇이지? 사람들이 우리는 모르나? 아니면 알긴 아는데 우리는 나쁘게 알고 있나? damege control을 해야할 중대한 부정적 문제가 발생했나? 등등 해결해야할 문제를 먼저 정의함
2) 목표설정: 내용에 상관없이 일단 많이 기사화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목표인가? 등등 1)의 진단된 문제를 해결하는 목표를 장단기적으로 설정함
3) 메시지전략: 일관된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전달되는 것이 중요함. CEO와 이야기하는 것과 PR팀이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임직원이 공식행사에서 이야기하는 것 등 공식적 메시지는 일관되어야 함. 그러기 위해서는 메시지전략을 수립하여 주요 실행자가 숙지하는 것이 중요함
4) 채널전략: 단순히 SNS/언론사의 채널만의 구분이 아니고, 보다 구체화하면 좋음. 언론사의 경우만 봐도, 경제지, 전문지, 일간지, 주간지 등 색깔과 독자들이 다르므로 목표에 따라 채널을 달리할 필요가 있음. 예를들어, 일반 사용자(잠재사용자)에게 어필하는 메시지인지, 잠재투자자에게 어필하는 메시지인지에 따라 일간지에 낼지 경제지에 낼지 달리할 수 있음
5) 실행: 보도자료 또는 컨텐츠를 작성하고 배포
2. One point lesson
- 브릿지스킬: 불리한 링에서 경기하지말고 다리를 놓아 유리한 링으로 옮겨와라. 기자가 일부러든 아니든 부정적인 답변이 나올수 밖에 없는 질문을 한다면, 하나하나 답변하고 싸우지말고 자연스럽게 "그런 의견도 있을수 있지만, 제가 더 크게 보는 그림은~하다"라며 자연스럽게 회사에 유리한 이야기로 유도해야 한다.
다시 한번, PR을 제대로 몰라서 띄엄띄엄 보던 나를 반성하며, J에게 말못할 사과와 감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