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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살이-열달차(22.6월)

인도의 음주문화

by 소전 India

'오늘 마실 술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이 명언은 지난 2021년 tvn드라마였던 '술꾼 도시 여자들'에 나오는 말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3명의 여성들이 술을 마시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드라마입니다. 제가 재밌게 본 이유는 세대를 떠나 젊은 사람들의 음주 문화를 엿보는 재미가 있었고, 여자들은 술 마시면서 무슨 이야기를 할까 하는 궁금증이었습니다. 결과는 술이 문제지 대부분 남자들의 술자리와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음주 문화는 어떨까요? 저도 주류 업계에 몸을 담아온 지 근 40여 년(8세때 시골서 막걸리 심부름 때 첫 경험)이 지났지만, 밖에서 보이는 인도의 음주 문화는 우리나라의 경제 수치보다 더 열악합니다.

우선 우리나라는 술을 권장하는 사회지만, 인도는 술을 금지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 술입니다. 슈퍼, 편의점, 카페, 식당, 호텔, 펜션 등등 술을 사는 것도 쉽습니다. 술을 먹는 것도 식당이나 편의점, 심지어는 해변가에서 치맥을 시키면 배달로 즐길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하여 인도는 술의 최빈국입니다. 인도는 술도 와인숍이라고 정부의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이마저 밤 9시면 문을 닫아버립니다. 식당도 주류업 허가를 받은 곳에서만 술을 팔 수 있고, 주류업 허가를 받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술값은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소주의 경우 대부분 800~1,000루피(한화 약 12,000~16,000원)으로 유럽에 비해서 조금 저렴하지만, 마시다 보면 음식값 보다 술값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비일비재 합니다. 가끔 저도 한국 식당에서 one소주-two Beer해서 소주 한 병에 맥주 2병 섞음주로 마시면 대략 셋트 당 2천 루피(한화 3.2만원) 정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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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대부분 그렇듯이 종교적인 이유로 강력한 금주 문화를 각인시킨 것 같습니다. 인도가 넓은 지역이고 28개의 주가 있다 보니 다양성이 있다고 하나, 음주 문화는 인종이나 언어 등 기준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5개 주에서 금주를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비하르, 구자라트, 나갈랜드, 략샤드위프 주에서는 금주가 원칙인 주로 술을 판매하지도 않고 술 반입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호텔에서 가방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최근 구자라트를 방문한 동료들의 경험에 의하면 거기는 술도 없고, 고기도 없어 물하고 풀만 먹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 험악한 경험으로 채식주의자였던 직원 한 분이 육식으로 전환했다고 합니다. 또한 술을 마실 수 있는 연령도 제각각입니다. 18세인 주도 있고, 21세인 주도 있습니다. 마하라수트라주의 경우에는 양주 등 독한술은 25세 이상이 되어야 마실 수 있고, 맥주나 와인은 21세가 넘어야 마실수 있는 등 알콜 도수에 따라 다르게 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도인 델리의 하리아나 주에서 음주 가능 연령은 25세에서 지난 21년에 21세로 낮추는 법이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인도도 음주 문화에 대한 자각과 단단한 종교적 각인을 서서히 완화하는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인도의 특유한 음주 문화 중 하나가 바로 Dry-day제도입니다. 술을 팔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날로 연간 약 5일 정도 됩니다. 중요한 선거일, 공화국의 날(1.26), 국가를 위해 순직하신 분들의 날(1.30), 독립 기념일(8.15), 간디 생일(10.2)입니다. 이날은 와인 숍도 문을 닫고 대부분 식당들도 아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뭄바이는 간디가 태어난 10.2일부터 일주일 간 드라이 데이를 연장해서 운영한다고 합니다. 혹시 여행이나 출장을 오는 경우에는 가는 주의 음주 문화에 대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최근에는 드라이 데이도 조금씩 변하여 일부 고급 호텔에서는 간단한 맥주 정도는 판다고 합니다.


또 인도에서 심심치 않게 듣는 것이 밀주를 먹고 사람들이 죽었다는 뉴스입니다. 지난 21.11월에는 인도 북부인 비하르주에서 30명의 사람들이 밀주를 마시고 사망을 했는데, 비하르주는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술의 생산과 유통이 금지된 주입니다. 보통 밀주는 우리나라처럼 누룩으로 몰래 빚은 것이 아니라, 공업용 알콜이나 환각 작용을 하는 독초 등 싼 원료를 가지고 만든다고 합니다. 제조도 몰래 하고 판매도 빈민층을 대상으로 은밀히 이루어지다 보니 종종 대형 사고가 일어 난다고 합니다. 술은 삶의 고단함과 서민들의 애환을 잠시 나마 잊게 해주는 기능도 있는데, 이런 밀주 사망 소식을 들으면 인도라는 나라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옛날에 저도 농번기 때 고향에 가면 시골 어른들이 소주 한 병을 맥주 잔에 반을 부어서 한 번에 마시고 말린 멸치를 먹고 가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고단한 몸의 피로를 독한 소주 한 잔으로 잊는 것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델리 시내에서도 기사, 도우미 등 일용직을 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병이 아닌 잔으로 술을 파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술에 대한 애환과 기능은 나라와 인종을 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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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도 두 나라가 확연히 다릅니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에 대한 관대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고, 아직도 심심치 않게 유명인이나 연예인들의 음주운전에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게 됩니다.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하는 황당한 말도 나오고, 새벽에 치킨을 배달하는 가장이 음주 운전자 차량에 치여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습니다. 윤창호 법과 같이 강력한 법을 만들어 매일 단속을 하고 처벌을 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도는 아직 음주운전 단속은 걸음마 수준입니다. 단속도 하지 않고, 가끔 전광판에 DON'T DRINK DRIVE 정도 안내 문구 정도만 표시하고 있습니다. 대사관 근처 시내에는 회전 로터리가 많이 있는데, 가끔 로터리 안에 차가 박혀있는 것을 보면 단속을 하지 않는 이유로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는데, 뉴스로 나오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아직 인도 사람들과 제대로 술을 마셔보지는 않았지만, 밀주나 싸구려 술을 마시는 하층민 문화와는 다르게 상당히 격식도 있고 문화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인도 영화를 보면 단체로 춤을 추고 흥이 많은 민족인 만큼, 인도 시내에서 클럽이나 고급 술집도 많이 생겼습니다. 결혼식 때는 밤새워 춤을 추며 마신다고 하지만, 인도에서 신의 명령을 거역하는 금지된 문화가 밑 바탕에 깔려 있어서 술로 인한 문제는 우리나라보다는 적은 것 같습니다. 문화적 상대성으로 어느 나라의 음주 문화가 좋고 나쁨의 평가보다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내세를 믿고 현세를 운명처럼 살아가는 인도인들에게는 스트레스나 욕망의 기준이 우리나라와는 다르겠지요. 최근 제가 근무하는 회사 게시판에서 회식 문화에 대한 논쟁이 끊임없이 재기 되고 있습니다. 소통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과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반대 의견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인도와 우리나라의 술에 대한 단상을 보면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술이 넘치면 실수가 이어지고 사건 사고가 생기고, 또 부족하면 삭막해질 것 같습니다. 술하고 건강과 상관 관계도 있어 폭탄주를 많이 마신 순서로 세상을 빨리 하직 한다고 합니다. 술에 대해서는 즐기는 만큼 늘 경계의 자세를 가져야 하겠습니다.


2022년 6월, 인도에서 소전(素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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